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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도 괜찮아 - 여자 혼자 떠나는 깨달음의 여행
리비 사우스웰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센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만약 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간다면,
더군다나 그 떠남이 자연스러운 떠남이 아닌 갑작스러운 떠남이라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단 한 명의 떠남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나약한 나를 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리비는 자신에게 너무도 소중했던 사람들의 떠남을 몇 년동안에 걸쳐 여러차례 겪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자신의 사랑도 포함되어 있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슬픔은 극에 달하고 자신에게 나쁜 그림자가 드리워진것 같은,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너무도 쾌활하고 명랑했던 리비의 모습을 알고 있던 친구들,
아픔을 겪고 안으로 안으로 숨어버리고 싶어하는 리비의 모습이 안타깝고 슬펐을 그들도
리비의 슬픔을 달래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스스로가 헤쳐나갈 수 밖에 없는 고독과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너무도 큰 아픔을 겪은 리비의 이야기지만 그 어조는 어둡지도 가라앉지도 그렇다고 마냥 밝지도 않은
딱 리비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적당한 톤이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 말투가 자연스럽고 그래서 친근하다.
그리고 그 친근함은 리비와의 감정 공유로 이어진다.
그녀는 어떤 것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슬픔도 분노도 행복도 미움도 짜증도.
그래서 우리는 그녀에게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너무도 진실한 그녀의 이야기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고,
그 진심이 전달되어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슬픔으로 내가 위로받는 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하지만
그녀의 극복과정이 나에게는 너무도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정말 겪은 사람만이 써낼 수 있는 이 이야기는 그 어떤 슬픔의 소유자라도 치유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p.168
저스틴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세상을 억지로 살려고 하지는 않았다. 세상의 흐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슬픔의 끈은 마음대로 끊기는 게 아니다. 고통과 화해하면서 자연스레 해방되어야 한다. 슬픔의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슬픔에 짓눌린 사람에게 "그까짓 슬픔은 던져버려!"라는 충고는 뺨을 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슬픔에 젖은 사람에게는 조언이라고 건네는 한 마디가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과거와 마주보지 않으면 진정한 화해도 없다.
진정한 화해 없이는 나아갈 수 없었다.
리비는 처절한 마주함을 행했고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강하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적당히는 통하지 않는다.
p.234
만약 내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절대로 택하지 않을 것이다.
절친한 친구들의 죽음은 극복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저스틴을 잃은 후, 나는 미래까지 잃어버렸다.
그의 죽음은 내 삶의 행로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아마 그가 살아있다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의 삶, 지금의 나라는 존재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건 분명하다. 차선이라서가 아니다.
한때 소중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잊지 위해서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지금인 것이다. 나는 바로 이 순간을 사랑한다.
나는 성자가 아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허둥대고, 걸핏하면 광기를 부린다.
과거에 잃어버린 걸 지금도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쁨과 사랑과 평온함도 만끽하면서 살아간다.
여행은 스스로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내가 세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었다.
치유기이면서 여행기이기도 한 이 책은 매혹적이다.
저자가 너무도 솔직하고 진실하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런 그녀에게서 나온 글인 만큼 읽는 이의 마음도 함께 힘을 얻게 하는 "진심"이 느껴진다는 점이 그렇다.
그저 떠나고 싶어 훌쩍 떠난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얻는 깨달음도 소중하지만
치유되어야 할 무언가를 안고 떠난 리비의 여행이었기에 그 목적이 서서히 이루어지는 이 여행기의 깨달음의 소중함을 넘을 수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