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당 2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두 권으로 된 "바다의 성당"은 그 한 권 한 권의 두께도 엄청나서 읽기까지의 미룸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일단 손에 잡으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흡입력과 속도감을 맛보게 된다.

첫 장면부터 망나니 같은 영주로 인해 신부와 신랑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는 모습이 묘사되면서
그 순간 이미 농노들의 지치고 억울한 삶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었을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편에 선다는 것은 지배층에 대한 분노도 함께 느낀 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분노와는 달리 농노인 베르나뜨는 아들 아르나우를 위해
분노도 억울함도 모두 잊은 듯 묵묵히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다.
책의 겉표지에 써 있던 "복수"에 대한 집념은 당사자인 베르나뜨보다도 독자인 내가 더 심해보였다.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는가'싶은 악인들이 판을 치고
그들로 인해 번번히 베르나뜨와 아르나우가 고통에 처하는 모습만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언제쯤 베르나뜨와 아르나우가 작은 행복이라도
편안히 누릴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함과 안쓰러움만이 늘어갔다.

하지만 그것은 베르나뜨와 아르나우만의 고통과 부당함이 아닌 것을
'복수'라는 통쾌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억울하고 가혹해 보이던 그들의 삶은 '베르나뜨'와 '아르나우'에게만
유독 그들에게만 집중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삶이 곧 지배층을 제외한 다른 농노들, 그저 평범한 시민들 모두의 삶이었다.
없는 자들은 결국 가진 자들에게 계속되는 핍박과 설움을 받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저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이라도 지켜내고자 굽실거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이 책은 사실 영웅을 만들고 통쾌한 복수극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약자들에게 행해진 현실을 자세히 그리고 처절하게 그려내고
그런 강자들의 억압속에서 민중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버텨내며 살아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화처럼 은혜를 갚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부자가 되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달라지고 벌어지는 사고의 격차로 아끼는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기도 한다.

아르나우는 그저 소설 속의 인물일 뿐이라고 그래서 모든 일들이 잘 풀려갔다고 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배신, 복수, 음모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 아르나우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허구속 인물이라고 하기보다는 한 시대의 조금 특별한 민중이었음을 알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