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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김훈 작가를 좋아해서 그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는데 첫장에서부터 웃음이 빵빵 터지긴 처음이다.
20년째 일산에 살고있는 작가는 이 산문집 첫글 '일산호수공원의 산신령' 에서 그곳에서 마주친 온갖 생명에 대한 얘기들을 찬찬히 풀어놓는데, 평소 김훈 작가의 필력대로 쓰여진 문장이건만 세대 공감이 많이 가서 그런지 웃음이 쉴새없이 나온다.
바늘구멍처럼 작은 자라의 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못하는 이유와 서먹한 금실의 두루미 한 쌍, 작가를 알아보는 듯한 주둥이에 립스틱 칠한 것 같은 잉어, 상 잘 쓰는 사람, 개 똥의 이동, 얼음구덩이에 갔다가 불구덩이에 갈 이야기, 요새 것들의 증후군 등등
글을 읽으면서 10번도 넘게 혼자 웃었다.
일상의 아름다움과 지나가는 것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준 작가의 시선이 햇볕처럼 따뜻하다. 작가가 걸음을 옮긴 곳에서 듣고 들여다 본 수많은 사람과 사물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모든 문장을 손의 감각을 통해 사각사각 연필로 써내려갔다는 사실이 놀랍고 존경스럽다.
일산호수공원의 산신령 김훈 작가를 만나러 그곳에 가고싶다~~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가 되고, 읽는 자가 아니라 들여다보는 자가 되려 한다. 나는 읽은 책을 끌어다대며 중언부언하는 자들을 멀리하려 한다. 나는 글자보다 사람과 사물을 들여다보고, 가까운 것들을 가까이하려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야, 보던 것이 겨우 보인다. -‘늙기와 죽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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