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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함께한 그해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박광자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기발한 자살 여행으로 처음 만났던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
제목의 "기발한"을 넘어서는 굉장한 상상력과 재치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기질에 감탄하던 것이 떠올라 <토끼와 함께한 그해>도 기대감에 가득 차서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토끼"까지 합세 했으니 이야기꾼인 그가 어떤 황당하고도 즐거운 사건을 만들어냈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아르토 파실린나는 죽지 않았다!
기발한 자살여행만큼이나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사건은 끊이지 않는 혼란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색깔을 결코 잃지 않으며 우리를 기가 막히게 했다가 웃게 했다가 씁쓸하게도 한다.
작은 계기로 어느 순간 내안의 무언가가 펑하고 터져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터져버리는 것을 복구하기가 힘든, 아니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바타넨이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신의 욕구가 드디어 터졌다.
주변의 악마같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가 결국 펑.하고 터져버렸다.
계기는 조금 김빠지게도 차에 치인 토끼.
계기부터 황당하기 시작하더니 이 남자 어디까지 가보자는 건지 점점 황당무계해진다.
하지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자면
정말 황당한 것은 바타넨이 아니라 바타넨이 겪게 되는 다른 사람들이다.
다행이 때로는 바타넨도 자신과 죽이 맞는 이 세계로 부터 도태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p.28
"제발 나를 그냥 두시오. -바타넨-."
이라는 바타넨의 메모는 오히려 작가의 악마적 성향을 불러 일으킨듯
그는 단 한순간도 '그냥 두어지는 상태'를 경험할 수 없었다.
곰이 있었고, 부인이 있었고, 군인들이 있고, 그외의 복잡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바타넨을 그냥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엉망진창의 상황들도 결국 바타넨의 인터뷰 마지막 말로 요약된다.
"인생이란 그런 겁니다."
읽을때보다 이렇게 서평을 쓰면서 떠올리는 지금 더 키득거리게 되는
장면 장면이 마음 깊이 새겨진 즐겁거나 혹은 황당할 토끼와 함께한 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