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0 - 3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0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임명희는 수치심을 무릅쓰고 이상현을 찾아가 자신과 혼인가능여부를 타진한다. 이에 이상현은 본처와 이혼을 해야 하던지 아님 데리고 노는 창부라면 가능하겠지만 명희는 그럴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거절한다. 그나마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만약 명희를 선택 했더라면 또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쳤을 것이다.

이상현은 기화의 집에서 기숙 하면서 '헐벗은 나무 밑에서' 라는 소설을 썼는데 내용은 친구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지식청년과 소꿉동무였던 기생과의 사랑이야기였다. 자신과 기화를 주인공으로 한 것 같다. 조상을 잘 둔 덕에 하는 일도 없으면서 많은 이들이 인정해주고 여자가 따라는 걸 보면 인물이 출중한 모양이다. 이 정도 지지를 얻고 국가나 백성을 위한 일에 앞장 섰더라면 큰 재목이 되었을 것인데, 여전히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술이나 처먹으면서 인간관계도 직업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은 인물이다.

명희는 이상현에게 사랑을 고백한 후 거절 당하자 친일귀족 조병모의 장남 조용하와 결혼을 한다. 당시 조용하는 기혼이었으나 동생과 같이 명희를 본 후 동생 조찬하가 좋아하는 기미를 보이자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하고 임명희와 결혼을 한다. 그러자 조찬하는 도망치듯 일본으로 건너가 노리코와 결혼한다. 부모에게 올바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절제를 모른다. 소유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유한 것은 싶게 실증 내고 버리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명희와 조용하의 관계를 보면 행복한 결혼 생활은 아니다.   

야무네는 푸건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없는 살림에 이바지까지 준비하여 섬으로 들어갔는데, 딸의 병색은 생각보다 짙고, 사돈들은 죄인취급을 한다. 그 나마 사위가 죄인 취급하지 않고 딸을 위하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 생각하고 돌아 오지만, 이어 푸건을 중매했던 대추나무집 노파가 '사위가 아프니 딸을 데려가라'는 전갈을 한다. 아들 떡쇠와 사돈집에 가서 푸건을 데려온다. 없는 사람들일수록 더 단합하고 의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실상은 더욱 몰인정하게 구는 까닭을 모르겠다. 아무리 무지하더라도 인간이라면 이성이 있을 텐데 토지에서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이다.

홍이는 친구 삼석이와 일본에 갈 요량으로 부산에 왔는데 마음이 바뀌어 자전거 수리공으로 일을 한다.

장이가 생각나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일본으로 팔리 듯 시집 간다는 말을 듣고, 도망 갈 배짱도 없고, 시집 가라고 하지도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장이 에게 마음에도 없는 악담을 퍼 붓고 집으로 돌아온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라면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아비를 닮아 여자관계에 대해선 우유부단한 것 같다.

부산에서 벌어온 돈 50원 중 20원은 임이네 에게 주고 나머지 30원은 병든 아버지 용이에게 주려고 했는데 아귀인 임이네는 홍이의 주머니에서 남은 30원 마저 훔쳐가 버린다. 임이네가 이렇게 탐욕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들의 탐욕 때문인가? 아니면 과거 굶주림 때문에 미래를 기약하기 위함인가? 모성애라는 것 조차 기대할 수 없는 인간의 말로는 예상대로 초라했다.

중학교까지 공부하고 인물이 훤칠한 용이를 본 김훈장 외손녀 점아기는 집안 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녀 보연이와 혼인을 시킨다. 김훈장이 이 사실을 알면 관 속에서도 벌떡 일어났을 텐데 그 사실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평산리 사람들은 추석을 맞아 오광대 구경하던 중 지삼만의 밀고로 김환 일행이 헌병에게 쫓기는데 그들은 무사하고 대신 마당쇠와 홍이를 비롯한 젊은이 열여섯이 끌러가 문초를 당한다.

결혼 후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홍이를 못 잊고 일본으로 시집간 장이가 찾아와 간통을 하다가 시고모와 사촌 시동생에 걸려 홍이는 죽도록 맞고 처가에 얼굴 팔리고 장이는 일본으로 끌려 간다.

기화는 이상현의 딸을 낳아 혼자 기르다 산호주가 알게 되어 이상현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괴로워 하며 간도로 도망친다. 조강지처에서 낳은 아들 둘도 거두지 않았는데 기생에게서 생긴 딸이야 오죽 하겠는가? 개인적으로 참 못된 인간 이라 생각 하는데 저자가 지속적으로 이상현을 지지 하는 것으로 보아 필시 뭔가를 하긴 할 인물인 것 같다.

팔백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데 있어 작가는 비중이 있는 인물이나 그렇지 않은 인물이나 똑 같이 죽음에 대한 묘사는 간결하게 '죽었다' 라고 표현하였다. 느낌 상 왠지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 죽음이라는 것을 묘사하기 싫어서일까 아님 확정된 줄거리가 속에서 지면에 할애할 만한 비중이 없어서 일까? 죽음을 묘사한다고 줄거리나 흥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죽음이 매우 큰일인데 여기서는 예삿일 같아서 트집을 잡아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