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
오다 아키노부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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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봤을 때는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가득하겠다는 기대를 했었다.

채식 식당에 대한 이야기니까 요리 사진이나 가게 분위기 정도는 사진으로 보여주는 줄 알았다.

요즘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강조하는 사회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텍스트를 강조하는 책이다.

글에서 카레향기가 나기도 하고 향료를 느낄 수도 있다.

분명 일본인 작가인데 번역책이라는 느낌이 없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 글을 쓴 느낌이랄까...

번역가 김민정 님이 작가라 그런가보다.

일본어 번역을 꿈꾸는 나에게는 유려한 번역투가 아닌, 수수한 우리 말투의 표현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저자는 출판 편집 일을 하다가 식당을 개업하면서 지냈던 그동안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중년의 남자와 채식'이 그다지 썩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이 또한 편견이리라. 건강을 위해 채식을 실천했던 것이 아닌, 우연찮게 채식을 접하고 접해보니 나쁘지 않고, 나쁘지 않다 보니 자주 실행하게 되고, 자주 실행하다 보니 좋아지고, 좋아지다 보니 채식에까지 이르게 된 배경 또한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비싼 채식요리를 최대한 저렴하게, 자극적이지 않은 채식요리에 양념을 더해 맛있게, 고군분투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원하는 것을 실행한다. 이 부분이 일반인과 많이 다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명회사에 취직하고 싶어 일하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 가고 싶다고 가고, 나와서 편집에 대해 1도 모르는데 편집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책도 만들고 마지막엔 식당까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나.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행하고 또 꿋꿋이 해낸다. 그 일들 중에 왜 힘든 일이 없겠는가. 모든 일들이 마찬가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따라오는 법. 힘든 일들을 아내와 친구들 그리고 본인의 의지를 더해 살아낸다. 나도 그렇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전해준다.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다. 채식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의 삶과 철학을 아주 소소하게 풀어낸다. 옮긴이는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이것이 우리 삶을 가늠하는 잣대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시절이 되었다. 동물을 먹느냐 마느냐의 선택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 그 대답이 자신의 인생을 말해주는 척도가 된다'(p.310)고 끝마무리에 말한다.

 

어떤 일이든 우리는 선택을 한다. 그 선택에 옳고 그름의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단, 오롯이 '나'만 존재할 것이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그동안의 내 선택지를 곰곰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p.58

프리랜서 편집자의 일은 시간과 체력을 잘라서 파는 것과 같다.

p.120

채식에도 선민 의식이 필요할까? 꼭 유기농이어야만 할까? 애니멀 아이츠 입장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싸고 맛있는 채식 식당도 하나쯤 필요하지 않을까?

p.221

비난을 각오하고 말하자면, 어쩌면 인간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통념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열심히 양파를 볶거나 육수를 내는 것처럼 한 가지 작업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맛의 영역에 노력이 침법한 결과 맛있는 음식이 노동력을 갈아 넣어야만 얻을 수 있는 개념으로 정착해버린 것은 좀 안타깝다.

p. 242

이 첫 사회운동은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인지하게 된 사건이다. 탄원서 쓰는 법도 몰랐고, 구청을 설득하는 방법도 몰랐다. 계획적인 지자체와 비교해 우리는 ‘성의‘로만 무장해 있었다. 성의를 다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우리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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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개정증보판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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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제목이다.

아무데나 가도 우리나라는 멋있고 근사하다.

이 책은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이라는 부제를 달고 소개한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마음이 부쩍 바빠졌다.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근처 문화센터에서 적당한 수업이나 체험을 하며 주말을 보냈는데, 학교에 가고 나니 여행을 다녀야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에게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정말 감사했다.

요즘 부모들은 박물관이다 동물원이다 과학관이다 수목원이다 캠핑이다 등등 뭔가 그럴듯하게 갖추어진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나도 그런 곳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줌으로써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나도 왠지 부모 노릇을 좀 하는 것 같은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모들에게는 그닥 쓸모가 없다.

