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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9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The perfect world of kai 의 9 권이 나온지도 오래되었다. 이 만화만큼 애니가 기대되고, 또 불안한 만화는 없었다. 카이의 피아노 , 숲을 연상시킨다는 그 피아노를 듣고 싶고, 또 상상속에서 들려오던 그 아련한 선율이 깨질까봐 기대에 못미칠까봐 두려운 것이다. 음악을 소재로 한 만화는 이 만화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잔잔했다. 치열한 경쟁 없이도 잔잔한 감동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는 것을 알려준 작가분께 감사의 인사. 기(技)와 예(藝)의 대립이지만 치열하지는 않았다. 기술적인 면으로는 완벽한 슈우헤이의 눈으로 바라본, 예술의 정점에 서있을 주인공 카이의 모습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여자 같은 얼굴때문에 여장을 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지루한 클래식을 사람의 곁에 친숙이 서게 하고 연주장을 숲으로 바꾸어 아침이슬처럼 상쾌한 노래를 들려주는 그 모습이.
나는 클래식이 싫다. 아니, 가사없는 모든 음악이 싫다. 들으면 졸리기 때문이다. 왠지 지루한듯, 왠지 단조로운듯 귓가에 웅웅거리며 뇌리에 박히지 않는 노래를 담은 씨디가 비싼 값에 팔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지만 진짜로 카이같은 클래식이라면 나도 클래식이 좋아질지 모른다. 지금이야 오래되었다고 클래식이지만, 그 당시에는 유행가나 마찬가지었을 그런 음악들이 아닌가.
빨리 10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카이의 완벽한 모습을 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지 놀라울 뿐이었던 아지노 소우스케 선생님을 뛰어넘어 세계의 음악인들의 가슴속에 숲을 심고 상쾌한 숲의 노래를 들려주는 걸 보고 싶다. 너무 천재여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갈루아처럼 망가져 버릴지, 아니면 세계를 향해 비상할지를 보고 싶다. 기타지야 마야 처럼...
수학이나 다른 학문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모습은 하나의 시와 같고 음악과 같다. 문제를 푸는건 기술만으로 되지만, 학문의 최첨단에 서있는 사람은 학문 자체를 즐기고 학문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카이같은 사람들 뿐이다. 난 내 자신의 의지로 성실하게 하루를 살고 있는가? 나의 인생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가? 어쩌면 슈우헤이일지도 모르는 나에서 카이같이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