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 - 황선미 첫 번째 에세이
황선미 지음 / 예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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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의 첫번째 산문집이다.

작가의 가슴에 시린 바람을 일으키는 깊고 커다란 구멍같은 어머니 이야기와

작가가 가장 아끼는 책인  <내 푸른 자전거>에 실린 아슬아슬 용케 버티고 산

자전거 바퀴 같았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애정과 불화 사이를 쉴새 없이 오가는 남편과의 관계와 두 아들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작가로서 유리계단을 걸어가듯 예민해지는 여러 가지 길의 투영, 야무지고

맛깔나게 김장을 하며 마음을 다독이는 주부인 그녀와 당진에서 장화를 신고 밭일을

하는 촌부의 모습 등이 다양하게 그려진다.

황선미 작가가 직접 그린 애정어린 세밀화가 몇 컷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작가의 삶도 마치 시소처럼 위태롭고 고단하며 행복에 닿을 듯 하나 가끔씩 절망의

바닥으로 내려가기도 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상처에 밴드를 붙이듯 순간 사는 일에

등불을 환하게 켜는 힌트를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 보며 저절로 알게 되는 책이다.

 

첫 꽃을 버리며 기원한다. 튼실한 나무가 되어라. 좋은 열매들의 어머니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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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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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를 좋아해서 그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는데 첫장에서부터 웃음이 빵빵 터지긴 처음이다.
20년째 일산에 살고있는 작가는 이 산문집 첫글 '일산호수공원의 산신령' 에서 그곳에서 마주친 온갖 생명에 대한 얘기들을 찬찬히 풀어놓는데, 평소 김훈 작가의 필력대로 쓰여진 문장이건만 세대 공감이 많이 가서 그런지 웃음이 쉴새없이 나온다.
바늘구멍처럼 작은 자라의 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못하는 이유와 서먹한 금실의 두루미 한 쌍, 작가를 알아보는 듯한 주둥이에 립스틱 칠한 것 같은 잉어, 상 잘 쓰는 사람, 개 똥의 이동, 얼음구덩이에 갔다가 불구덩이에 갈 이야기, 요새 것들의 증후군 등등  글을 읽으면서 10번도 넘게 혼자 웃었다.
일상의 아름다움과 지나가는 것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준 작가의 시선이 햇볕처럼 따뜻하다. 작가가 걸음을 옮긴 곳에서 듣고 들여다 본 수많은 사람과 사물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모든 문장을 손의 감각을 통해 사각사각 연필로 써내려갔다는 사실이 놀랍고 존경스럽다.

일산호수공원의 산신령 김훈 작가를 만나러 그곳에 가고싶다~~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가 되고, 읽는 자가 아니라 들여다보는 자가 되려 한다. 나는 읽은 책을 끌어다대며 중언부언하는 자들을 멀리하려 한다. 나는 글자보다 사람과 사물을 들여다보고, 가까운 것들을 가까이하려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야, 보던 것이 겨우 보인다.
-‘늙기와 죽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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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 - 나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그림책 읽기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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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숙 작가의 첫번째 책 <책 사랑꾼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에 이어 출간한 두 번째 책이다.

'나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그림책 읽기'란 부제처럼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커다란 돋보기로 들여다 보듯 독자의 시선을 넓혀준다.

그림책 한 권의 길로 안내할 때마다  작가가 겪은 경험의 맛을 들려주고, 책 속 주인공을 닮은 타인의 삶을 소개하며 체득의 경계가 확장된다.

 

1부 그림책 삶을 사는 사람들 편에 소개된 날마다 10여 통의 편지를 쓰는 장형숙 할머니의 이야기는 경외심을 일으킨다. 작가와 할머니가 주고 받은 편지가 책에 실려있어 적극적이고 실천적 삶을 사는 작가의 성향을 엿볼수 있다.

할머니와 연결된 그림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詩 <비에도 지지 않고>인데, 작가가 쓴 본문을 읽고 나면 소개된 그림책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진다.

