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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의 천일야화 1~6권 박스 세트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이렇게 평가가 박한 이유는 순전히 리뷰어가 웹툰으로 이걸 봤기 때문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책으로 봤으면 별 4~5개 나왔을 작품이죠...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천일야화는 포탈사이트인 파란의 카툰에서 연재되었었고, 당시 파란만화의 전성기를 이끌던 작품중 하나였다. 그와 더불어 양영순이란 이름 석자를 찬란하게 빛내주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장난인지 후속작으로 내놓은 만두레이(파란), 삼반이조(파란), 협객전(스포츠 신문사인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음)이 용두사미龍頭蛇尾도 아닌 용두사족龍頭蛇足식으로 아에 연중하거나 연재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할 정도로 참담하게 종료되며 이름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이번에 다음에서 '란의 공식'이란 만화를 연재하고는 있는데 언제 뱀으로 바뀔지 불안해하며 보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일야화가 명작이라는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것이다. 액자식 구성을 취해 작은 5개의 에피소드와 큰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각 스토리자체의 완성도도 수준급인데다가 기존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리고 만화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그림체까지... 단지 문제라면 5개의 에피소드를 아우르는 커다란 메인스토리, 즉 화자인 세라자드와 왕비의 바람으로 광증에 걸린 왕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빈약하며 너무 급박하게 진행된다는데 있는데, 사실 5개의 에피소드가 거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완성도에 그렇게 흠을 내지는 않는다. 잠깐 5개의 에피소드를 설명하자면, (제목은 제 나름대로...)
1. 마신사냥꾼과 거래한 상인 (★★★☆☆)
1권에 딸려들어가 있어서 분량이 짧지만... 앞으로 나올 마신과 마신사냥꾼의 대결구도를 알려주기엔 충분하다.
2. 인면어人面漁 (웹툰 : ★★★★★/책 : ★★★★☆)
약간은 진부한 스토리지만... 진부하다는건 그만큼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 아직도 웹으로 본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3. 마도서의 저주 (웹툰 : ★★★★★/책 : ★★★★☆)
가장 '판타지스러운'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물론 마지막의 감동도 추가~
4. 할렘의 여왕을 기억하라 (★★★★☆)
가장 우울한 내용.. 하지만 전 이런 스따일도 좋아해요.
5. 기도 (★★★★★)
약간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내용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최고.
메인스토리에는 별 세개를 주어, 천일야화에게 주는 총 평점은 별 네개(정확히는 4.5). 단, '웹툰이란 공간에 한정짓는다면'. 책으로 된 이 버전은 별 두개를 깎겠다. 이렇게 참혹하게 평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물론 다른 출판된 웹툰 대부분에게도 포함되는 이야기겠지만...
1. 웹툰의 내용과 다른게 없다.
웹툰의 내용과 다른거라곤 다른 작가들의 축전(축하의 의미를 담아 선물하는 작품)뿐... 심지어는 한 에피소드마다 끝나는 S.E. 까지 그대로... 초반 그림과 후반 그림의 괴리감을 수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림을 그릴때 사용했었던 연필선이 그대로 남은뒤 채색에 덧데어진것까지 그대로...
한권당 가격이 정가 기준으로 만원에 육박한다는데에 볼 때, 아무리 띠지가 화려하고 표지가 멋지며(!) 박스까지 준다지만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말 팬이라면 아에 웹으로 연재할 때 저장해놓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사는 *메리트*가 없다.
2. 웹툰보다 못하다.
양영순이 천재로 칭송받은 부분이 '스크롤의 재발견'이었다. 다른 만화가들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짤막한 개그 단편을 그리거나, 만화책 그리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양영순은 스크롤이라는 웹툰에서만 가능한 개념을 도입해 그림을 그렸다. 말하자면 예전에 올라왔었던 '하늘색 좋아하세요?' 라는 제목의 그림과 같은 느낌으로...
물론 연재시에는 좋았지만 출판이 되자 이걸 어떻게 종이위에 표현할지 자신도 그게 마음에 걸렸던지 S.E. 에서 관련내용을 언급하기는 했는데... 그 고민의 산물을 보자 -_-;; 한마디로 '깬다'
차라리 스크롤의 미학을 살려 브로마이드를 넣어주던가, 일부분만 팝업북처럼 접었다 피면서 볼 수 있도록 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이미 물건너갔으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