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한국사 - 한국사 밖의 한국사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엮음 / 푸른역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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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의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활발한 운동을 벌였고 지금까지 인기 팟방을 운영하고 있는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가 만든 책이다. 젊은 역사 연구자들인만큼 상큼한 주제가 많다. 근현대사가 중심이지만 전근대사 영역도 다루고 있다.

 

국정 교과서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인 한국사 교과서가 지닌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서 처음 실린 글도 몇몇 왕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역사 속의 주체들을 호명하려고 한 듯하다. 돌쇠, 맷돌, 강아지, 돼지, 두꺼비, 소똥, 개똥 등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노비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문서에 등장하는 소사(召史)는 조이, 조시 등으로 읽힌다는 건데 대개 6-7세의 소녀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에서 양민의 아내 혹은 과부를 일컫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신분이 낮은 여성을 통칭하는 단어라는 것. 콩쥐팥쥐에서 쥐 역시 조시, 죠이가 변형된 것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노래에 등장하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에 대한 글도 흥미로왔다. 왜 일반 병이 아니라 상사였을까라는 것이다. 한 달에 약 24,000원을 받는 중사 이상은 되어야 도시 봉급자 가구 월평균 소득을 뛰어 넘어 어느 정도 저축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특수는 그런 일부가 누릴 수 있던 것이고 파병된 군인 대다수를 차지하였던 병사들에게 베트남 전쟁은 경제적 특수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라는 것.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 사이의 균열이 보이는 대목이다.

 

조선 세종 시기 46진으로 사민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연변 조선족(조선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어떻게 변해 갔는지 추적하는 대목, 한사군의 낙랑군과 대방군의 사람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글도 의미가 있었다. 기존의 국가사 서술(관념)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존재들이 갖는 존재감!

 

젊은 연구자들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돈 안되는 학문은 천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이 더욱 빛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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