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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평점 :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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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었다. 유리병이 땅에 떨어져 깨지면서 반딧불이가 날아올랐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방향도 모른 채 계속 달렸다. 제때 시설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것, 고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
그는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만졌다. 뺨에 닿는 손바닥이 평평하게 느껴졌다. "하느님." 나는 말했다. "용서할게. 날 용서해줄래?" 하지만 누가 무엇을 원했는지, 왜 그랬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의 작고 따뜻한 뺨을 내 가슴에 대고 안아주었다."
<역노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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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소재가 신선했고, 그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역노화>는 단순한 과학적 상상력을 넘어, 삶과 시간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었다. 주인공의 내면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으며, 시간의 흐름과 기억,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작가의 탐구가 돋보였다. 신박한 설정과 흥미로운 전개 속에서도 문학적 깊이를 놓치지 않아, SF와 문학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서사가 이어져, 긴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선사했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이야기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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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