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처럼 혼자서도 우뚝서서.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예전에 존재했던 주막은 여행자들의 쉼터이기도 했지만,

산을 넘을 때 만날 수 있는 호랑이 때문에 

다 같이 모여서 한 번에 넘어가기 위함이 또 하나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산을 넘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고 도망가거나 숨는거 밖에 없는데,

이때 먼저 한 두명정도 희생당하면 나머지는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해요.

무사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요.

희생당한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부류와 당당하게 산을 넘었다고 자신하는 부류.

...

1918년부터 1964년까지 혼란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이 호랑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일제 치하와 분단, 호랑이 사냥꾼과 일본인, 기생들과 그 주변인으로 각각 전개되다가 

이들이 하나 둘 연결되는 흐름도 좋고, 치열하게 살아냈던 우리 민중의 역사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데, 불과 60~100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고요.

가슴 아픈 역사이면서도 지금의 우리 나라를 만들어 낸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던 호랑이 말고,

호랑이처럼 혼자서도 우뚝서서 작게나마 주위를 밝히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인물들의 연결과 속도감이 좋고, 박소현님의 번역도 깔끔하고 부드러워서 읽기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떨리는 분노와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생생해서 조만간 드라마로 제작되겠다 싶었고요.

이 글을 쓰신 재미교포 김주혜 작가님의 삶도 치열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파친코를 잇는 한국사의 이야기 속으로 한 번 들어와보시죠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후기를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