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
박병상 지음, 박흥렬 그림 / 알마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라는 제목이 더 급박한 생태계의 이야기를 잘 묘사해주는 것 같다.

"멸종"이나 "위기"를 넣은 제목보다 더 서글프고 더 와닿는 그리고 결코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는 저자의 각오도 느껴진다.

 

제목과는 달리 점점 사라져가는 위기에 처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그전에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째서 그들이 사라지면 안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째야 하는지를 논문처럼 어렵고 기계적인 묘사대신 정말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차분히 하지만 강하게 들려준다.

 

어렸을 때 철새사진을 찍으러 가신다는 아빠를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정말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새들처럼 대형을 이루어서 아름답게 이리저리 비행하는 그 새들을 찍던 곳은

드 넓은 강과 들판이 있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예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분명 그 부지를 절대로 평화롭게 내버려 둘 리 없는 사람들이 계발했겠지'싶어서 저자처럼 '그 철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갈 곳은 있을까' 걱정스럽다.

 

p40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자구 줄어드는 현상은 사람들의 생존 기반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꼬리치레도롱뇽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 결국 사람도 내쫓기고 말 것이다.

왜 우리는 잠깐의 편함과 눈앞의 이익만 쫓으며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당연하고 단순한 사실을 어째서 어리석게 인식하지 못하고 멋대로 행동하면서 계속해서 더 빠르게 자연을 죽여나가고 있는것일까?

불같이 화를 내지도 않고 안타까운 사정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오히려 내가 더 화가 나고 속상하고 그리고 미안하다,

우리 땅에서 우리보다 먼저 살고 있었을 우리 동물들에게.

 

이 책에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데 반해 사진 한 장이 없다.

대신 사진보다 더 사진같고 담백한 그림이 함께 한다. 그 점이 또 이 책의 매력을 더해주는것 같다.

흔한 사진은 오히려 아무렇게나 함께 넣기 쉬웠겠지만 그보다 차근히 잘 담아낸 그림이 그나마도 딱 필요한 만큼만 들어간 화려하지 않은 그 그림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이런 편안한 그림과 저자의 자연에 대한 사랑때문에 이 책은 한 번에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쉽고 아까울 정도다. 매일 매일 한 편씩 만나면서 그 날 하루는 계속 내가 만난 그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되새겨 보는것도 좋겠다 싶었다.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를 매일 매일 따스하게 만나다 보면 어느 새 내 마음 가득히 더 많은 생명들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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