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론
리사 가드너 지음, 박태선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얼론.
이 단어를 접하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깊은 느낌의 고독을 느낄 수 있는지...
얼론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기억을 가지고 철저하게 외롭다.

추수감사절의 기적이라 불린 캐서린.
소아성애자에게 납치 감금된채 어둠속에서 울부짖다 지치고 지쳤을 그녀가 겨우 구출되었던 날, 추수감사절. 그리고 사람들은 돌아온 그녀를 환영하며 "추수감사절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기적도 그녀를 완전히 데리고 돌아올 수는 없었다. 그 이전의 그녀의 모든 것들은 이미 조각난 채로 불완전한 그녀만이 돌아온것이다.

어린 시절의 한 시점에서 침묵을 지키며 위태롭게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켜나가느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완전히 자신을 내보이지 못하며
자신이 똑같은 가정을 만들게 될까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던 저격수 바비.

이 둘이 그저 평범하게 해결될 것 같던 사건에서 만나면서
그 사건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양상을 띠게 되었다. 

바비가 캐서린의 폭력적인 남편 지미를 결국 저격했을 때
'뭐야? 이제 무슨 이야기가 남은거지?'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그저 돈 많고 힘 있는 아버지 그늘에서 생각없이 살던 '지미'라는 남자와 캐서린의 가정불화 사건이 드디어 해결되었다고 안심하고 맥없어 할 일이 아니었다.
지배계층의 일그러진 자식 사랑인가 싶은 지미의 부모의 반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격은 힘 있는 사람들의 것이 었던 만큼 캐서린과 바비 모두에게 너무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정의를 실현했을 뿐이라고, 직무에 충실 했을 뿐이라고 여겨졌던 바비를 난데없이 가뇽판사는 살인죄로 기소하려고 하고 여기에 며느리 캐서린에게서 자신의 손자 '네이선'을 빼앗아 오려고 하는 행동들은 그저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오기와 집념과 분노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캐서린은 그저 자신의 사랑하는 자식을 지키고 싶어하는 연약한 어머니의 모습만이 아니었고
지미의 부모, 가뇽판사 부부에게는 삐뚤어진 자식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광기어린 집착이 있었다.
그리고 캐서린의 어린시절을 유린했던 그가 돌아오면서 사건은 혼란과 긴박함의 연속이 되었다.
얼론이라는 이 소설은 얼마나 나를 계속해서 놀라게 할 작정인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만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인간의 만행은 파국을 맞이하지만 그 만행속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상처가 다시 파헤쳐지고 깊어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슬픔과 고통의 기억은 자기자신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는 몸서리쳐지게 괴롭고 고독하게 만들지라도.
그래도 아주 조금쯤은 그들의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위안받고 보호받으면서
아주 느린 치유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때론 그 상처가 덧나서 또 한번 그 고통을 떠올리게 되더라도.
그 순간들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을것이다, 아주 천천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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