 

이 책은 자연을 담고 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하면 아마존 정글이나 밀림(TV 방송에서 많이 나와서)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대단한 것들이 아닌, 작은 꽃, 계곡, 바위, 나무 등 우리 곁에서 우리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관심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 안으로 뛰어드는 그런 작은 우리의 자연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렇게 한참을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찾아주지 않았던 오지 마을의 생경스러움을 친근하게 담고 있다. 그곳에 가면 마음과 몸이 정화되고 치유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을 소개하고 있다. 오지이다 보니 강원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를 소개한다. 평소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곳 중에서 단 한 곳도 내가 가본 곳은 없다. 그래서 무척 더 기쁘다. 한군데씩 가보면 되니까.

 

여행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그동안 가이드를 하며 다녔던 곳을 소개하는 이 책은 관광지가 아니라 트레킹 혹은 드라이브에 적당한 장소들이다. 근사한 식당을 소개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곳에서 허름하지만 맛있는 식당, 가끔은 부녀회에 부탁한 식사들을 소개한다. 그마저도 운치있다.

 

책에 소개된 많은 사진들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게 만든다. 좋은 계절들과 꽃이 피는 개월 수 등을 소개하기 때문에 날짜에 맞춰 1년 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그 경치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안아주고 걷고 함께할 수 있는 그때를 상상할 수 있어서였다. 해외에 나가서 좋은 거 많이 보고 새로운 거 많이 경험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금전적인 부분을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그곳의 향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우리 가까이에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사실에도 무척 놀랐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시끄러워지고 더러워지고 복잡해지는 일들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이제 나도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했으니 조용히 깨끗하게 여행하는 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길을 걷고 각자의 꿈을 꾸며 각자의 아픔을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p.70

초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강의 물빛을 보러, 주저 말고 떠나야 한다. 정선과 영월을 걸쳐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의 자태는 환상적이다.

p.177

구와우마을은 소 아홉 마리가 배불러서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땅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구와우에서는 몇만 평의 땅에 해바라기를 심어서 축제를 열기도 한다. 그만큼 이곳은 모든 것이 배부를 정도로 풍요로운 땅이란 뜻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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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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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정말 오랜만이다.

언제인가부터 난 시를 읽지 않았다.

아마 류시화 시집을 끝으로 시는 더 이상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삶이 바빴고 읽어야 할 책들은 넘쳐났다.

여유를 가지고 한 장 한 장 시를 음미해가며 읽기엔 내 삶이 녹록치 않았고,

내 마음의 여유도 빠듯했다.

 

그 삶에 잔잔한 돌맹이라도 던지듯

이 책이 다가왔다.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조금은 시간을 내어도 된다고..

조금은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라고..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는 사랑, 여행, 친구,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을 울리는 글이라기 보다 마음을 흐르게 하는 글이다.

감동을 주기 보다 일상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어디에 무언가 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곁에서 있는 것들을 말하는 글이다.

그래서 새롭다.

그래서 익숙하다.

그래서 편안하다.

 

어느 순간 시가 어렵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일까?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감 속에서 시를 조금씩 멀리했다.

어느덧 시는 내 곁에 없었다.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가 내 곁에 왔다.

그냥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저자의 생각보다 읽고 난 후의 내 느낌에 충실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그리고 시는 내 곁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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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 - 의심 많은 사람을 위한 생애 첫 번째 사회학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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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 글>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착한 사람들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 "친구를 사랑해야 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숭고한 가치들

믿음, 사랑, 소망, 애국, 도덕, 성실, 열정, 인내....

이 가치를 기준으로 열심히 살아왔건만,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까?

세상이 이상한 건지, 내가 이상한 건지.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많을까?

혹시 지금 내가 힘든 것이 내가 믿었던 그 숭고한 가치들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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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짜릿하다.

