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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 범우희곡선 12 ㅣ 범우희곡선 12
헨리 입센 지음, 김진욱 옮김 / 범우사 / 199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제목부터가 너무도 연극적이다. 흔히 인간을 대변하여 상징하는 것들은 연극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왔다. 인형은 인간의 작은 모형이다. 그런 인형이 인간과 다른 점은 인간은 스스로 모든 걸 생각하고 자각하는 반면 인형은 그렇지 못하는데 있다. 하물며 인간인 노라가 남편이나 아버지에게 인형 같은 존재로 살아왔다면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상징으로 떠오른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난 <인형의 집>이라는 연극은 본적이 없다. 더더욱 책도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연극계에서는 끊임없이 재 공연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이 책이 세기가 바뀌고도 인형이 아닌 인간들에게 끝없이 사랑 받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주인공 노라의 잘못은 사실 너무도 사소한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기 위한 거짓 서명은 세대가 바뀐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문제는 노라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노라의 아버지나 남편은 노라가 단지 자신들의 인형에 지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결국 뒤늦게나마 노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은 충분히 반전으로 살아 남는다.
시대가 조금씩 색깔만 달리 했을 뿐 아직까지도 우리 주변에는 노라 같은 인형이 많다.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분명 억지일 것이다. 허나 여성들은 아주 조금씩 바꿔 가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서구 여성들보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좀더 읽히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