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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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불문과 교수였던 작가 황현산은 안타깝게도 지난 2018년 8월8일 73세의 나이에 암으로 별세했다. 지식인들의 필독서이자 베스트셀러인 그의 대표작 <밤이 선생이다>는 고 노회찬 의원이 김정숙 여사에게 선물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에 연재됐던 작가의 칼럼과 삶의 여백들을 정직한 수사법으로 쓴 산문집이다.

작가는 서문을 통해, 그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워했고 그 그리움 속에서 우라 강산과 도시, 마을, 밤하늘과 골목길을 사랑하며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작가의 그러한 꿈이 펼쳐지고, 이루어지는 세상의 그림이 그려진다.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인간을 인간 아닌 것으로 만드는 '전쟁'에 관한 얘기와 과거를 영예롭게도 비열하게도 만드는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따진다는 것은 사람과 그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라는 '맥락'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작가가 대학의 선생으로 살아온 날들의 스토리로 읽다보면, 평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소소하고 세심한 부분을 빨간 펜으로 짚어주며 마음의 시선을 집중시키거나 분산시켜 주기도 한다.

읽는 내내 <황현산이 선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부에서는 작가의 고향인 비금도 사람들 얘기와 군대생활, 선생으로서의 밤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2부 '전원일기'에 나오는 구본창의 사진 <new시선003>과 '겨울의 개' 편에 강운구의 겨울풍경 사진은 사람과 인생, 예술에 관한 다각적인 이미지가 그려진다.

3부에서는 타인이 스며드는 삶을 통해 너와 내가 성장하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밤은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며 빛을 잃은 어둠의 순간이다. 새벽을 품고 아침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밤은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며 상상력과 창조적 자아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밤은 사소한 사정이 있는 이웃들의 겸손한 이야기이며, 밑바닥 진실과 마지막 진실이 숨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밤의 시간을 통해 인간은 성숙해지고 내면이 깊어진다.

밤이 선생이다.

열광을 함께 누릴 때 사람들은 대범해진다. 일상의 근심을 잠시 잊어버리고 인간관계의 속박에서 풀려난 사람들은 서로서로 다른 사람 안에 눌려 있던 생명력을 확인하고 그 개화를 축하해준다. 낯모르는 사람을 아무 거리낌도 없이 끌어안을 수 있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런 종류의 순결한 열광은 열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기쁘게 한다. 나와 똑같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아니, 바로 나의 생명력이 거기서 꽃피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 3부 ‘내 이웃을 끌어안는 행복‘ 중에서 -

겸손하지 않은 도덕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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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2 - 산문 김수영 전집 2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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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8월, 시인 김수영은 문학가 동맹에 나갔다가 의용군에 강제 동원되었다. 1개월의 훈련소생활 후 탈출과 체포를 거듭하며 서울 서대문 집 근처까지 내려왔지만 수상한 몰골의 그는 경찰에 체포돼 부산의 거제리 포로수용소에 수용된다.

산문과 시론, 시작노트 등으로 구성된 <김수영 전집2>는 시인이 겪은 포로 생활과 석방기로 시작된다.

담담하게 전쟁 당시 포로생활과 궁핍한 생활고를 써 내려갔지만 맥락을 통해 시인의 처절한 시절을 엿볼 수 있다.

 

김수영은  그의 나이 25세인 1945년에 만주 길림성에서 잠시 연극배우를 하고,  서울에서는 박일영과 함께 극장 간판도 그리며 예술활동에도 참여한다. 통역일과 영어학원 강사, 외국 잡지 번역일을 하기도 한다.

결혼 후 시인은 부인과 함께 마포 서강 강변에서 양계를 하며 아들 둘을 키운다. 

 

이 책에는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의 이야기가 있고 이중섭의 친구이자 김수영의 절친인 술깡패 아웃사이더 김이석의 형상도 들려준다.

또한 여러 편지글 중에서 장남 준에게 보낸 '버스 부디 조심하고 숲 속을 다닐 때면 뱀 조심해라'라고 쓴 편지를 통해 여느 아버지와 다를바 없는 자상하고도 엄한 그의 면모를 보게 된다,

 

'허위에 흐려져 있는 눈과 타성에 젖어있는 머리'를 경계하며 산 모더니스트 김수영의 산문은 <김수영 전집1>에 실린 시와 연관하여 읽으면 의미와 이해가 배가된다.

김수영의 시와 산문은 난해하다. 오봉옥의 <김수영을 읽는다>를 통해 '온몸의 시학' 김수영의 시세계를 이해하며, 다각적인 시선으로 그의 삶과 시정신을 엿볼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전기적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살펴 보기 위해 최하림 시인이 쓴 <김수영 평전>과 구십이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김수영의 삶을 증언하는 김현경 여사의 산문 <김수영의 연인>을 읽어보길 권한다.

 

자유를 논하는 것은 신을 논하는 것처럼 두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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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정담 - 사람이 담긴 말 세상이 담긴 말
한성우 지음 / 어크로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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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담긴 말, 세상이 담긴 말’ 방언은 오방지언(五方之言)의 준말이다. 우리말로는 사투리라고 하며 주로 시골말로 쓰이는 지역어다.

일반적으로 방언을 표준어와 다른 오래 된 우리말이라고 인식할 수 있으나 말소리와 방언에 대한 연구자인 저자는 방언을 ‘이 땅의 모든 말’이라고 정의한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의사소통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한국어를 이루는 하위의 모든 말로 소개하기도 한다.