2부 책과 책을 잇는 그림책 편에서는 여러 책 중에서도 유춘하 할아버지의 <쑷갓 꽃을 그렸어>와 바바라 쿠니의 <엠마>가 인상적이다. '늦은 나이란 아무것도 안 하는 때이다' 란 소제목처럼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뤄낸 열정적인 화가의 글과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3부는 영화 속으로 걸어간 그림책을 소개하고, 4부에서는 미술관으로 간 그림책 작가들 편으로 저자가 일본의 그림책 미술관 을 순례하며 눈으로 보고 발로 뛴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림책 총 22권을 소개한다. 내용이 궁금해서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다 빌려 읽었다. 미리 읽은 작가의 작품설명과 거미줄처럼 엮인 타인의 삶을 생각하며 읽으니 더 이해가 잘되고 흥미롭다.

그림책은 단순한 것 같지만 그림과 글을 찬찬히 읽으면 작가마다 다양한 색깔의 철학을 만날수 있고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길잡이로의 역할도 한다.

1+22의 독서를 하고 나니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 밥을 먹은 듯 마음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나리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공항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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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 모든 어른 아이에게 띄우는 노부부의 그림편지
안경자 지음, 이찬재 그림 / 수오서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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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범대 지구과학과를 졸업한 이찬재 할아버지와 같은 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안경자 할머니가 쓰고 그린 이야기책이다.

브라질로 이민간 부부는 그곳에서 손주들을 키우며 여생을 보냈는데 한국으로 돌아간 손주들을 그리워하며 쓰고 그린 이야기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구독자 35만명을 지닌 전 세계적인 스타부부가 되었다.

손주들을 향한 그리움을 수채화로 이찬재 할아버지가 그리고, 안경자 할머니가 글을 썼다.

그림 아래 사인 for AAA는 세 명의 손주 알뚤, 알란, 아스트로(아로)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노부부는 노년의 은총이 된 천사같은 손주들하고 시간을 보낼 때면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함께 놀아주고 미소를 짓는다.

개 농장에서 구출돼 눈물을 흘리는 개,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인 한 사람을 안아주는 법, 도심 한복판에서 듣는 매미소리를 든곤 이곳이 본래 나무의 동네, 매미의 동네였음을 자각하는 것 등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손주들에게 전해주는 자상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모든 어른 아이에게 띄우는 노부부의 그림편지'라는 부제처럼 오늘의 삶을 돌아보며 함께 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매순간 보고싶은 손주들의 큰 나무가 되고,그 나무그늘은 또다른 이들의 쉼터와 삶의 위로로 남는다.

 

 

말을 못하는 아기 아로는 자꾸 할어버지 손을 끌고
자기 방으로 가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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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의 왼쪽 - 황선미 산문집
황선미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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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의 신간 산문집이다.

 

작가는 서문을 통해 이 글이 자신의 내면의 응어리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내가 나일수 있는 것들에 대한 들여다 봄에 관한 것임을 말한다.

1부 오래된 통증에서는 작가의 어릴 적 흉터와 상처, 가족 간에 흔들리던 마음들을 풀어놓는다.

편안해 보이는 황선미 작가의 인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어릴 적 상처 얘기가 많아 좀 놀랐다.

엄마한테 맞는 매를 피하지 않고 손으로 막아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진 그녀에게 엄마가 '에미를 이겨먹으려 든 년'이라는 표현은 모녀 사이 위태로운 관계의 절정이다.

옴망눈에 못난이 손톱, 화상을 입은 발등... 그것들을 잘 다독이며 풀고 살아온 그녀가 위대해 보인다.

 

2부 오래된 조각들에서는 욕망이 크고 콤플렉스 덩어리인 외로운 여자의 그늘진 자리가 어떻게 환해지는가를 들려준다.

너무 오래 못봐서 보고싶다는 말을 하는 열살 아이 친척 손주와의 통화로 마음이 부드럽게 녹아버린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봄비 오시는 날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에세이를 듣고  삶의 부끄러운 자리 다 지워지게 오는 비를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고맙게 바라보는 그녀가 있다.

 

3부 이방인일 떄 다가오는 것들 편은외국의 낯선 도시에서의 여행 경험을 통해 실수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들이다.

 

좋은 음식을 한 그릇 먹고 속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작가의 자기고백적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 마음도 덩달아 말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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