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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 학교에 갇힌 아이들
마이클 노스롭 지음, 김영욱 옮김, 클로이 그림 / 책담 / 2015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책 소개를 읽자마자, 윌리엄 골딩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파리대왕>이 생각이 났다.
핵전쟁을 피해 비행기에 탑승한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인해 무인도에서 표류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었따.
이 작품에서 고립된 무인도, 아이들만의 고립이라는 점에서 <트랩 학교에 갇힌 아이들>이 <파리대왕>을 연상케 한 것이다.
<파리대왕>의 소년들은 무인도라는 한정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이 가진 추악한 탐욕과 무시무시한 악마성을 드러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학교에 갇힌 아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학교는 심각성을 깨닫고, 1시에 조기 하교를 결정하고, 스쿨버스에 아이들을 실어 집으로 보낸다.
이런 경우 항상 스쿨버스를 안타는 학생들이 있기 마련이데, 이 학교에서는 7명의 아이들이 일탈을 한다.
주인공 스코티 윔스와 그의 절친, 피트 두보이스, 제이슬 길레스피는 실습실에서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해서 학교에 남아 있었다.
그외 문제아로 찍힌 레스 고다드, 주인공 스코티가 짝사랑하는 크리스타 오리아, 크리스타의 단짝 친구 줄리 앤더슨, 그리고 고스족처럼 음침한 기운을 보이는 엘리야 제임스가 역시 스쿨버스를 타지않고 학교에 남았다.
그리고, 마침 당직이었던 교사 고슬선생님까지.
고립 첫날 고슬 선생님은 구조를 위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게 되면서, 2미터 이상 쌓이는 눈때문에 아이들 7명만이 학교에 갇히게 된다.
엄청난 눈으로 고립 첫날 전기와 난방이 끊기면서 제한된 공간에서 난방과 전기없이 버티기는 시작된다.
제한된 공간에서 고립, 그리고 어른이 한명도 없이 남는다는것, 이러한 점에서 <파리대왕>과 구도는 같았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이 있는 점, 핵전쟁같은 인류멸망이나 문명파괴가 아닌 한시적인 자연재해라는 점, 어떤 식으로든 외부의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점, 야생이 아니라 인간이 지은 피조물인 학교라는 점, 고립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교라는 고립공간을 탈출해야만 살수 있다는 점에서 <파리대왕>과는 달랐다.
그래서인지, <파리대왕>에서 보였던 인간의 추악하고 잔인한 면보다는 10대들만의 발랄함과 친구들간의 우정등의 밝은 면이 두드러진 분위기였다.
아마도 앞서 말한 고립된 조건의 차이에 의해서 나타난 차이인거 같다.
비록 그들의 갇혀 있는 상황을 외부에서 모를수 있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전쟁같은 상황이 아니었고, 바깥세상은 눈폭풍우에서 점차 자기모습을 찾아가고 있었기에 구출될거라는 믿음은 가능성이 있는 믿음이었다.
음식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파리대왕>에서 아이들은 먹은 것을 구하기 위해 사냥과 채집을 해야 했지만, <트랩 학교에 갇힌 아이들>은 땅콩버터, 식빵, 햄, 통조림을 먹고 버텼다.
잔인한 살육이 없이도 풍족한 음식은 아이들을 극단으로 보내진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주변에서 있을수 있는 현실적인 "고립"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이 책을 덮고나서, 성선설과 성악설이 생각이 난다.
난 성악설을 믿는다.
인간의 본성에는 악함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본성이 교육에 의해 "선하게 사는 법", "남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운다고 본다.
전쟁이라는 극한ㄱ에 몰리지 않고, 선하게, 남과 어울려 살던 아이들이 고립된 것이다.
극한에 몰렸다고 보지 않는다, 그냥 난제에 부딪힌 거라고 본다.
물론 마지막 부근의 피트와 스코티의 행동은 극한 상황에 놓였다는 판단아래의 희생이긴 했다.
그래서 이책을 읽고나서, 인간 본성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다.
가독력 있고, 벌어지는 재난의 상황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또, 이야기의 결말도 열려 있어서 꽤 좋은 추천할만한 책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