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의 실종 을유세계문학전집 95
아시아 제바르 지음, 장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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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국은 어디야? 내 땅은 어디에 있어? 내가 잠 잘수 있는 땅이 어디에 있지? 나는 알제리에서 이방인이고, 프랑스를 꿈꿔, 프랑스에서는 더욱 더 이방인이고 알제를 꿈꾸지. 조국이란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곳인가?" - 베르나르 -마리클레스의 <사막으로의 귀환>에서_ 소설 <프랑스의 실종>에서 재인용

20여 년간의 프랑스 망명을 접고 고향인 알제리의 카스바로 돌아온 40대 중반의 남자 베르칸,

아버지의 유산인 바닷가 작은 오두막에서 늘 꿈꾸어왔던 글을 쓰려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성과 사고의 문어로써 프랑스어, 그러나 감정과 느낌의 구어로써 아랍어 사이에서 혼란을 느낍니다. 특히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아랍어의 생경함은 ... 젊은 어부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아랍어 또는 사투리의 감각을 찾아 갑니다. 그 과정의 혼란스러움과 안타까움을 프랑스에 있는 애인 마리즈에 대한 사랑으로 치환됩니다.

"사랑하는 마리즈/마를리즈, 당신의 이름처럼 내 동네로의 복귀에 대한 나의 실망감이 배가... ...." p.79

"~ 나는 그와 이야기 할 때 사투리만 쓰고 있다오 상실된 수많은 단어들과 부활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언어의 춤 같은 것을 다시 발견했다는 흥분... " p.29

아랍어와 프랑스어, 두 언어의 경계에서의 방황은 베르칸이 고국 알제리와 청춘을 보낸 프랑스 사이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 마치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배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표현일 것입니다.

"~ 돌아온 것이다. 정말인가? '내가 정말 여기 있는 건가?'내 안에서 이렇게 묻는 목소리는 프랑스 단어에서 어머니의 단어로......,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이쪽 기슭에서 저쪽 기슭으로 흔들이며 머뭇거린다. " p.34

그리고 나디즈라는 여인을 만나며, 지배자의 언어였던 프랑스어와 피지배자의 언어인 아랍어는 베르칸의 글쓰기에서 화해를 이룹니다.

"나는 피할 수 없는 왜곡을 감수하고 글을 쓸 수 있을 뿐이다. 그녀는 아랍어로 말했는데, 다른 언어로 그녀의 말을 기억해서 이야기 한다면, 그 글이 진정으로 그녀의 부재에 대한 위안이 될 수 있을까?" p.157

아랍이라는 뿌리와 프랑스식 사고의 경계에서 어렵사리 화해를 이룬 베르칸은 성장소설로써 <청소년>을 남깁니다. 그리고 90년대 알제리의 혼란스런 정치상황 속에 실종됩니다.

"30년이 지났는데도 과거 전쟁의 상흔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국민 전체를 이끌기 위해 병영과 모스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 ..." p.160

30년 만에 돌아온 고국 알제리에서도, 30년간 망명생활을 했던 프랑스에서도 온전히 그 속에 속하지 못했던 경계인 베르칸은 이렇게 실종됩니다. 90년대 알제리는 해방전선의 오랜 집권에 따른 부패와 경제침체로 이슬람 과격세력이 세력을 키우고, 결국 선거에서 승리한 이슬람전선을 군부가 불법화하면서 내전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제리 국민들만 고통을 겪게 됩니다. 아직도 이슬람전선은 정부를 상대로 투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립이라는 꿈은 이루어졌지만, 모두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라, 또 다른 독재, 그리고 그에 대한 반대 세력 역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원리주의 세력이라는 현실...이러한 현실은 베르칸과 같은 경계인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차가운 세상이었습니다.

알제리 여성작가인 아시아 제바르의 이 소설은 60년대 독립 전후의 알제리와 90년대 정치 격변기의 알제리를 배경으로, 망명지와 고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경계인 베르칸이라는 인물을 통해 좁게는 한 사람의 회상과 사랑, 넓게는 알제리 나아가 아랍의 현실에 대한 비판까지 포함한 소설입니다.