 

뜻이 아닌 오로지 소리로 들어야 되는 말, 방언은 세 가지 분류로 나눠진다. 첫째 성별, 연령, 계층, 직업에 따른 분류로 사회방언, 둘째 지역에 따른 분류로 지역방언, 셋째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시간방언이다.

 

저자는 때론 간첩으로 오해받기도 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걷는다. 그곳에서 만난 토박이들의 정서와 역사에 담긴 언어를 조사하고 살아온 이야기들을 담아 온다. 귀를 뚫고 가슴을 울리는 소리, 소리가 들리면 뜻이 들리기 시작한다.

 

책 속엔 지역 언어를 조사하며 만난 사람들의 무수한 이야기들이 보물처럼 담겨있다. 여러 에피소드 중 충청도의 접는 화법 이야기는 읽는 내내 웃음이 저절로 쿡쿡 터지게 한다.

또한 ‘진짜 서울깍쟁이’ 편에 나오는 서울토박이 임귀동 할머니의 손 편지와 ‘두만강 작은 매화의 노래’ 편에서 마음다리 놓자는 소매의 이야기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가슴을 울리며 또렷하게 다가온다.

사투리=사람=삶이라는 공식에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더해져 방언에 담긴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과 사회의 다채로운 여러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방언정담>을 읽고 저자의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본 우리말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향기로운 우리말 <우리 음식의 언어>와 유행가에서 길어올린 우리말의 인문학 <노래의 언어>로 연관된 내용을 시리즈처럼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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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스페셜 에디션, 양장)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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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을 아시나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에서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을 했던, 동그란 안경테에 독립에 대한 꿈이 차오르던 맑은 눈동자의 그를 기억하시나요?

2018년 4월에 개봉한 영화 '변산'에서는 김고은과 함께 호흡을 맞춰 소미더미니 6년 개근의 래퍼 학수 역으로 변신을 하였지요.

 

스크린 속 그를 볼 때면 열정이 넘치고 진지하며 천상 배우가 될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이 책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에서 만난 그는 7살 개구쟁이가 따로 없네요.

마치 중학생 아들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책입니다.

 

각 작품의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내는 배우 박정민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가 얼마나 성실히, 충실히, 절실히 그 순간을 위해 노력해 왔는지 절절한 이력을 보여줍니다.

책을 통해 어제보단 오늘이 더 나은 성장판이 평생 열려있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의지하고, 혼나고, 싸우면서 성장해가는 사람, 버리고 버리고 비우고 비워 또 다른 인생을 만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픈 소망이 넘쳐나는 쓸 만한 인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초중고 시절을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그의 '그린라이트' 좌절기 혹은 성공기는 그야말로 폭소유발입니다.

실패의 경험이 쌓여 오늘의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듯이 박정민이 늘 외치며 살고 있는 "다 잘 될 겁니다." 가 내 마음 속에 메아리로 남아 환한 웃음을 짓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아니다.

 

글씨만 쓸 줄 아는

그저 평범한

당신의 옆집 남자.

 

가끔 테레비나 영화에 나오기도 한다

 

 표지를 열면 바로 보이는 짧은 자기 소개로 시작되는,  노력의 천재이자 귀여운 장난꾸러기 박정민의 삶을 엿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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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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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는 고등학교 시절 56명의 생명을 앗아간 인천 호프집 화재 사고현장에서 공중전화를 찾다가 혼자만 목숨을 건진다.

화재로 인해 소중한 친구 은총을 잃은 경애는 그후 우울증을 앓다가 반도미싱에 취업해 공상수 팀장을 만난다.

 

상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엄마의 죽음과 아버지와 형과의 괴리감을 느끼며 외롭게 성장한다. 상수를 풍성하게 해주던 것은 오히려 혹독한 스파르타식 방법이 통용되던 재수학원 시절이었다.

상수도 영화인을 꿈꾸던 친구 E를 화재로 잃었다.

 

상수와 경애는 베트남으로 가 영업팀을 꾸리게 되고 서로의 삶에 얘기할 일들이 자꾸 늘어나는 사이가 된다. 상수는 경애로 인해 '경애의 삶에 빠져있는 공수, 제로, 미지수' 가 되어간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이란 그의 형상에 숨을 불어넣어 그의 일부를 갖는 것' 임을 서로의 지나온 시간을 통해 어슴푸레 헤아린다.

E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파업일기를 쓰는 조 선생과 출구를 잃은 베트남의 미싱 기술자 창식씨, 경애의 쿨한 친구 일영 등 따뜻하고 개성있는 조연들의 역할도 이 책을 더 빛나게 한다.

 

2016년 젊은작가대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책 속엔 요즘 핫한 BTS의 얘기도 나오고 '유도리'라는 현장언어가 실감나게 나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10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의 마지막 장 '언니는 죄가 없다'를 읽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상수와 경애의 마음이 한층 성장된 모습으로 힘찬 세상으로 향하는 출구 바로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애하는 당신에게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같은 것,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것'이라고  들려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란 자기 자신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라는 것, 자신을 방기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다짐했다.

우리가 옷을 왜 입냐는 것인데, 우리가 혼자 살면 옷 안 입어도 됩니다. 그런데 옷을 입는다는 건 어딜 나간다는 거고 누굴 만난다는 거고 그렇게 해서 인간이 된다는 거잖습니다. 인간다워지라고 미싱을 돌린다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상수씨,그거 안 잊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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