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된 아이
셈 세퍼드 / 예니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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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실린 쌤 쉐퍼드는 배우 같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물날린 청바지에 찢어진 부츠 큼직한 버클의 가죽혁대, 그리고 카우보이 셔츠와 모자가 트레이드 마크라고 한다. 맞다 그는 배우이기도 한 극작가이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극작을 시작한 것은 바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읽고 난 후라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동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를 대표하는 가정 3부작 중 이 책 [매장된 아이]는 셋 중에 가장 음침하고 어딘가 모르게 공포스럽다. 중간까지 읽어도 뭐가 뭔지 수다스럽고 정신이 없다.

인물들간에 갈등은 있으나 그게 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가 의도하든 안 하든 이 작품은 교묘하게 잘 짜여진 소품과 설정으로 한편의 공포영화보다 더 끔찍스럽게 펼쳐진다. 아들과 엄마의 근친상간으로 인한 갈등이 주된 발단이자 사건이다. 그로 인한 고통을 가족들은 무언의 약속처럼 금기시 하게 되며 결국 한 가정의 몰락으로 치닫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들과 엄마의 근친이 왜 일어나게 되었을까하는 동기가 없다는 점이다. 단란했던 가족사에 왜 이런 끔찍스러운 일이 생겨나게 되는가의 의문을 한번쯤 가지게 된다. 어느 시대 건 근친상간이라는 소재는 파격적이다. 그러므로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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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8 0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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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이면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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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구성이 색다르다. 처절한 삶을 살아온 박부길이라는 소설가의 이력서 같은 인생이 담겨 있고, 그 작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작가(나)의 시선이 담겨 있다. 한 마디로 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과 그 작가의 평론을 기록한 또 한사람의 작가가 상존한다고 해야하나.

여하튼 이 소설에 대해 나는 탁히 뭐라 말할 수 없다. 단지 소설이 허구를 가진 글이라고 할 때 가장 소설 같지 않는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마치 박부길이라는 작가의 소설과 글들이 상존해 있어 꼭 찾아서 읽어야만 될 거 같은 충동을 느낀다.

작가는 이 책이 다른 책보다 애정이 깊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지드의 산문집 중에 한 문장을 인용했다. '나타나엘이여, 그대를 닮은 것 옆에 머물지 말라. 결코 머물지 말라. 주위가 그대와 흡사하게 되거나 또는 그대가 주위와 흡사하게 되면 거기에는 이미 그대에게 이로울 만한 것이란 없다. 그곳을 떠나야만 한다. '너의' 집 안, '너의' 방, '너의' 과거보다 더 너에게 위험한 것은 없다. 라고.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다. 작가의 어두운 어휘나 불우한 환경이 그러했고 절제된 표현들이 나를 묻어 버리는 것 같았다. 아니 들쳐 내는 것 같았다. 이후 이제 지체 없이 떠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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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 범우희곡선 12 범우희곡선 12
헨리 입센 지음, 김진욱 옮김 / 범우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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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부터가 너무도 연극적이다. 흔히 인간을 대변하여 상징하는 것들은 연극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왔다. 인형은 인간의 작은 모형이다. 그런 인형이 인간과 다른 점은 인간은 스스로 모든 걸 생각하고 자각하는 반면 인형은 그렇지 못하는데 있다. 하물며 인간인 노라가 남편이나 아버지에게 인형 같은 존재로 살아왔다면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상징으로 떠오른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난 <인형의 집>이라는 연극은 본적이 없다. 더더욱 책도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연극계에서는 끊임없이 재 공연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이 책이 세기가 바뀌고도 인형이 아닌 인간들에게 끝없이 사랑 받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주인공 노라의 잘못은 사실 너무도 사소한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기 위한 거짓 서명은 세대가 바뀐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문제는 노라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노라의 아버지나 남편은 노라가 단지 자신들의 인형에 지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결국 뒤늦게나마 노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은 충분히 반전으로 살아 남는다.

시대가 조금씩 색깔만 달리 했을 뿐 아직까지도 우리 주변에는 노라 같은 인형이 많다.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분명 억지일 것이다. 허나 여성들은 아주 조금씩 바꿔 가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서구 여성들보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좀더 읽히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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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마케팅 - 스타 경제학
허행량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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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TV나 라디오 혹은 신문을 펼치면 바로 스타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에 깨어나 TV를 통해, 그리고 버스에서 라디오를 통해, 전철에서는 신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매일 그들과 동고 동락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 즉 스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미디어를 통해 자의든 타의든 보게되고 또 정보를 얻게 된다.

방금 내가 스쳐 지나온 미디어 속에 그들(스타)은 최상의 웃음과 기쁨을 보이려고 무던히 노력중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저들이 지금 저 위치에 서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 거저 얻는 행운은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 스타라는 것이 얼마나 치밀하고 계획성이 필요로 하는가를 좀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가수 탤런트 등 친근하게 느껴지는 스타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어 적절하게 묘사하여 시종일관 쉽게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마케팅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남녀노소가 즐기며 볼 수 있는 스타의 대한 마케팅은 다른 무엇보다 좀더 가깝고 이해의 폭이 쉽게 다가왔다. 또한 미디어가 가진 막강한 위력을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었으며 미디어가 없는 우리의 생활을 상상하기가 단 1분조차도 버겁게 느껴졌다.

많은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람들의 사랑은 받는 스타를 누구나 꿈꾼다. 나 역시 어릴 때 가진 꿈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소망은 누구에게나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자가 말한 그대로 스타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과정을 걸쳐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하나의 스타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다. 스타는 흙 속의 진주처럼 귀하고 값지다. 진주가 귀할 수 있는 것은 진주를 감싸는 흙이 있기 때문이다. 흙은 바로 스타 마케팅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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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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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기형도를 몰라도 그의 시 [빈집]의 한 구절 정도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로 시작하여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로 끝나는 이 시를 보면 가슴 한구석이 아프다.

사랑하는 것들을 빈집에 가두고 문을 잠그는 시인의 모습이 슬프다 못해 안쓰럽다. 자의든 타의든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는 건 안타까움을 넘어선다. 그의 시어들은 잃은 것들에 대한 쓸쓸한 몸부림이다.

그는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아픈, 여린 사람이었을 것이다. 허나 그는 죽은 것들은 너무 사랑했다. 어쩐지 그의 슬픔이 내게 묻어날까 두렵기도 하다. 속 좁은 나는 희망을, 빈 껍데기뿐인 희망이라도 애써 내뱉어 본다. 이렇게 라도 살겠다고.

첫 번째 시집이 유고시집이 되었다. 할 말은 많을 테지만 그는 물러서는 방법도 아는 걸까. 아끼고 사랑하고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있기에 그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뛰어봐야 벼룩인 나 같은 사람은 어쩐지 죽음조차도 시(詩)같은 그가 가끔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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