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여자
하성란 지음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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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소설은 재미있다. 분명 다른 여성 소설가들하고 틀리다. 그네들이 주로 남녀간의 아련한 사랑을 모티브로 한다면 그녀의 소설은 주변 모든 사물에 그 시선이 머문다. 하찮은 분홍색 욕실화까지도 그녀의 소설에서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훌륭한 소재가 된다.

일전 TV 단편드라마로도 선을 보였던 [악몽]은 스릴과 반전이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고, 그 꼭대기 위에 나도 깃발을 꽂고 싶다고 했던 [깃발]과 날고 싶은 욕망을 그린 [촛농 날개]는 무척 신선했다. [곰팡이 꽃]의 심한 악취는 쓰레기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머릿속에 오래 남게 했다.

그녀의 소설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희곡과 많이 닮아 있다. 사물 하나 하나에 상징이 들어 있는 것과 그녀가 좆는 시선들이 관객(독자) 입장에서 보면 사뭇 진지하고 골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 속 고립무원에 갇힌 주인공 개개인의 욕망과 갈등, 괴기한 행동들은 연극배우들 못지 않게 흥미롭다.

앞으로도 작가의 건필을 바라며 계속적인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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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추는 천연 기념물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
박상률 지음, 최민오 그림 / 시공주니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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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쉽게 읽히고, 깊이 공감하고, 오래 기억에 남은 게 좋은 동화책이라면 이 책은 좋은 동화책인 거 같다.

고래잡이?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나 같은 노처녀도 생경한 이 단어가 정녕 그들(남자)만의 용어였던가? 새삼 그들만의 은어에 소박한 웃음이 난다.

준영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반 아이들이 대게 그렇듯 포경수술을 해야하는 크나큰(?) 고민에 빠져있다. 하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서고, 하지 않으려 하니 친구들의 놀림이 싫다.

준영이의 할아버지, 아버지 혹은 대중목욕탕에서 본 옆집 중학생 형아의 그것(?)은 분명 자기의 그것과는 틀렸다.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뚫고 나가야할지를 고민하는 준영이가 못내 귀여웠다. 글 못지 않게 그림 또한 흥미롭고 웃음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아직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내겐 준영이랑 동갑인 조카가 있다. 안 그래도 언니는 올 겨울방학 때 조카를 고래잡이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그 전에 조카에게 이 책을 먼저 보여주고 싶다. 조카뿐 아니라 고만한 또래 아이들에게 상당히 흥미있고 재미있어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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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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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은 무상하다'

1권 마지막쯤에 나온 말이다.
이 문구에서 나는 읽기를 멈춘 거 같다.
가슴 한 구석을 탁- 치며 울리는 울컥함.
덮은 책 표면 위로 제목이 불투명하게 어른거린다.

<오래된 정원>
사실 이 책은 읽기를 미뤄왔던 책 중 하나였다. 제목부터가 (말라비틀어진 이름 모를 나무 몇 그루만 덩그러니 있을 것 같은) 나로 하여금 어떤 끌림을 주지 못했고...작가...너무 유명한... 고집 깨나 있어 뵈는 작가가 한 몫을 한 것도 부정하고 싶진 않다.

난 역사를 잘 모른다.
파란만장했던 그 시대, 80년대를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과정이 무시된 채 결론만 가지고 다 아는 듯 하는 현실이 때때로 안타깝고 지겨울 뿐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은 나를 흥미롭게 한다.
그 만큼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하물며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란 말할 것도 없겠지.

'당신은 그 곳을 찾았나요?'

윤희의 간결한 음성이 들리는듯 하다.
한결같이 그 곳을 고집하는 현우의 대한 윤희의 애정어린 질책이 아닐까.
굴곡의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거부했던 두 사람.
아직도 그 어딘가에서 표류를 멈추지않고 있을지도...

<오래된 정원>
그 곳은 어쩜 초라한 이름 모를 나무 몇 그루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무는 분명 거목중의 거목이었다.

여러가지로 아픈 구석이 많은 소설이다.
오래도록 가슴 한 구석을 후비다 가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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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필립 빌랭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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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상황에서든 사랑은 존재하고 남녀를 불문하고 질투라는 이름으로 전이된다. [단순한 열정]에 이어 [포옹]은 이전 작품에 복사판이다. 다만 여성과 남성이라는 시각만 다를 뿐. 모든 처음이 아닌 두 번째는 쾌감이 덜하다.

[단순한 열정]의 A가 그녀가 사랑한 첫 번째라면 필립 빌랭은 그녀가 사랑한 두 번째이다. 해서 긴장감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물론 필립 빌랭에게 그녀는 첫 번째였다.

독자에게는 [단순한 열정]이 첫 번째라고 [포옹]은 두번째이다. 짧은 책이지만 [포옹]은 [단순한 열정]에 비해 지루했다. 영원한 것은 없고 질투만이 난무하는 것은 사랑의 명백한 진리던가. 지독한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다소 위안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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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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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랬었다. 그때는 나이도 어릴 때였고 모든 것을 수용해서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이해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중 불륜이라는 거. 아마도 나라, 인종을 넘어 모든 사회를 통틀어 죄악으로 여겨지는 그것은 내게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였으니까. 허나 세월이 흘러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진다.

우연히 내게 온 책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단숨에 읽었다. 아마도 안 되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지 싶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모든 것들을 소소이 기억하고 간직하고 남겨두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의 심리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모든 걸 남긴 그녀는 어쩜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그가 떠난 후 그녀는 에이즈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하고...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아픈 사랑을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구구절절이 사랑얘기를 길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끝을 맺을까 한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하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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