스릴러를 연상시키듯 나를 깜짝 놀래켜 줄만한 내용들이 잔뜩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책을 읽은 후 내 마음은.. 기대는 무너지지 않았다.

단, 나의 무관심과 무지, 의심하지 않았던 습관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성향들을 반성했다.


몇 년 전에 웹상에서 '프로 불편러'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불편함을 드러낸다고 해서 그들을 비꼬는 말투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럴 거면 한국에서 살지 마라. 뭐 그정도로 그렇게 발끈하느냐. 그래서 뭐?? 등등

잘 길들여졌던 나는 불편하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도 그걸 비꼬는 사람들도 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왜 불편해 할까 생각하고, 그걸 왜 비꼬지라고 생각했을 뿐.

그렇다고 나도 그래야지, 아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이런 반성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하고 잘(?) 길러졌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많은 생각과 행동들은 정말로 내가 원했던 일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회 환경이 나를 그렇게 키워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나도 많은 내용들이 내 뒷목을 잡았다. 이걸 다 어떻게 얘기하지 싶을만큼 많은 내용들이..

나는 저자와 비슷한 70년대 생이다. 8~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여자다. 의심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내 삶이, 남을 의심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내 생각들이 왜이리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개인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개인에게 어떤 강요를 하고 있는지 말한다. 이런 사회를 드러내는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를 통해 사회를 제대로 바라볼 시야를 갖추웠다면 더 구체적인 사회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장을 추적하고,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느끼는 순수한 감정을 의심하고 한 개인이 특정한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햇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한다.


우리에게 정말 자유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자유의지가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것대로 살지는 않는다(p.21)"고 말한다. 그리고 사회가 어떤지와 무관하게 '내가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며 이 착각을 깨트려야 한다고 한다. 사회는 명백히 존재하고 그것은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라는존재가 내 피부와 밀접히 닿아 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해야지만, 우리는 사회 변화를 적극적으로 촉구할 수 있다(p.23)고 말한다.


가톨릭에서 사제(신부)의 자격에 여성을 제한시키는 것(p.50)에 대한 문제도 언급한다. 사목 활동으로 남성이 적합하다는 하느님의 뜻으로 봐야 한다는 가톨릭의 입장은 2000년 전 이야기를 근거로 내세운다. 과거와 현재의 다른 사회적 기준 중 어느 쪽이 맞는지 따질 필요는 없다. 핵심은 개인이 사회라는 벽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사회 안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나를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비로소 가능해진다(p.51)고 저자는 말한다.


박정희 정부가 강조한 이순신 장군과 신사임당에 관한 이야기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없었던 현모양처가 1960년대와 70년대에 전형적인 한국 여인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남성은 산업 현장에서 불만 없이 죽도록 일하고 여성은 집안일과 자녀 교육을 불만 없이 책임져야만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독재는 은폐된다(p.84)는 이야기는 그렇게 살아온 나에게 이건 뭐지? 의문을 남긴다.


아기돼지 삼 형제와 자본주의 논리에서는 우리가 어떤 특정 대상을 보고 '좋고 나쁨' 혹은 '옳고 그럼'이라는 가치판단을 이미 학습당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것, 우리는 어떤 대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에 따라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으며 대상의 원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강요받은 이미지로 현상을 받아들인다(p.95)고 말한다. 


1980년대 담배는 불쾌한 이미지라기보다 적당한 기호라고 생각했다. 나쁜 기호식품이지만, 성인 남성들만이 할 수 있는 마초적인 성향을 잡은 어떤 낭만을 기억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도 담배를 피우느냐'며 불쌍한 사람 보듯 쳐다본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아파트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미지가 변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각종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된 사실을 들여다보는(p.166) 내용도 흥미로웠다. 나는 마냥 인천국제공항이 서비스가 좋으니까 10년 연속 세계1위의 자리를 유지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85.6%가 비정규직이라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서비스가 좋지 않았다면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원들의 눈물이 떠올랐다. 이것이 서비스 1위의 이면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저자의 대안은 이렇다. '정치적 시민'이 되는 것. 생각부터 다르게 해보자는 것. 대안이 없어도 비판할 수 있다는 것. 대안 없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그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 즈음 해두고 싶다. 책에는 훨씬 더 많은 사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이 많다. 중년이라면 중년 나름대로, 청년이라면 청년 나름대로, 노년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회학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읽어보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p.159

