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시 여행하게 될 거야 - 잠시 멈춘 우리의 여행 이야기
김나영 외 지음 / 두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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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두렵고 낯설면서도 설레이고 신나기 마련입니다.


지금처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없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텐데,

못간다고 하니까 사진과 글이 더 소중하게 들어오네요.


여행을 하게 되는 이유와 일상처럼 다가오는 여행에 대한 생각,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신선한 에피소드들로 꽉 채워진 여행 에세이입니다.


멋진 풍경과 자연의 위대함도 느낄 수 있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감동도 느낄 수 있습니다.


표지도 정말 압권인데요, 

뜨거운 태양, 시원한 바다와 거북이, 카페와 커피향기, 길거리 사람들...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입니다.

당장 떠나고 싶네요.




끝이 보이지 않는 새하얀 모래 둔덕과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오아시스 모습은 장관이다. 더욱이 그 색은 빗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고 깨끗하다.
놀랍게도 사막에 수영복을 챙겨온 사람들은 그 안에서 수영을 한다.
. - P10

아침부터 반려견과 함께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 뜨거운 커피 한 잔 들고 나와 바다를 보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다. 엄청난 포말을 만들며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이 도시는 참 신비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15분 전에 음울을 운운한 주제에.
. - P29

여정 중 이따금 여행지에 영영 눌러 앉아버리는 삶을 그려볼 때가 있다. 리도 (이탈리아) 에서도 그랬다. 리도의 빛은 바삭했다. 그 바삭한 빛 아래 무방비하게 늘어져 있다 보면 머리카락이 닿은 뒷목 언저리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지만 그런대로 또 좋았다.
. - P49

멜버른 공항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 숨을 한가득 들이마시고 내쉬는 일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와 정수리까지 얼려버리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입김까지 나자 정말 아주 다른 곳에 와버렸구나 실감이 났다. 분명 몇시간 전까지는 땀을 흘렸었는데, 계절이 완전 반대인 나라에 오는 건 처음이라 생경한 기분이었다.
. - P62

삶도 여행도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길 위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사람 또는 상황은 우리 인생에 크고 작은 선물이 된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길이 아닌 길은 없고, 세상의 모든 길은 연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 그렇게 나는 목적지인 랜초 팔로스 버디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도착했다.
. - P40

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만났나 투정을 부린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순간 눈물이 팽 돌았다. 그는 짧게 미소를 지으며 지나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
어떤 여행지를 사랑하게 되는 조건은 그곳이 지닌 풍경도 제공하지만 그곳의 사람이 만들기도 한다. 캐리어를 끌고 끙끙 숙소 계단을 오르면서 여기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참, 잘 왔다고.
. - P128

가이드북에 쓰여 있는 ‘오키나와에서 운전 시 주의 사항‘을 몇 번이나 읽었지만 브레이크에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몇 시간 같은 몇 분이 흐른 뒤 친구의 응원으로 겨우 전진 기어를 넣었다.
"좌우가 반대, 좌우가 반대."
코너를 돌 때마다 우린 구호를 외치며 목적지로 향했다. 며칠간의 여행을 마치던 날, 우리는 무사히 렌터카를 반납했다. 과장 같겠지만 그때 느낀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행의 순기능이란 자신감을 충전하는 것이 아닐까.
. - P143

살다 보면 인생의 육중한 문 하나를 열어 젖히는 그런 순간이 있다. 내게는 그때(첫 여행, 인도 입국장에서)가 그랬다. 그렇게 떠난 인도에서 나는 평생 함께 할 친구들을 만났고,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의 참 맛을 알았으며, 내가 진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
그 행복을 알고서야 어두운 공항에서 혼자 보냈던 외롭고 무거운 시간, 떠나기 전의 불안함과 두려움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깨달았다.
.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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