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만만하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전래되던 이야기를 조금 각색했을 뿐이겠지 싶었던 얄팍한 나의 예상은 초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인공 하네스의 아버지는 다정하고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던 모습이 건강의 악화로 서서히 무너지고 그저 행복했던 한 가정의 몰락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버지의 모습이 답답했다. 이미 이때부터 하네스의 아버지에 대한 묘한 감정이 싹을 내리기 시작 한것 같다. 그저 동화같은 이야기를 좀더 탄탄하게 옮겨놓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인물들의 갈등과 감정, 그리고 현실적인 시대적 상황과 정의와 자비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긴장하고 그 다음에는 함께 고민하면서 읽게 될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누구도 완벽한 인물이 없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또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만큼 주인공 하네스는 고독하고 힘들다. 쥐소탕 임무를 맡고 찾게 된 마을에 닿기도 전에 받은 습격으로부터 그를 구해준 시장의 딸 클라라. 하네스만큼이나 나도 그녀의 등장이 반가웠다. 평범한 여느 소설처럼 그에게 사랑이 찾아왔구나 싶었고 클라라라는 상대의 조건들이 완벽해 보였던 만큼 더욱 그녀에게 호감이 갔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네스보다 먼저 나는 그녀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하네스보다 더 분노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접한 인물이 하네스인 만큼 나는 하네스의 입장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주장하는 엇갈린 욕구에서도 하네스편으로 마음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클라라는 진실하지 못해 보였다. 약하고 고독한 하네스가 이제서야 단독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그 일로 얻는 사례금으로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행복한 삶을 선물하려고 하는 이 시점에서 클라라는 은인이 아니라 적과 같은 존재였다. 사실 클라라는 하네스를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몰고가는 다른 인물들에 비하면 그를 구해주기도 했고 나름대로 도와주려고도 했었지만 믿었던 만큼 그리고 하네스의 마음이 기울었던 만큼 더 하네스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다른 인물들보다 더 기억에 남고 결말부분에서의 화해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얄밉다-_-; 내가 이렇게 한 인물을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미워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인물들의 갈등과 감정이 잘 그려져 있다. 그리고 나름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정의와 자비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