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의 우리 모두의 행방은?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요즘 공무원, 교사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직업이

바로 "은행원"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얼마전 이제 입사 1년정도가 되어가는 은행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을때
어째서 그런 인기가 유지되고 있는걸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하는 친구는 몸과 마음이

너무도 지쳐보였기 때문이다.

그저 사회생활의 어려움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어떤 일이든 잘해내던 친구였기에

은행업무와 실적의 스트레스가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그런 나의 예상을 이 책이 더욱 굳혀주게 되었다.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작가가 이전에 은행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말에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과장없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을 그려냈는지 알 수 있어

친구와 책속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안타깝고 씁쓸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곧 나 자신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긴장하게 된다.

결국 '은행'이라는 특수한 배경에서 일어난 일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은행'에서만 한정되서 발생하는 게 아닌

내가 몇 년 안에 발을 내딛게 될 '사회'임이 너무도 잔인하고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피가 난무하거나 괴한이 나와야만 '잔인'한 이야기가 되는 게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해준

어느 한 은행원의 행방불명.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게 될때마다 진실을 외면하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몇 차례 반복되었지만

다른 소설속의 인물들이었더라면 그들을 비난하고 화가 났을 그 상황이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게 한 것은 다름아닌 '현실'과 '생존'이라는 문제였다.

 

자신이 거부하고 부정하던 상황에 조금씩 떠밀려 가는 기분으로

그렇지만 결국 그 상황을 선택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수 많은 '가장'들의 치열하고 치졸하지만 그만큼 절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