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연필 -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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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내 머리 속에 떠오른 두 권의 그림책이 있다.  

둘 다 마술같은 힘을 지닌 연필이 소재이다.

돈 피고트의 그림책 '마술연필'은 언제나 그레고리에게 그림을 그리자고 조른다.  

그래서 마술연필과 그레고리는 여러가지 선, 모양, 집, 풍경,  동물, 사람을 그리면서  

그림 속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다녀온다.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연필'은 마술 연필을 가진 꼬마곰이 숲속을 거닐며  

여러 등장인물을 만나게 되고,

각 상황마다 재치 넘치는 방법으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한다. 

그런데 올해 비룡소의 황금도깨비상으로 뽑힌 수상작 '빨강 연필'의 소개글을 보자마자  

위에서 말한 두 책과 같은 마술 연필을 소재로 했다는 걸을 알고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림책과 달리 읽기책에선 마술 연필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빨강 연필은 무엇이든 술술 써내는 마술 연필이다. 주어진 주제가 무엇이든 최고의 글을 써낸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하는 아이나, 글쓰기를 잘 하고 싶은 아이라면 한 번쯤 가져보고픈 

꿈의 연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주인공 민호는 빨강 연필을 이용해 쓴 글들이 줄줄이 상을 타면서 우쭐해지는 한편  

걱정이 생겨난다. '우리 집'을 주제로 써낸 글이 민호의 현실이 아니라 바람을 그럴 듯하게 써낸  

뒤부터 친구들에게 진실을 추궁받게 되고 민호는 빨강 연필의 유혹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빨강 연필 없이 전국대회에 나가게 된다.

결국 전국대회에서 수상권에 들지 않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써낸 민호의 글을  

주의깊게 본 한 심사위원 덕분에 실제로는 더 훌륭한 상을 받게 된다.  

경쟁자였던 재규가 그토록 원했던 '날아라 학교'의 학생이 된 것이다.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진실한 마음을 글로 표현한 민호의 태도가 옳았음을 보여주는 

멋진 결말이었다.

이 책은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양심과 줄다리기하게 만드는 마술연필을

우연히 갖게 된 민호의 고민을 통해 한 소년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세밀하고 탄탄하게 그리고 있다.

수아의 유리천사를 실수로 깨트린 뒤에 그 실수를 덮기 위해 양심을 속여야 했던 민호가

빨강 연필을 없애버린 뒤 용기를 내어 수아에게 유리천사를 돌려주며 양심고백을 한 것도

민호의 내적 성장이 잘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효주에게 간 빨강 연필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신수현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데 이야기의 구성이 치밀해서  

읽는 내내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며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열 살 짜리 딸도 정말 재밌어서 책을 잡은 뒤로 후딱 읽어버렸다고 한다.  

딸에게 "너도 빨강 연필이 있으면 좋겠니?" 하고 물어보니

절대 아니란다. 거짓말도 진짜처럼 술술 지어내는 연필은 싫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은 자기가 생각해서 써야 하는데,

빨강 연필을 가지고 있으면 내 생각은 들어갈 틈도 없이 연필이 쓰는대로 끌려서 쓰게 되는 거라  

옳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못 써도 열심히 연습해서 내 실력으로 쓰는 게 진짜라나?

민호나 효주처럼 어느날 자기에게 빨강 연필이 뚝 떨어지면 얼른 땅에다 묻어버리겠다고 하는  

딸을 보며 애답지 않은 답변에 다소 놀라긴 했지만  

잘못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마술연필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 무한한 상상력과 재치를 키우게 해주었다면,

마술연필을 소재로 한 '빨강 연필'은 유혹을 이겨내는 건강한 정신을 키우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리고 내 딸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빨강 연필의 유혹을 받게 될까?  

그때마다 딸이 자신있게 말했듯이,

좀 힘들고 돌아가더라도 진실의 힘을 믿으며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인생에서 진정한 마술은 바로 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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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
박완서 지음, 한성옥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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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명성과 마음에 쏙 드는 제목에 이끌려 고른 책인데 읽고 나서 실망감이 컸다.  

주인공 또래의 일상을 보다 세밀히 묘사하기 위해  

손자의 생활과 일기를 참고로 하여서 쓰셨다는데 

너무 많이 참고를 하셨는지 문체가 너무도 유치해서  

이 책이 과연 그 유명한 박완서 작가가 쓰신 게 맞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6.25 때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기사로 읽고나서 충격을 받아 

그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알려주어 아이들이 자신의 생명을 존중하고 

남의 생명도 존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어 이런 글을 쓰시게 됐다는 

작가의 말을 읽지 않았으면 작가가 정말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을 다문화 독후감 대회 선정 도서목록에서 처음 발견하고 

다문화사회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책을 읽으려다 보니 생긴 문제일 수도 있겠다. 

왜 이 책이 다문화 독후감 대회 선정도서로 잡혔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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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안짱 산하어린이 144
야스모토 스에코 지음, 조영경 옮김, 허구 그림 / 산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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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독후감 대회 도서 목록 가운데 이 책이 눈에 띄여 읽게 되었다. 

