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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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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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었다. 유리병이 땅에 떨어져 깨지면서 반딧불이가 날아올랐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방향도 모른 채 계속 달렸다. 제때 시설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것, 고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
그는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만졌다. 뺨에 닿는 손바닥이 평평하게 느껴졌다. "하느님." 나는 말했다. "용서할게. 날 용서해줄래?" 하지만 누가 무엇을 원했는지, 왜 그랬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의 작고 따뜻한 뺨을 내 가슴에 대고 안아주었다."

<역노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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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소재가 신선했고, 그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역노화>는 단순한 과학적 상상력을 넘어, 삶과 시간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었다. 주인공의 내면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으며, 시간의 흐름과 기억,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작가의 탐구가 돋보였다. 신박한 설정과 흥미로운 전개 속에서도 문학적 깊이를 놓치지 않아, SF와 문학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서사가 이어져, 긴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선사했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이야기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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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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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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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의 세계》조우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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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
《클로디아의 비밀》은 너무 재밌어서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가출을 해서 미술관에 숨어든 남매의 모험담이다. 
...
《클로디아의 비밀》에 나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 보고 싶다.

p.56
그 애 이름이 새롬이라는 것, '세로'와 비슷하다는 건 운명처럼 느껴졌다.
가로는 세로를 만나는 게 운명이다. 이제부터 그 애를 세로라고 부를 거다. 

p.121
"그나저나 너, 소원은 뭐 빌었어?"
"비밀."
"아, 치사하게."
"궁금해?"
"나도 네 소원 들어 달라고 같이 빌었단 말야."
"너한테만 말해 줄게. 입 밖에 낸 적이 없어서."
"말해 봐."
"중학교 교복, 입을 수 있게 해 달라고."

*

주인공 제갈호와 오새롬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서로를 ‘가로’와 ‘세로’라 부르는 두 아이의 따뜻한 우정이 펼쳐진다.

제갈호(가로)는 걸을 수 없어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하루는 병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네 개의 가로선과 네 개의 세로선이 만들어낸 정사각형 열여섯 개. 그 작은 틀 속에서 그의 세계는 한정되어 있었다.

어느 날, 병원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한 권의 책, 《클로디아의 비밀》. 책장을 넘기던 그는 책 속에서 이상한 낙서를 발견한다. 그렇게 가로는 '새롬(세로)'을 알게 된다. 새롬은 같은 병원에 머무르고 있지만, 서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책 속에서, 그리고 노란 포스트잇 위에서 둘은 자유롭게 만나기 시작했다.

책 한 권, 작은 포스트잇 몇 장이 두 사람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가로는 더 이상 천장만 바라보지 않았다.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롬의 글씨를 찾을 때마다 그의 세계는 조금씩 넓어졌다. 둘은 언젠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함께 가자고 약속하며, 애틋한 친구가 된다. 

*

✒️ 마지막 장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먹먹해졌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클로디아의 비밀》을 주문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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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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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으로 : 클랑쿤스트 Klangkunst - 소리-공간-미디어-신체
슈테판 프리케.오현주 엮음 / 아트북프레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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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으로: 클랑 쿤스트(Klangkunst)
/슈테판 프리케•오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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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8
하루는 슈테판 프리케(Stefan Fricke)에게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클랑쿤스트(Klangkunst)는 무엇이고 사운드 아트(Sound Art)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그 어떠한 용어보다도 ‘예술‘이 더 중요하죠.˝
...
한국에서는 대체로 소리와 예술을 접목한 장르를 ‘사운드 아트‘라고 부르며, 그 종류 또한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이뤄진다.
...
어찌되었건 한국에서 사용하는 이 개념 ‘사운드 아트‘는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자 자연스럽게 한국에 정착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운드 아트의 본거지 중 하나이자 활발한 씬을 가진 독일에서 본 클랑쿤스트의 기준은 나에게 좀 까다롭게만 느껴졌고, 그렇기에 이 용어와 장르의 본질부터 다시 파악하고 싶었다. 이는 분명, ‘사운드 아트‘와는 다른 성질을 띄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온 질문 중 하나, 클랑쿤스트(Klangkunst)는 도대체 무엇인가.

P. 53
클랑쿤스트(Klangkunst)는 음향적인 것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부분도 포함됩니다. 클랑쿤스트에 대한 정의은 굉장히 다양한데요. 특히 1970년대와 오늘날의 정의는 큰 차이를 갖습니다. 저에게 클랑쿤스트란 일반적으로 분리되어 있거나 역사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것들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P. 96
˝Dreaming of a Major Third˝(장3도를 꿈꾸며)는 두 종들이 결코 완전한 3도의 음정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P. 136
우리는 이 작품이 실제로 어디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악보일까요, 연주일까요, 아니면 두 가지 혼합된 것일까요? 음악학에서는 작품의 귀속을 작곡가, 즉 악보에 명확히 돌립니다. 그러나 악보는 소리 결과물에 대해 어느 정도로만 설계된 가능성의 공간을 나타낼 뿐이죠. 악보는 여전히 열려 있고, 모호하며, 비구체적입니다. 그리고 해석자가 요구되죠. 그저 읽기만 하는 경우에도 말이죠. 반면에 사운드 아트는 항상 구체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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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랑쿤스트의 정의를 탐구하는 내용을 읽으며, 악보로 연주되는 음악이 ‘모호하다’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악보는 소리의 결과물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의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연주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음악은 열린 구조를 가진다. 반면, 사운드 아트는 항상 구체적이며, 그 자체로 완결된 형태를 띤다고 한다.

그렇다면 음악(소리 예술)이 포함된 클랑쿤스트는 단순한 음악의 개념을 넘어, 보다 확장된 예술의 한 형태로 이해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클랑쿤스트는 단순히 소리를 활용한 예술이 아니라, 시각적 요소까지 결합된 총체적 예술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음악보다는 현대 예술에 가까운 학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소리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새롭게 질문한다. 음악을 잘 몰라도(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더욱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소리에 대한 색다른 시각과 예술적 탐구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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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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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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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책도 빨리 받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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