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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대한독립만세
이이녕 지음 / 상상나무(선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3.1운동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역사교사이면서도 그동안 내가 잘 몰랐던 점이나 잘못 알고 있던 점을 보다 상세하게 알게 되어 참 좋았다.
소설체라서 읽는데 지겹지도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3.1운동은 민족대표 33인에 의해 처음으로 계획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송진우, 김성수 같은 (당시로서는) 젊은이들에 의해 계획되었다. 그들은 훗날을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일제의 체포를 우려해 민족대표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뺀 것이다. 송진우라고 하면 극우파의 하나였고, 지주 자본가 계급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김성수는 동아일보 사장으로 유명하고 친일파라고 알고 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3.1운동을 준비한 실무진이라는 점은 참 놀랍다.
왜 젊을 적에 목숨이 아깝지 않다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던 자들이 어쩌다가 친일 매국노가 되었을까? 물론 일제의 끈질긴 회유와 협박이 있었을테고, 인간이라면 흔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특히 일반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자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역사'라는 이름 앞에서 당당한가를 생각하며 행동해야 할 것이다.
3.1운동 때 보여준 소위 '민족 대표 33인'이라는 자들이 파고다 공원이 아닌 요리집 '태화관'에 모여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것이나 자진체포당해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간 사실은 무조건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나 이 책을 통해 보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보다는 팔이 잘리고, 귀가 잘리고, 모진 고문속에서도 끊임없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간 일반 민중들이 더 가슴에 와닿게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완용이라는 대표적인 친일매국노와 신철이라는 형사가 등장한다. 이완용과 신철은 3.1 만세 운동이 계획되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지만 일제에 고발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그들은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자라고 할 수있다.
이 책에서는 이광수 , 최남선, 최린, 김성수 등의 애국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원래 나쁜 인간은 아니었구나 하는 멍청한 생각도 들었다. 어쨋거나 내가 가장 감동스러웠던 것은 언제난 마찬가지로 만세를 부르다가 죽고 다친 그 이름없는 많은 조선의 민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