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조금 수상한 음식점,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은 일단 다른 곳에서는 맛볼수 없는 맛있는 요리에
적당히 깔끔한 인테리어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발길을 끊을 수 없었던 이 조금 수상한 음식점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찾고 싶을 정도의 맛은 아니고
이름은 커녕 장소조차 정해져 있지 않은
그리고 결코 누군가와 함께 갈 수도 없는
오로지 혼자서만 갈 수 있는 그야말로 수상한 음식점이다.

이곳에서 고야마는 늘 새로움을 접하게 된다.
그 새로움은 장소, 사람, 음식으로 음식점에 포함된 모든 것이다.
심지어 음식점 여주인조차도 다시 만났을때야 비로소 '아 이런 얼굴의 사람이었지'
할 정도의 희미한 사람으로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이런 조건들은
1회용 만남
1회용 식사
1회용 상대를 만들어낸다.

단 하루만 만나서 식사를 하고 약간의 대화를 하고 헤어진다.
혹은 아예 그 약간의 대화조차 없는 상대도 있다.
그리고 다음에는 다른 새로운 사람과..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새로운..

술집의 접대부처럼 외로움이나 경박한 향응을 위한
단 한번의 만남이 아니다.
오히려 때때로 더 고독하게 하고
누군가와의 만남이 아닌 사실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시간.
부담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저 함께 식사를 할뿐.
그래서 맛볼수 있는 오랜만의 해방감과 순수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고야마를 해제시키고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하였다.
타인을 통해서 보게 되는 또다른 나
타인을 통해서야 말로 진정한 나 자신을 알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번 조금 특이한 아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 단 한번뿐일 만남을 통해서 상대를 꿰뚫어봄으로써 자신에게 더 다가서는 고야마.
슬슬 위험한 책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고야마의 생각들을 그저 따라가지 않고 그 생각에 동참해서 함께 생각해 버리기 시작하면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 된다.
결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대한 반문을 받는 것,
아니 어쩌면 인식했지만 외면하고 싶던 우리들 삶의 이야기들.

아라키가, 그리고 고야마가 자꾸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도
그것도 매일매일 미친듯이 찾는 열성이 아닌
기분 좋은 음식점으로 머리속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가
어느날 문득 '오랜만에 가볼까' 정도의.
음식점 자체에 대한 인상도 조금 특이한.
나오는 상대도 조금 특이한.
이런 '조금' '특이함'이 작가가 바라는 사회와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었다.
아주 특이한 것은 괴리감이 들겠지만
조금의 특이함이라면...
도가 지나치지 않는 적당히 조금이라면
새로운 것, 낯선것도 거부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그 무엇이 사실은 "진실"이고
평범함은 오히려 두번째의 그녀가 이야기하듯이 추상성의 모습을 하고
상대에 대한 다정한 배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이 원만하게 지내고 싶었던 이기심 때문은 아닌가하는
고야마의 생각에 끄덕이게 된다.

순수한 만남 그 자체를 가질 수 있는 곳
그래서 아라키도 고야마도 그곳으로 향하는 발길을 거둘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계속 해제시켜서 무방비상태로 만드는 것도 알 수 없었겠지...
가상의 공간임에도 매력적인 음식점이다.
한번쯤 나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리석은 쪽인지
나는 고독하지 않고 고독을 받아들이는 쪽도 아니다.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은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임에 안도한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살펴본 각장의 제목들이 오싹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처럼 한발자국씩 한발자국씩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느낌이 들어서다.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조금 더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아주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더더욱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그저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아직도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조금 특이한 아이, 끝났습니다

판타지적 요소는 어디에도 없으면서
판타지 분위기에 심지어 추리소설 기분이 난 이 소설로
혼란스러운 한편 이 작가에 대한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두렵다.
소설속 고야마나 인물들의 직업이 이 작가의 원래 직업과 일치하는 면이 있어서
자전전소설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이 작가도 어느날 갑자기 아라키처럼 증발해버리지나 않을까 싶어 너무나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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