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p.185

나는 방금 살아난 것이다.

 

이 느낌은 그저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결코 할 수 없는 말이고,

알 수 없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극한의 위기를 맞게 되고 그래서 정말로 '죽음' 앞에서 당당히 이겨낸 끝에

<일 분 후의 삶>을 얻어낸 그 순간에야 비로소 알 수 있고 그래서 저절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이제 나는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든 그 순간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저마다의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결코 의지를 꺾지 않았던

이 책의 열두 명의 생존자들만이 "살아났다"는 진짜 의미를 가슴깊이 새기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열두 명의 생존자들이

나와 같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거창한 업적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생활하며 가족들과의 평범한 행복을 바라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닥친 위기.

그저 비유적인 위기가 아니라 정말로 생명을 위협한 그 위기의 순간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과 자세.

그런 이야기가 내가 듣고 싶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아니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들이 벌인 사투.

뻔한 이야기가 아니겠냐고?

그것을 뻔하다고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그 순간의 그 응축된 그들의 삶에 대한 투지를?!

뻔한 이야기라면 너무도 쉽게 술술 읽힐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위험이 너무도 생생해서 그들의 절박함을 내가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다.

 

그저 삶은 소중하니 매순간 순간에 충실하라는 교훈을 남겼을 뿐인 책이 아니였다.

그것보다 따뜻하게 삶을 끌어안게 된 용기가 함께 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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