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란의 소설은 재미있다. 분명 다른 여성 소설가들하고 틀리다. 그네들이 주로 남녀간의 아련한 사랑을 모티브로 한다면 그녀의 소설은 주변 모든 사물에 그 시선이 머문다. 하찮은 분홍색 욕실화까지도 그녀의 소설에서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훌륭한 소재가 된다. 일전 TV 단편드라마로도 선을 보였던 [악몽]은 스릴과 반전이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고, 그 꼭대기 위에 나도 깃발을 꽂고 싶다고 했던 [깃발]과 날고 싶은 욕망을 그린 [촛농 날개]는 무척 신선했다. [곰팡이 꽃]의 심한 악취는 쓰레기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머릿속에 오래 남게 했다. 그녀의 소설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희곡과 많이 닮아 있다. 사물 하나 하나에 상징이 들어 있는 것과 그녀가 좆는 시선들이 관객(독자) 입장에서 보면 사뭇 진지하고 골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 속 고립무원에 갇힌 주인공 개개인의 욕망과 갈등, 괴기한 행동들은 연극배우들 못지 않게 흥미롭다. 앞으로도 작가의 건필을 바라며 계속적인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