코엑스아티움에서 하는 줄 알고 갔다가 아니라서 깜놀하고, 코엑스 2층 아트홀로 다시 가서 무사히 보고 왔다. 너무나 유쾌한! 연극 일 줄 알고 예매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진지하고 웃음 코드도 너무 시시하거나, 아님 어려워서 나의 지금 처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생겼다.
주요 등장인물은 단 두 명, 일본인 극작가와 연극 검열관이다. 검열관은 일본이 지금 전시 상황이니만큼 사기를 드높이는 내용으로 각색할 것을 요구하고, 극작가는 어려운 시기인 만큼 항상 웃음을 선사해야 된다고 말한다. 검열관은 웃기지 않는 희극을 쓰라 하고, 극작가는 말이 안 되는 말을 자꾸 글로 쓰는데, 이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것 같았다. 뭐 4대강을 살려야 하니 보 공사를 하자는 것과,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 행해진 인사권을 강행하는 정도?
검열관은 계속 자기 이야기만 하고, 극작가 역시 자기 주장을 펴는데, 어느 순간 검열관과 극작가가 서로 통하고 인정하게 된다. 그 순간 7월에 참관했던 김두식 교수님의 강연회가 생각났다. 교수님은 본인이 아무리 강연회를 열고, 책을 내더라도 자기를 찾아 오는 사람은 늘 '같은 편'인 사람 뿐이라고 한탄하셨다. 같은 편인 사람들을 상대로만 이야기를 하니, 결국은 뭔가를 하는 것 같아도 변화는 없다고 씁쓸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같은 편끼리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는 것,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신 것이다. 그리고 이 연극도 마찬가지로 그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그래서 며칠을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옥신각신 하던 두 사람이 마지막에는 소통의 힘을 느끼고 화해의 길을 걷게 된다. 그 과정이 결코 재미있고,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비단 큰 연대의식으로 묶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소통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린 애초에 달랐으니까 안돼, 이런 식의 포기가 아닌 그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 보는 것. 참.. 말은 쉽지만 역시 행동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