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애는 고등학교 시절 56명의 생명을 앗아간 인천 호프집 화재 사고현장에서 공중전화를 찾다가 혼자만 목숨을 건진다.

화재로 인해 소중한 친구 은총을 잃은 경애는 그후 우울증을 앓다가 반도미싱에 취업해 공상수 팀장을 만난다.

 

상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엄마의 죽음과 아버지와 형과의 괴리감을 느끼며 외롭게 성장한다. 상수를 풍성하게 해주던 것은 오히려 혹독한 스파르타식 방법이 통용되던 재수학원 시절이었다.

상수도 영화인을 꿈꾸던 친구 E를 화재로 잃었다.

 

상수와 경애는 베트남으로 가 영업팀을 꾸리게 되고 서로의 삶에 얘기할 일들이 자꾸 늘어나는 사이가 된다. 상수는 경애로 인해 '경애의 삶에 빠져있는 공수, 제로, 미지수' 가 되어간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이란 그의 형상에 숨을 불어넣어 그의 일부를 갖는 것' 임을 서로의 지나온 시간을 통해 어슴푸레 헤아린다.

E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파업일기를 쓰는 조 선생과 출구를 잃은 베트남의 미싱 기술자 창식씨, 경애의 쿨한 친구 일영 등 따뜻하고 개성있는 조연들의 역할도 이 책을 더 빛나게 한다.

 

2016년 젊은작가대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책 속엔 요즘 핫한 BTS의 얘기도 나오고 '유도리'라는 현장언어가 실감나게 나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10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의 마지막 장 '언니는 죄가 없다'를 읽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상수와 경애의 마음이 한층 성장된 모습으로 힘찬 세상으로 향하는 출구 바로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애하는 당신에게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같은 것,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것'이라고  들려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란 자기 자신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라는 것, 자신을 방기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다짐했다.

우리가 옷을 왜 입냐는 것인데, 우리가 혼자 살면 옷 안 입어도 됩니다. 그런데 옷을 입는다는 건 어딜 나간다는 거고 누굴 만난다는 거고 그렇게 해서 인간이 된다는 거잖습니다. 인간다워지라고 미싱을 돌린다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상수씨,그거 안 잊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