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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실, 역사에서 배우고 삶으로 가르치는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비아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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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장의 역사교사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 30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책이다. 일선 역사교사들의 수업 실천 사례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수업 실천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총론적으로 정리해 보고 구체적인 수업 사례 그리고 마지막에는 살아있는 역사 수업을 위한 좌담회로 마무리하고 있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을 상정하고 이것을 역사교육이라는 장 속에서 실현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논쟁적 방식으로 구성하자는 제안, 그것을 현실화하는 방안으로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보자는 제안 그리고 그 안에 민주주의, 인권, 평화 등의 가치를 담아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교육>에 발표되었던 수업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그 경향성을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한 작업으로 보인다.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표방하면서 그간 진행되어 왔던 역사교육의 대안 논의를 살펴보면서 민족정체성을 강조하는 역사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민주시민교육으로서의 방향성을 정립하자는 제안 그리고 역사수업의 재구성을 포함하여 교육과정까지도 시야에 넣고 전개하는 논의는 상당한 안목을 가진 글로 보인다. 인권과 민주주의 역사를 보다 선명히 역사교육을 통해 드러내자는 제안. 한국사의 경우 민중의 진출이 확대되고 민중의 정치사상의 형성, 서구의 민주공화 개념의 수용과 국민, 민족 개념의 등장, 민족ㅇ누동의 과정에서 민주공화제에 합의하는 과정, 민주공화국에 담아야 할 내용이 본격적으로 검토되 독립국가의 상으로 확립되는 과정, 해방 이후 민주공화제 국가의 형성, 분다과 저쟁이 민주공화국의 지향에 미친 영향, 체제 경쟁 속에서 이뤄진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의 특성... 세계사의 경우 인권과 민주 공화정체의 형성, 자본주의 등장과 사회권의 대두, 사회주의 혁명과 자본주의 수정 과정,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민주주의 개념 변화, 인권민주주의에 비추어본 전쟁과 평화의 역사, 반제 민족우동과 민족적, 민주적 개혁 등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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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한 걸음 더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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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여진 글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자유분방한 방식의 글 모음도 나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1장은 글은 한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던져주는 글이고 2장 이후는 시대사별로 그것도 고대부터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대부터 근대 조선... 역으로 시간을 배치한 점이 이채롭다. 기존의 연구 성과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연구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자유롭게 문제인식을 던지고 있어 한편으로는 거칠고 한편으로는 생생한 글이 많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튀어 오른다.

 

내제적 발전론에 따른 한국사의 체계화가 한국사의 전개 과정을 서구의 역사발전과정에 입각해 다소 도식적으로 이해하려는 폐해가 나타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기본 줄기가 변화하는 양상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두다 보니 각 시기마다 여러 공간 속에서 공시적으로 존재했던 다양한 역사 주체들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 지역사(향토사)가 연구 대개는 지역의 우수한 것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역사 전개의 일부로서(모자이크처럼) 존재하는 측면도 있지만 저항 혹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그래서 역으로 전개되는 측면도 존재), 속도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공간에 따라 역사 전개의 다양성은 역동성하고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역사의 실체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따져보면 그것이 내재적 발전론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역사 이해가 가지는 맹점의 주요 측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환경사, 질병사, 인구사 등의 문제 인식도 눈여겨 볼 만하고 장애사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본격화한 것은 근대 이후라는 점이고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권리의 주체라기보다는 사회적 낙인과 일방적 시헤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면서 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향유할 수 없었다는 지적. 장애사는 역사학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에 어떻게 공모해 왔는지 돌아보게 하고 그동안 근대 역사학이 전재해 온 표준적인 인간상은 젊고 건강한 남성을 모델로 함으로써 인간은 독립적이고 타인의도움없이 살아갈 수 잇는 존재라는 허구적 인간상을 생산해 왔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역사를 되돌아보고 인간상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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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를 말하다 - 우리는 왜 퇴행하고 있는가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이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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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은 사회적 또는 공공적인 형태로만 구축될 수 있으며 기능할 수 있다.

 

사회적 또는 공공적이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학설 곳곳에 퍼져 있는 채워져야 할 빈 곳이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하나하나 채워지는 역동적인 형식으로 구성되는 것이어야만 사회적 또는 공공적인 언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리적으로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는 사람도 그 과정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죽은 자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들에게도 그 자리에 참가하도록 정식 초대장을 보내야 한다.

 

사회성, 공공성이란 지금 여기에 있는 찬동자의 많고 적음에 의해 측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도 구성원으로 포함하여 시공을 넘어선 공동체를 꾸려 나가는 양상이다.

카를 포퍼는 일찍이 과학자는 선행 세대 과학자들의 어깨 위에 서서일하고 있다는 탁월한 비유를 구사한 바 있다. 앞 세대가 넘겨준 것을 받아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한다. 포퍼의 사회적 또는 공공적이라는 말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겨나는 이어짐이다.

 

유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놓아두기 위한 상상력의 가동을 기피하고, 동일한 것은 반복하여 시간의 흐름 자체를 멈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반지성주의의 본질이다.