비판의 초깅 거세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먹고사는 문제에만 물두한다. 비판이 없으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비판은 ‘때‘가 없다. 목격하고 인지하는 순간이 ‘때‘다. 비판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비판적 사고는 ‘이성‘에 충실한 인간의 자격이자, 더 나아가 자신이 동물과 다른 인간임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오늘의 지혜가 내일의 어리석음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언제나 당신의 믿음을 의심하길 바란다. "인류가 성인이라 칭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기청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혁명성"이었음을 기억하자.

p.195

감정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띤다. 그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도 아니고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오랜 기간 이어지고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삶의 바탕이다. ... 감정을 사회적인 지평에서 분석하고 역사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마음의 습관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당연시되는 감정이 일정한 사회 문화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마음의 습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서의 얼개를 비판적인 눈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김찬호) 중에서...

p.289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애국의 가장 고귀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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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나를 고생시키지 않을 인생 습관 - 내일의 네가 오늘의 너에게 감사할 당신에게
탕무 지음, 박주은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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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나 자신으로 귀결된다.

제법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뭔가 나를 각성시켜준다는 생각에서였을까.

조금 느슨하다고 생각이 들 때면 자기계발서를 꺼내들었다.

내용이 길지 않고, 임팩트가 있고, 잠깐만 읽어도 다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내일의 나를 고생시키지 않을 인생 습관>은 그렇게 가볍게 읽는 책은 아니었다.

논어, 주역, 삼국지, 맹자, 채근담, 미국의 대통령, 사업가들에 대한 일화, 중국의 사업가들 등등 누구나 한번쯤은 시도해봤을 법한 묵직한 책들에 소개된 일화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내용을 꾸며주고 있다. 이렇게 해라.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단순한 명령이 아닌, 이야기의 예시가 무척이나 다채롭다.


우리나라 저자의 자기계발서도 많이 읽었지만, 정말 많이 읽었던 것은 일본 자기계발서였다. 가볍고 짧다. 깊이보다는 잠깐의 충격요법으로 만족했다. 이 책은 주제마다 기억해두고 싶은 문구가 있을만큼 가볍게 읽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두고 곱씹어 보며 읽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17가지 주제에 대해 다방면으로 말하고 있다. 모두 다 없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그 중에서 내 마음에 새겨진 단어는 "인내"였다. 잘 참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에 속하는 나 또한 인내는 무척이나 힘든 단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내 없이 열매가 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빠르고 간단하고 짧고 선명하고 도드라지고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세상에서 노력하고 기다리고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성공 가도를 달리기 위한 지름길을 가르쳐주기 보다, 변명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하루를 뚝심있게 살아내는 나에게, 내일의 내가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훌륭하다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자기계발서 책으로서는 조금 많은 페이지이지만 이야기가 많아 읽는 속도는 수월했다. 문구, 문장, 단어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소장하고픈 자기계발서를 찾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p.12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분야에서의 성과가 다르게 자란다.

p.15

우리는 모두 진지하게 자문해보아야 한다. 어째서 좋은 일은 항상 남에게만 일어나는 걸까? 사실은 우리가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노력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p.26

자신이 충분히 우수해지기 전까지는, 어디를 가도 대접받지 못하는 시기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깜깜한 하늘만 끝없이 펼쳐지는 그 시간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철저히 혼자 이겨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신을 눈부시게 만드는 성장과 축적은 바로 그 지독한 고독의 지간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당신이 충분히 우수해지고 나서 세상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모두가 눈 비비며 당신을 우러러보게 되는 것이다.

p.34

꿈이라는 것에 대해 마윈(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한 말이 있다.