김송이 작가가 쓴 낫짱 시리즈 책을 먼저 읽어본 터라  

비슷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스에코는 어떻게 그 시절을 그렸을까? 궁금했다. 

'낫짱이 간다'에서는 조선인을 함부로 놀리는 일본 남자애들을 한바탕 놀려주는  

씩씩한 여자 아이 낫짱이 주인공인데,  

'니안짱'에서는 부모님도 없이 두 오빠와 언니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꼬박꼬박 일기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스에코가 주인공이다. 

낫짱과 달리 조센징이라며 크게 괴롭히는 아이들은 없지만,  

일본 사회가 조선인을 차별하기 때문에 정식직원으로 일하지 못해 

적은 돈을 받고 근근히 살아가는 스에코 남매의 모습이 더 가슴 아프게 그려지고 있다. 

1953~4년은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한 뒤 나락에 빠졌다가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하는 

시기여서 경제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던 때이지만,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기는 커녕 조선인이라서 차별받으며 더 힘들게 살았던 때이기도 하다. 

그 힘든 상황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우산이 되어줄 부모님마저 일찍 세상을 뜨셨으니 

이제 갓 초중고생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남매가 자신들의 힘만으로 생활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큰오빠가 결국 해고되어 직장을 잃은 뒤로 집도 없이 이집 저집 눈치보며 맡겨지고 

언니는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느라 뿔뿔이 헤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에 와서 힘들게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동남아시아에서 시집 온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스에코 남매가 겪는 고통보다 덜하진 않을 거 같다. 

니안짱을 읽으며 그들의 아픔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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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발에 불났다 문학동네 동시집 13
유강희 지음, 박정섭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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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제목이 눈에 띄는 동시집 '오리발에 불났다'

책을 큰 애에게 먼저 건네주자 표제작부터 찾아 읽으며

재밌다고 깔깔깔 웃어댄다.

 

"루민아, 이것 좀 들어봐!"

하며 동생에게도 읽어주고

"엄마, 이것 좀 보세요!" 하며

나에게도 읽어주며 박장대소했다.

 

얼음 언 저수지 위에서 미끄러지는 각양각색 오리들의 모습을

엉덩방아 찧는 오리, 주둥이로 못을 박는 오리, 앞가슴으로 걸레질하는 오리

지이익 미끄럼 타는 오리 등등으로 표현하며 오리들 발바닥에 불났다는

내용의 시는 정말이지 재밌었다.

 

그뿐이랴.

철봉에 매달려 있으면 숨이 가빠지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며

사과나무에 매달린 사과도 숨이 가빠 얼굴이 빨개져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하수구 뚫어주는 종호아빠처럼 귀를 뚫어준다고 하는 독특한 발상,

나비가 강아지똥에 앉는 걸 보며 나비에겐 강아지똥도 꽃이구나 하는 깨달음,

시골 경운기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말매미 등의 곤충을 비교해보는 신선함,

내부수리중이라는 가게와 그곳에 분식집을 차리려는 아빠의 꿈을 담은 '얼음호수'의 복잡미묘함까지

두루두루 많은 느낌을 갖게 해주는 알찬 동시집이었다.

 

리뷰를 올리며 다시 읽어보아도 한 편 한 편

참 많은 공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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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국 주방장 보름달문고 38
정연철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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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정연철 작가의 '주병국 주방장'은

그동안 보아온 동화의 차원을 넘어선 작품이었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작가의 글을 풀어내는 재주에 경탄과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징은

결말이 열린 구조라는 것이다.

이 책은

각 단편마다 사회적, 교육적으로 이슈가 될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1. 주병국 주방장 - 공부와 미래의 꿈과의 상관관계

 2. 외계인 친구 1호 -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심리와 적극적으로 왕따시키는 아이의 운명적인 엮임

 3. 독립만세 - 정글의 시대에 철저히 길들여진 엄마와 딸의 얄미운 행태에 깔린 심리

 4. 쑥대밭 - 택지개발의 그늘에 가려진 원주민들의 애환

 5. 껌 - 이성에 대한 관심과 갈등

 6. 쿵쿵 - 아파트 층간 소음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시각

 

이런 첨예한 소재를 아주 치열한 고민을 거쳐 작품으로 만들어냈음에도

결론을 작가가 제시하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적어도 독자들이 자신이 의도했던 결론을 이끌어내리라는 믿음을 담아.

어쩌면 평범한 계몽적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진한 물음표를 던지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추천사를 쓴 김진경씨의 글에서처럼

정연철 작가는 함부로 작품에 개입하지 않고 각 인물들의 관점을 철저하게 따라가며

각 인물들의 관점의 부딪침과 사실의 부딪침 속에서 저절로 진실리 드러나도록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해학적 효과를 낳으며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가면을 벗겨 내어

진정한 우리의 모습을 언뜻 드러나게 한다는 평에 100% 공감한다.

 

진실하고 정확하지만 동시에 따뜻하며 새롭고 재밌는

'주병국 주방장'

정연철 작가의 다음 책이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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