 

불경기거품 현상같은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것은 인정받으면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쇼와의 격변기에 들어섰을 때 가족 국가론에 입각한 국가 관념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하기에 이르렀다. 이 관념이 자장 안에서 국가의 구조는 이에 제도의 직접적이고 동심원적인 확대판이다. 물론 그 정점에는 국가=위대한 이에의 우두머리인 천황이 등극한다. 전향자에 대한 온정주의도 이 구조에서 발생한다. 공산주의자는 일시적으로 가족의 화합을 저버린 문제아인 것이며, 전향은 다시 가족품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치안유지법은 실로 이 관념을 금한 것이다. 이 관념을 버린다는 것은 사회 내재적인 적대성, 부정적인 것의 존재를 부인하고 사랑의 공동체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사회 내재적인 적대성을 부인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정당한 권리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없고 그 결과 침해받은 권리의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부당한 특권을 주장하는 무리로 여겨진다. 그럴 때 모든 권리는 이권에 불과하다.

 

아래로 향하는 시선이야말로 수전 손택이나 어슐러 르 귄이 지닌 특징이다. 그것은 어쩐지 로만 향해 있는 다수파의 사고방식과 정반대로 향해 있다. 그녀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세상의 다수파와 반대의 벡터라는 점을 충분히 자각했다.

 

자기 행위의 검증과 반성은 그 자체가 두드러지게 지성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성이 작용하지 않는 곳에서는 자기 행위를 상대화하는 관점을 가질 수 없을뿐 아니라 검증할 수도 없거니와 반성도 없다.

 

일본과 추축 관계였던 독일은 전쟁 책임자를 확실하게 나치라고 지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치를 지지한 것은 당시 가장 민주적이라고 일컬었던 바이마르 헌법 하의 독일 국민이었다. 따라서 나치만 전쟁 범죄자라고 하는 것은 허구인 셈이다. 독일은 모든 전쟁 책임을 나치에게 뒤집어씌우는 허구를 지어냄으로써 독일 국민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역대 지도자들은 독일인이 그것을 상기할 수 있도록 몇 번이나 그 시대의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연설을 반복했다. 국내에 박물관을 만들고, 수용소를 역사의 증거로 남기고, 중학교 때부터는 바이마르 헌법 하에서 나치가 대두하는 정치적 과정을 가르쳤다. 그리고 사위스러운 자기들의 과거를 극복할 것을 국민적 과제로 삼았다.

 

일본은 오히려 군국주의자들도 나라를 위해 싸운 영령으로서 야스쿠니 신사에 모셨다. 그 결과 일본인은 누구도 독일인처럼 허구에 대한 속죄 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없었다. 전후의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어리석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 책임을 자기 것으로 생각할 기회는 잃어버렸다.

 

독일과 일본은 다른 방식으로 전후 국민의 죄를 면해 주었다. 한쪽은 허구를 지어냈고, 다른 한쪽은 전사한 모든 자는 영웅이며 피해자라는 신앙을 만들었다.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잡하고 질박한 옷을 걸치고 참회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감정을 가진 인간에게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앞 세대 사람들은 우리에게 난제의 유산을 남겼던 것입니다. 죄의 유무, 노소를 막론하고 우리 전부가 과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누구든지 과거로 인한 결과와 관련되어 있고,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계속하여 마음에 새기는 일이 왜 이토록 중요한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소가 서로 도와야 합니다. 또한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습니다. 과거를 바꾸거나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은 일로 돌려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눈감은 자는 결국 현재에도 깜깜해집니다. 비인간적인 행위를 마음에 새기려고 하지 않는 자는 또다시 그런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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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 한국사 - 한국사 밖의 한국사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엮음 / 푸른역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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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의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활발한 운동을 벌였고 지금까지 인기 팟방을 운영하고 있는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가 만든 책이다. 젊은 역사 연구자들인만큼 상큼한 주제가 많다. 근현대사가 중심이지만 전근대사 영역도 다루고 있다.

 

국정 교과서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인 한국사 교과서가 지닌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서 처음 실린 글도 몇몇 왕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역사 속의 주체들을 호명하려고 한 듯하다. 돌쇠, 맷돌, 강아지, 돼지, 두꺼비, 소똥, 개똥 등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노비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문서에 등장하는 소사(召史)는 조이, 조시 등으로 읽힌다는 건데 대개 6-7세의 소녀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에서 양민의 아내 혹은 과부를 일컫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신분이 낮은 여성을 통칭하는 단어라는 것. 콩쥐팥쥐에서 쥐 역시 조시, 죠이가 변형된 것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노래에 등장하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에 대한 글도 흥미로왔다. 왜 일반 병이 아니라 상사였을까라는 것이다. 한 달에 약 24,000원을 받는 중사 이상은 되어야 도시 봉급자 가구 월평균 소득을 뛰어 넘어 어느 정도 저축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특수는 그런 일부가 누릴 수 있던 것이고 파병된 군인 대다수를 차지하였던 병사들에게 베트남 전쟁은 경제적 특수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라는 것.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 사이의 균열이 보이는 대목이다.

 

조선 세종 시기 46진으로 사민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연변 조선족(조선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어떻게 변해 갔는지 추적하는 대목, 한사군의 낙랑군과 대방군의 사람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글도 의미가 있었다. 기존의 국가사 서술(관념)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존재들이 갖는 존재감!

 

젊은 연구자들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돈 안되는 학문은 천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이 더욱 빛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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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마법에서 깨어나라
존 던 지음, 황미영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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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민주주의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떤 한계가 있는 지 직시하자."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계속 해나가면서 결론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이끌어낼까 상당히 궁금해 하면서 보았던 책. 그러나 결론에 가서도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표지에 나온 대로 민주주의는 왜 위기에 빠졌고 우리는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모호하다. 영국의 지성계를 이끄는 인물의 하나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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