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평전 (양장) - 개정판
김삼웅 지음 / 시대의창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찮게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에 공식 합류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것이 장준하 선생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1993 03 29일 장준하 선생 사인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이 한광옥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진상규명불능이었다. 정확한 사유는 국가정보원에서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고 부수적인 사유는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장준하 선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얼마 전에 장준하 선생 의문사관련 신문기사를 접하고 나서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장준하 선생은 한마디로 선비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비정신의 핵심은 첫째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용기와 정의감을 중시하였다. 둘째 세속적 이익보다는 예와 의를 중시하였다. 셋째 백성들에게 도덕적 모범이 되어야 했다. 넷째 광범위한 지식과 학식을 겸비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청빈과 안빈낙도의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했다.

위의 선비정신으로 무장된 장준하 선생의 일생을 보니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 앞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다가 결국 대의와 목숨을 바꾸었고, 김구 주석이나 이범석 장군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생각을 조금만 바꿨으면 엄청난 부와 명예가 따랐을 텐데 이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나갔다. 그랬기에 독재정권의 개가되어 짖어대던 타 언론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지식인으로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광복군 시절에 등불제단을 간행하였고 해방 후 지식인과 민주인사, 학생들을 깨어나게 하기 위해 월간사상을 창간하여 자유, 민주, 반독재 투쟁에 헌신하고 신인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광범위한 지식을 가진데 그치지 않고 실천하였다. 장면 정부 때는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일환인 국토건설본부의 기획부장으로도 활약을 하였다. 인문학자가 토목까지 관여한 것을 보면 정약용 선생과 닮은 점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재정권의 훼방이 없었더라면 장준하 선생의 재산이 많았을지 모르겠지만 훼방 때문인지 사망 후 장례 치를 돈도 없어 문상객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술과 라면을 사서 밤샘을 했다고 하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설령 재산이 축척 되었더라도 장준하 선생은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사용했으리라 생각한다.

 

장준하 선생의 평전을 읽고 가슴 아픈 부분이 많지만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를 실행하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다수의 국민이 의를 실천한다면 추앙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 속에서 과연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선거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중은 정말 우매한 것 같다. 과연 장준하 선생이 7대에 이어 8, 9대에 계속 국회의원을 했었더라면 의문사가 되었을까? 3선 국회의원이면 대통령 선거에 나가 박정희와 맞짱을 뜨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장준하 선생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친일파 세상에 설 땅 읽은 광복군처럼 친일파와 독재자의 자손들이 국가 리더로써 국가를 좌지우지 하는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초등학교 때 책에서 접했던 미당 서정주와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안익태, 홍난파등이 친일파로 알려졌다. 어느 보수논객은 과거사는 과거일 뿐 현재와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우리 역사는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다는 말이 이 사회의 공식이란 말인가? 아무리 보수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합리성에 기초를 해야 하는데 정신 나간 말을 지껄이고 있다.

 

끝으로 장준하 선생이 임시정부의 파쟁과 분열을 보며 청사에 폭탄을 던지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그 당시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어제의 동지도 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국익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걸 바라보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대의를 위해 애쓰신 분의 의문사는 국가차원에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통령은 여.야가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 4.19 혁명이 위대한 것은 불멸할 것으로 알고 있었던 주류세력을 갈아 치운 것이다.‘자유라는 나무는 피를 마시며 자란다는 본문처럼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희생이 필요하다. 우리모두 현명한 국민이 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들의 리그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