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희룡 평전 - 조선문인화의 영수
김영회 외 지음 / 동문선 / 2003년 12월
평점 :
우봉 조희룡 선생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건 올 초에 읽었던 안대회 선생의 ‘선비답게 산다는 것 ‘을 통해서 이다. 보통의 인물 이었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되었을 텐데 이 사람이 내 고향 임자도로 귀향 갔다 왔다는 글을 읽고 이 사람의 사상과 그의 발자취가 매우 궁금 했었다.
임자도 어디에서 귀향생활을 했으며 어떤 작품들이 있었을까 궁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2008년 추석 때 고향에 내려 갔는데 전에 보이지 않던 조희룡 기념비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예전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던지 아니면 2004년 1월에 조희룡 선생이 문화의 인물로 선정되면서 그 계기로 이 기념비를 세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집에서 뭐를 찾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아마도 지은이 김영회님이 임자도 출신이라 임자도 주민에게 배포를 했던지 아니면 이장단에게 면사무소에서 지급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부분의 궁금증이 해소 되었다.
첫번째 궁금증은 조희룡 이라는 사람이 무슨 벼슬을 했었는지 궁금 했었는데 어떤 곳에선 오위장까지 지냈다고 하던데 사실여부는 모르겠고 액정서라는 곳에서 아주 낮은 관직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벽오시사를 결성하여 이끄는 사람이었으니 영 무시할 수는 없었을 듯 하다.
두번째 궁금증은 임자도 어느 마을에 유배 되었을까? 나도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익히 지명은 잘 알고 있는 이흑암리에 있었다고 한다.
세번째 궁금증은 이분이 무슨 연휴로 귀향을 왔는지가 궁금했는데 조정의 전례문제에 개입하였다는 죄목이었다는데 그 때 당시에는 큰 잘못 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보기엔 귀향까지 올 정도의 죄를 지은 것은 아니고 탄핵 대상에 연좌되어 유배된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 궁금증은 왜 이를 묵장의 영수라고 불리었는가 였는데 자세한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첫번째 이유는 조선 문인화의 시초여서 그럴 것이고 두번째 이유는 아마도 벽오시사을 결성하여 그 모임을 이끌었고 그의 후배나 제자들이 그의 조선 문인화의 사상을 따랐기 때문일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을 계기로 김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재 해석하게 되었다.
통상적으로 김정희는 시. 화. 서에 능한 인물로 명문세도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병조판서까지 지낸 인물로 남종화에 능했으며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박제가의 제자로 실사구시를 추구했으며 추사체라는 독특한 글씨체를 만들어 낸 사람으로 아주 훌륭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추구하지 않는 서화를 만나면 여지없이 독설을 퍼 붙었으며 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책에서 묘사된 글을 인용 하자면 겸재 정선이나 공재 윤두서의 그림은 보지도 말라고 제자들에게 비판하였다. 이 책에서만 그런 말이 나온게 아니라 원교와 참암의 글씨에 미치다 에서 김정희가 제주도로 귀향갈 때 해남 대흥사의 현판(원교체의 창시자 이광사)을 보고 이것을 떼고 자기가 써준 현판을 달으라고 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만약 이런 말이 사실 이었다면 얼마나 오만한가?
어쩌면 그가 귀향을 간 사유도 이러한 것 때문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라도 옛 사람이건 신 사람이건 상대방을 무시하는 사람은 온전하게 자기 자리를 보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가운 사람이 소개 되었는데 추재기이의 작가 조수삼이 잠깐 소개 되었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지만..조희룡이 조수삼의 손자인 조증묵과 관계가 있었는듯 하다.
조수삼을 잠깐 소개 하자면 83세때 사마시에 합격한 인물로 기이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조선 후기에 갈수록 세도정치가 판을 치고 나라가 어지러워서 조정에 출사하지 않고 재야에 묻혀서 자신을 수양하며 공부만 하는 이 들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벼슬을 하지 않고 후대에 까지 이름을 떨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조수삼이나 조희룡, 이삼만, 이광사 같은 분들은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후대에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미쳐야 미치는 것 처럼 자신만의 사상에 미쳐 자신만의 작품세계가 후대에 와서 높이 평가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책의 내용은 썩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과 평소에 알지 못했던 지식까지 알 수 있어서 매우 만족 하였다.
이 책에서 좋지 않게 평가 했던 김정희의 평전을 읽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