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아버지의 편지 - 다산 정약용, 편지로 가르친 아버지의 사랑
정약용 지음, 한문희 엮음, 홍금희 그림 / 함께읽는책 / 2004년 5월

다산 선생께서 강진 유배시절 두 아들에게 쓴 편지 글 중 오늘 날 교훈이 될만한 내용을 발췌하여 책으로 엮어 자라나는 아이들의 생각을 여물게 하는 알찬 내용들로 구성되어있다.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1부는 독서와 공부에 대해 2부는 생활 태도와 윤리와 실천에 대해 3부는 그 당시 시대상에 대한 정보로 구성 되었다.

정약용 선생은 정조 때 벼슬길에 올라 정조를 도와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룩하였다. 정조가 영조만큼 천수를 누렸었더라면 조선의 쇠퇴기는 그렇게 일찍 맞이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가 일찍 죽는 바람에 강력한 개혁의 드라이브가 꺽여 서서히 쇠퇴기로 접어 들고 말았다.
다산은 실사구시, 이용후생에 focus를 맞춘 학자로서 실리를 중요시 하였다. 이에 조선의 정통 통치사상인 성리학에 위배되는 천주교를 공부함으로써 기득권으로부터 탄핵을 받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산선생이 억울하게 귀양을 갔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기득권층 입장에서는 억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시대상으로 볼 때 한 나라의 통치 사상인 성리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위는 역모이상의 죄가 있는 것으로 간주 되었을 것이다. 그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거시적으로 한 국가로 봤을 땐 죄인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기득권을 갖고 있었던 벼슬아치들이나 양반들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정조가 살아 있었더라면 그를 두둔했을 수도 있다. 그 이유 또한 정조도 정통 왕조의 맥을 이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득권의 후광을 얻지는 못하였었다.
그래서 더더욱 개혁에 매진 하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백성을 위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그는 왕권강화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알고 있다. 강력한 왕권만이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가서 1부 내용을 살펴보면 오늘날 독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다. 그 중에 몇 가지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첫째 – 책을 읽을 때 무의식적으로 읽지 말고 확고한 뜻을 세우라는 것이다. 즉 이 말은 목표를 세우라는 말과 일맥상통 할 것이다.
둘째 – 책을 읽을 때 눈으로만 읽지 말고 중요한 내용은 기록해 두라고 하였다. 공부하면서 요점 정리를 잘하는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 그리고 책을 읽기만 하고 리뷰를 쓰지 않으면 책을 읽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것을 미연에 방지 하자는 것이다.
셋째 – 공부의 근본을 확실히 해야 하며 공부를 하다가 잘 모르는 내용이 있을 때에는 다른 자료를 찾아서 그 뜻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고 하였다.
넷째 – 공부는 모든 생활의 근본이며 가정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였다. 그 때 당시에도 기득권층들의 자녀들이 벼슬과 부를 세습하였겠지만 공부를 통하여 이를 타파할 수 있다고 하였다. 

2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효도나 공경 등을 논하였으며 상당히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
첫째 – 뛰어난 재주 보다는 단정한 몸가짐으로 목숨보다는 의지를 따르고 눈 앞의 이익을 쫓기 보다는 옳은 길을 가자고 하였다. 자신의 재주만 믿고 우쭐대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 해야 상대방이 나를 존중한다는 교육을 시키는 듯 하다.
둘째 – 어버이를 섬기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남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내용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부모님께 효도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가정은 그렇지 않는 집에 비해 훨씬 화목하고 행복해 보인다. 가정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야 밖에서 남을 배려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 친척간에 화목하게 보내고 남을 도울 줄 알아야 하면 사람을 대할 때는 정성을 다하라고 당부 하였다. 요즘은 물질만능 사회로 인하여 친척은 고사하고 돈 때문에 가족까지 희생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사회가 이처럼 각박해 가면서 남을 돕는 문화도 점점 없어 져 가고 있는 현 시대에 큰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이다.
넷째 – 이 부분이 좀 특이한 부분인데, 아들에게 국화 심는 것, 닭 키우는 것, 채소 밭 가꾸는 방법까지 교육하였다. 다산 선생의 방대한 지식 량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사실은 성인이 보는 책인 줄 알고 구입하였는데 어린이 용이었다. 부모님들이 먼저 읽고 편지의 내용에 대해 정황을 설명해 주면 올바른 정신을 유지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