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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그랬었다. 그때는 나이도 어릴 때였고 모든 것을 수용해서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이해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중 불륜이라는 거. 아마도 나라, 인종을 넘어 모든 사회를 통틀어 죄악으로 여겨지는 그것은 내게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였으니까. 허나 세월이 흘러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진다.
우연히 내게 온 책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단숨에 읽었다. 아마도 안 되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지 싶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모든 것들을 소소이 기억하고 간직하고 남겨두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의 심리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모든 걸 남긴 그녀는 어쩜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그가 떠난 후 그녀는 에이즈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하고...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아픈 사랑을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구구절절이 사랑얘기를 길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끝을 맺을까 한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하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