"우선, 꿈 자체가 잇어야 합니다. 사람이 진정으로 부유할 때는 바로 꿈을 가졌을 때입니다. 둘째,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꿈이어야 합니다. 꿈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끝까지 붙들 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알리바바가 성공한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결요?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밀고 나간 것이죠. 지금도 인터넷 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우리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버틸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p.43

성공의 빛나는 겉포장이 감싸고 있는 내용물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덤불과 같은 고달픔, 막막하고 외로웠던 긴긴 시간들이다. 남들은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운 빛나는 성취를, 그들은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바로 그 막막한 가시덤불 전체를 온몸으로 통과해냈기 때문이다.

p.47

가시 하나 박혀 있지 않은 순탄한 삶이란 본래 어디에도 없다. 남들이 가보지 못했을 무언가를 지금 꿈꾸고 있다면, 그 길 위에 도사리지 않을 리 없는 비참한 곤경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남들은 꿈조차 꾸지 않을 무언가가 당신의 소망이라면,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남들이 하지 못할 수준의 노력을 당신만은 끝까지 지속하는 것이다.

p.57

하늘은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맨입에 거저 떡을 넣어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작동하는 가장 냉정하고 확고한 법칙은 바로 ‘인과‘다. 성실하게 보낸 하루하루가 성공을 위한 준비가 되고, 허망하게 보낸 하루하루로 인해 성공에서도 점덤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p.67

그저 열심히 남보다 앞서 가려고만 할 뿐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살피지 않으면, 나중에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장소에 도착해 있을 수 있다. 정확한 방향이 부재한 노력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허망한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기억하라. 노력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맞는 방향‘이라는 사실을!

p.161

어떤 경우에도 "절대"라는 말을 쉽게 내뱉어서는 안 된다. "절대"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든 그 방향이나 수준, 기한 등에 대해 30% 정도는 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여지를 허락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얼마간의 여유를 남겨두는 것과 같다.

p.195

"인내야말로 모든 재앙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귀한 보물"

p.247

세상의 어떤 성공도 단숨에 나를 향해 달려와주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성공을 만나기 전에, 무수히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p.251

노력은 사람이 하지만, 성사는 어디까지나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 불가능에 대한 극심한 목마름은 대개 어리석은 집착이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여유만 있다면 눈앞의 풍경도, 마음의 경지도 한층 더 광활해진다.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 없다는 것은 노력이나 추구를 포기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힘을 내려놓은 가뿐한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미다. 이런 탁 트인 마음은 성숙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이자, 자기 내면의 확신과 자신감의 표현이다.

p.318

인생에서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릴 때는 독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 버리기가 어렵지 일단 버리고 나면, 삶은 놀라우리만치 가벼워진다. 구속으로 변해버린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버려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교만이라면, 교만을 버려야 마음이 평온해진다. 허망하기만 한 망상이라면, 망상을 버려야 눈앞의 진실을 투명하게 마주 볼 수 있다. 마음이 붙들려 매인 걱정이 있다면, 걱정에 대한 집착을 잠시라도 내려놓아야만 홀가분해진다. 단순하다. 그것을 버려야만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

p.338

기회의 ‘사과‘는 누구의 머리에나 한 번 이상 꼭 떨어진다. 그것이 ‘기회‘라는 느낌이 든다면 절대 대수롭게 넘기지 말기를 바란다. 눈앞에 잠시 고난이 펼쳐질 것 같더라도 함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기회는, 그것을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 확실하게 붙들어야만 내 것이 된다.

p.375

아무에게도 미움 받지 않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만의 주관이 없어서 어떤 일에 대해서도 그 진상을 정확히 분별하지 못한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목적이나 심리적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상 누구도 모든 사람의 동의와 인정을 받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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