특히 프랑스어와 아랍어로 상징되는 지배와 피지배, 이성과 감성의 표현, 작가 자신이 프랑스어로 글쓰기를 하며 늘 느꼈을 법한
뭔가 부족한 아쉬움의 원인, 즉 자신의 모어인 아랍어를 통해서만 온전한 감정의 표현이 될 ......
솔직히 지금 저도 이걸 뭐라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아무튼 혁명가도 아니고, 그리고 소시민도 아닌 경계인인 주인공 베르칸의 생각을 따라 뜨거운 사랑과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의 복잡미묘함, 그리고 아랍거리(주인공의 고향인 카스바와 수도 알제의 거리)의 풍경과 시대적 배경을 한번에 보여주는 두껍지 않지만, 두터운 소설입니다.

긴 겨울밤, 일독을 권합니다. ^^

(을유문화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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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마리 개미
장영권 옮김, 주잉춘 그림, 저우쭝웨이 글 / 펜타그램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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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쩌면 개미같은 존재일지도....
[나는 한 마리 개미], 주잉춘 그림, 저우쭝웨이 글, 팬티그램.
그림책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주로 각종 수상작을 중심으로 보는 편입니다.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이력과 표지의 매력에 펼치게 되었습니다. 개미의 눈으로 본 삶과 세상에 대한 간결한 문장들...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여백들... 분명 아름다운 책이고 문장은 간결하게 이미지와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어가 우리말로 바뀌면서 글이 주는 느낌은 많이 약해진 아쉬움이 남습니다. #개미#그림책#한마리개미#중국문학#북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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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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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로 본 현대사,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공저, 서해문집.
“...... 안 읽은 게 아니라 ‘못’읽은 것은 아닐까? ... ...” p.307 책을 읽지 않는 현상에 대한 글쓴이들의 분석에 크게 공감합니다. 팍팍한 현실에 쫓겨 독서라는 문화활동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대별로 어떤 책들을 왜 읽어왔는지를 통해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영하작가의 [무협학생운동], 아침, 1992는 꼭 한번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서해문집#대한민국독서사#독서사#책읽기의 정치학#독서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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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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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로 본 현대사,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공저, 서해문집.
“...... 안 읽은 게 아니라 ‘못’읽은 것은 아닐까? ... ...” p.307 책을 읽지 않는 현상에 대한 글쓴이들의 분석에 크게 공감합니다. 팍팍한 현실에 쫓겨 독서라는 문화활동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대별로 어떤 책들을 왜 읽어왔는지를 통해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영하작가의 [무협학생운동], 아침, 1992는 꼭 한번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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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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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사이...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사이...
[이기적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016 ... 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정의가 주관이 아닌 행동에 근거한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 다만 이 행위가 이타 행위자의 생존 가능성과 이타 행동의 수혜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는지 아니면 낮추는 효과를 내는지만이 중요할 뿐이다. p.43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유전자]는 인간은 단지 유전자의 명령에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존재일 뿐이라는 거죠. 그리고 유전자는 자신의 보존 외에는 관심없는 이기적 존재라는 겁니다. 그러면 사랑은 무엇일까요? 이타주의는? 도킨스는 이것들 역시 유전자의 계산에 따른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20대 후반에 처음 읽었을 때, 맞아!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간의 이타적 행동들은 결국 본인의 만족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 많은 시간이 지나고 제 사고의 폭이 조금은 넓혀진 지금은 도킨스를 비판적으로 읽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문제점은 지나친 생물학적 결정론인 것입니다. 유전자도 환경에 적응하여 변하듯이 결국 모든 것은 상호작용의 결과가 아닐까요?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도리어 이타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존과 전달을 위해 자연은 홉스류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보다는 조화와 협력, 그리고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기주의 보다 이타주의가 종족의 유지에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감히 리처드 도킨스 같은 대학자의 글을 읽고 느낀 생각들을 주절주절합니다. 여러가지 생각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을유문화사#이기적유전자#@eulyoo#리처드 도킨스#사회생물학#이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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