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의 장르문학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네이버 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 를 아십니까? 매일 짤막짤막한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서비스. 그 한 구석에 오늘의 문학(http://navercast.naver.com/list.nhn?category_id=28&category_type=series)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옆 나라에서 해리포터를 만들었을 때, 우리네 어른들은 그 숫자에만 관심이 있었지 정작 우리의 장르소설은 애들이나 읽는 물건이라며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늘의 장르문학'은 거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진짜배기 작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몇 안되는 창구였습니다.
책을 받아들고 문득 예전 생각을 떠올려봅니다. 글만 있으면 무엇이든 읽던 시절. 세계 문학 전집에서 가장 재밌었던건 SF모음집과 추리소설 모음집이었습니다. 분명 장르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는 무협지와 판타지만 있는건 아닐텐데, 어느샌가 다른 장르를 거의 잊고 살았던 저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어느샌가 장르 편식을 해 온 모양입니다. 그게 제가 매번 읽던 판타지 소설을 접어들고 오늘의 장르문학을 집어든 이유입니다.
오늘의 장르문학에서는 10개의 글을 소개합니다. 그중 몇 몇에 대해 간단하게 하나씩 논평을 하자면,
듀나 : 디북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육신과 정신을 분리시키는 가상공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만, 후반부의 비약은 상상력을 즐기기에는 너무 급작스러운 전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영도 : 에소릴의 드래곤
이영도 특유의 센스와 상황설정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그 상황을 즐길수 있게 하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글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데, 일반적인 독자가 판타지에서 기대하는 그런 갈등이 주가 아니라 오히려 순문학에서 다룰만한 내용이 주가 되어 약간은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장은호 : 생존자
'갑자기 납치된 상황' 이라는 조금은 상투적인 발상으로 시작합니다. 글은 조금씩 긴장감을 높이게 되며, 결국에는 상상력이 가져다 준 최악의 공포로 글을 마무리 짓게 됩니다. 호러라는 장르에서, 그것도 짧은 단편이라는 포멧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명섭 : 바람의 살인
고구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입니다. 배경은 고구려시대지만 군대라는 곳으로 한정시켜 그 매력을 모두 살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반전과 트릭, 그리고 거짓말들이 글을 맛깔나게 만듭니다. 그러나 거꾸로 이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많은 트릭을 담기에는 단편이란 공간은 너무 좁아보였거든요.
최혁곤 : 밤의 노동자
심각한 추리도, 트릭도 없지만 범인을 쫒는 형사물도 추리소설의 일부였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문장으로 추격신을 완성했죠. 거기다 작가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독자마저 글의 목적을 잘못 알게 만듭니다. 추격신, 그리고 적당한 공포로 말이죠.
문지혁 : 체이서
이 책에서 제일 재밌는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SF에서 가장 흔한 로봇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추리라는 양념을 섞은 글. 그 매력적인 장치는 설명하는 것 만으로도 글의 재미를 해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전체적으로 간단하게 평가하면, 이 책은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로,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입문서로 다가갈 수 있을겁니다. 판타지, 호러, SF, 추리까지 모든 부분을 재미를 조금씩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네이버의 이런 시도가 계속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장르문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