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책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한 파묵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읽지 못하고 반납하게 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시간의 부족?
5권의 책을 14일동안 대출할 수 있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라서 어쩔때는 엉터리 속독법처럼 책위를 날듯이 (정말 나쁜 독서법이라 생각되지만-_-;) 빠르게 읽어내려가기도 한다. 나에게 그 기간은 결코 부족한 기간은 아니였다.
취향의 문제?
빌리는 책 자체가 결국 처음 접하는 책이다 보니 읽다가 '이건 아니잖아!'싶은 책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취향을 떠나서 시작한 책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다.
그래서 대출한 책중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내게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르한 파묵"의 책 <눈>을 빌렸을때의 나는 채 10장도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했다.
별일 아닌데 그 책이, 그리고 결국 읽지 못하고 반납해버린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10장정도밖에 접하지 못한 <눈>이 였지만 재미있었고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잔뜩 호기심을 유발했던 초반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나를 멈추게 한 알 수 없는 힘.
그러고 나자 "오르한 파묵"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때 마다 어쩐지 죄지은 느낌이 들었다.
겨우 책 한 권을 읽지 못했을 뿐인데 마음이 불편하고 안절부절이다.
그래서 결국 <내 이름은 빨강>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결코 반납할 수 없도록 당당히 구입을 해서 읽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심하게 1권만을 구입했다.
아직은 당신이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는 나의 작은 불신탓일까?
그렇게 당당히 구입해 둔 <내 이름은 빨강>마저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계속 나의 독서순서에서 밀려났고 그렇게 "오르한 파묵"에게는 계속 미안한 마음 가득하게 시간이 흐르다가 드디어! <검은 책>으로 오르한 파묵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이번 만큼은 다른 책을 다 제쳐두고 읽겠다는 강한 의지로 나는 <검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째서 그동안 나의 마음이 그토록 불편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멋진 작가의 작품을 계속 방치해둔 탓이었다!

 

검은 책
처음에는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나를 긴장하게 만든 탓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어려울 것 같은 문체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선입견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이 유쾌하고 그러면서도 감상적인 사랑스러운 소년같은 느낌의 작가와 그가 들려주는 묘하면서 날카롭고 다정한 이야기속에서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또 한 명의 멋진 작가를 발견했다는 행복감과 또 한 권의 멋진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행복감을!

검은 책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뤼야를 찾으려고 애쓰는 갈립의 이야기와 제랄의 칼럼이 한 편씩 교대로 소개되면서 서로간의 비밀을 밝혀주기도 하고 힌트를 던져주기도 하며 때로는 미스터리 소설 같은 느낌을,
제랄의 칼럼속 이야기는 현실비판과 풍자가 난무해서 내가 소설이 아닌 어떤 신문의 칼럼을 읽는 듯한 착각을,
그리고 뤼야와 갈립 두 주요인물들은 한 작가에게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뚜렷한 차이의 개성이 가지고 있다.
여기에 가보지 못한 터키의 문화, 풍경, 정치,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미되어서 이 책은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읽어도 어떤 독자가 읽더라도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오르한 파묵이라는 한 작가의 내면에 너무도 다양한 여러 명의 오르한 파묵이 존재해서
그걸 표출해 내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 이 멋진 작가의 작품들을
이제 모두 만나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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