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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블랙 ㅣ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이라고 반드시 범인을 추리해 가면서 읽는 소설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사람 모두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범인이 어떤 식으로 잡힐지를 추리하게 되는 소설도 있으니까.
범인을 추리해야 하는 소설도 때로는 아예 추리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소설도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레이븐 블랙의 작가는 독자에게 그렇게 박한 사람은 아니였던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내가 범인을 추리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심어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더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또래에 비해 조숙하다고 해야할지 조숙한 척 한다고 해야할지 싶은 캐서린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외딴 섬에서 차가운 시선들이 교차되기 시작한다.
손바닥 보듯 빤한 동네사람들 사이일수록 작은 일이 큰 사건처럼 부풀려 지고
감춰둔 서로간의 편견들을 드러내게 되면서 서로의 추악한 점들을 확인하는 잔인한 시간을 갖는다.
작가가 들려주는 다양한 인물들의 독백은 너무나 진실해서 투명하다.
그래서 어른이라는 겉모습 안의 그들이 얼마나 유치하고 여린지 혹은 두려움 가득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어른"이라는 게 무얼까 싶다. 키가 자라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텐데 그 무엇이 무얼까?
레이븐 블랙에서는 소위 말하는 "어른"이 없다.
모두 약하고 자기밖에 모른다. 그 정도가 다를뿐이다.
p161
샐리에겐 더 큰 환상이 필요했다. 평소 버스를 타고 오면 정확히 시간을 맞춰 집에 도착했고 매일 저녁 일과대로 엄마와 차를 마셨다.
결국 아이도 어른도 모두 자신만의 환상을 원하면서 쫓던 중에
어긋남으로 인한 범인이 발생했을 뿐이지 언제라도 터질 폭탄을 안고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범인을 맞추고도 착잡한 것은 조금은 범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서 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