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
폴 플라이쉬만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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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폴 플라이쉬만(Paul Fleischman)이 북캘리포니아에서 강낭콩 밭을 일구며 집필한 이 책은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 동화같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텃밭이 변하는 과정의 색깔을 그리며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이민자의 도시 미국 클리블랜드에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공터가 있다.

 아직도 바람이 찬 4월 초순의 어느날, 베트남에서 온 킴은 아빠의 기일에 강낭콩을 들고 그곳으로 간다. 킴은 아빠가 돌아가시고 여덟 달 후에 태어나 아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여섯 개의 구덩이를 파 강낭콩을 심는다. 공터에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전한 장소에 강낭콩을 심는다.

3층 창가에서 그런 킴의 모습을 발견한 루마니아에서 온 아나는 그녀를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을 산다. 며칠 동안 킴이 오지 않자 강낭콩이 시든 것을 발견한 아나는 학교 수위이자  건물 1층에 사는 웬델에게 부탁을 해 그는시든 강낭콩에 물을 주었다,

과테말라에서 온 콘잘로 할아버지도 공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러한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레오나는 관공서 곳곳에 길고 긴 통화를 하고 직접 찾아가서 공터가 시 당국의 소유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터에서 파라다이스를 발견한 78세의 늙은 어부 샘은 정원을 가꾸기 위해 푸에로토리코 출신의 소년을 고용해 호박을 심는다.

아빠가 택시기사인 버질은 공터 텃밭에 많은 양의 양상추를 심은 아빠에게 성공적인 수확 후에 자전거 선물을 약속받지만 농사 실패로 마음이 상한다.

한국에서 온 세영은 세탁소를 하다 권총을 든 강도에게 충격을 받은 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사람들이 오가고 커가는 식물들을 보며 세영도 그곳에 고향의 매운 고추를 심고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된다.

멕시코에서 온 임신한 10대 소녀 마리셀라는 씨앗이 자라는 것을 보며 조금씩 생명의 경이를 느낀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고향의 특산물을 심어 하나 둘 만들어 간 깁 스트리트의 텃밭은 어느새 동네의 명소가 되고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은 공터의 클라이막스이다. 그들은 공동체 의식으로 맺어진 한 식구가 되어 '물 부족을 위한 아이디어 콘테스트'를 열기도 한다.

날씨와 해충 이야기, 작물재배 정보, 이웃의 소식 등이 텃밭의 공통 분모가 되어 자연의 힘으로 커가는 식물과 함께 자란다.

이민자의 도시 클리블랜드는 어느새 공터의 기적을 이루어 낸 초록빛 보석이 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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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 씨의 말 1 - 하하하, 내 마음이지 요코 씨의 말 1
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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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 방송에서 작가 사노 요코의 에세이 중 몇 편을 추려 우에루라 노리코의 낭독과 기타무라 유카의 그림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해 화제가 되었다. <요코씨의 말>1,2편은 그것을 엮어 출간한 겻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의 가식 없고 솔직담백한 인생살이 경험담이 담겨있다.

첫장에서 아이를 수영교실에 보내고 그곳에서 수영을 하는 20여 명의 아이들을 보며 특별함 속에서 와글와글 경쟁하며 커가는 평범한 아이들의 노력을 발견한다. 

5월에는 아이들과 잉어 연을 만들었는데 정작 그림이 전공인 어른 두 명은 잉어의 비늘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개성있는 연을 만든다. 하늘에 펄럭이는 반짝이고 화려한 스무 개의 잉어 연 중에서 어른들의 연 두 개만이 마치 죽은 잉어처럼 걸려있어 둘은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시바견과 닥스훈트의 믹스견 모모코의 천진난만하고 익살스런 이야기와 우표를 할짝 핣아서 붙여 보내는 소소한 즐거움이 그려진다.

마지막 장에 실린 계단식 밭을 올라가면 나오는 집으로 시집 간 큰어머니 이야기를 읽다보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한평생 들에서 일하며 산 촌부가 아들딸을 낳고 열심히 살다가 노인이 되어 치매를 앓고 난후에야 남편과의 사랑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마치 영화같은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 진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당당하고 재미있게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과 타인을 이해하는 눈을 키워준다.

소제목들도 재미있고 내용들을 읽다보면 웃음과 눈물이 쉴새없이 터진다.

그림일기같은 수채화 풍의 예쁘고 정겨운 그림과 잔잔하면서도 용기와 웃음을 주는 사노 요코의 글들이 지친 마음 속에 어느새 스며들어 보약을 먹은 듯 힘이 나게 한다.

<요코 씨의 말> 2에서는 편리함에 익숙해져가는 현대인이 정작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풍경을 그리워하게 되는 '적어도 더 이상, 그 누구도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와 못생긴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든 세상살이, 나이가 먹어도 사라지지 않은 것들, 돈의 위력으로 품위를 잃어버린 사회, 지인과 오빠의 죽음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장에는 암이 걸린 고양이 후네의 죽음을 보며 고양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자신도 그렇게 평범하게 죽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애정은 가까이에 있는 존재를 아끼는 데에서 생겨난다.
그것은 때로는 미의식조차 바꿔 버리는 불공편한 편애이다.
-‘아, 이놈은 아빠가 닥스훈트에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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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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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의 산문이다.

이 책의 부제인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 말해 주듯 작가의 일상이 일기처럼 그려진다.

일본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녀가 한류 드라마에 빠져 욘사마와 이병헌, 원빈에 이르기까지 DVD를 구입해 소장하는 무한사랑의 모습이 친숙하며 귀엽기까지 하다.

칠십이 다 된 그녀가 소녀처럼 멋진 이성을 만났을때 두근거리는 모습, 병원에 찾아갈때 40분을 헤매다 끝내 앞에 택시를 불러 그 뒤를 따라가는 그녀의 시트콤같은 사랑스러운 일상에 웃음이 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때 마지막 물욕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재규어 차를 사버린  그녀는, 화사함이 제거된 일상이란 욕심을 비우기도 하고 욕망을 채워가기도 하는 일이란 걸 몸소 보여준다.

나이 들어도, 아파도 자신과 타인에게 두근거릴 일을 발굴해가며 사는 사노 요코

그녀의 나이가 되었을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문득 궁금해 지는 책이다.

후속작 <죽는 게 뭐라고>에서는 일찍 세상을 떠난 막내남동생과 오빠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온갖 통증과의 싸움, 호기심으로 입원한 고속도로 입구에 늘어선 러브호텔같은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14일차 기록과 입원환자들과의 교감 등이 그려져 있다.

삶과 죽음의 여정에서 사노 요코처럼 담담하고 밝게 일상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작고한 작가지만 사진 속 미소만 봐도 왠지 그녀는 천진난만하고 장난꾸러기같은 사람일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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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 읽는 법 - 지금, 여기, 나의 눈으로 새롭게 땅콩문고
설흔 지음 / 유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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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남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을 뜻하는 '브로맨스' 이야기로 첫장을 시작한다.

<열하일기>의 박지원이 당대 문장가인 유한준에게 보낸 편지와 마루를 쓸어 놓고 벗을 기다린다는 허균이 권필에게 보낸 편지, 김정희가 초의 스님에게, 이덕무가 박제가에게 보낸 편지 등이 친숙하고 다정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2장 '여성은 없다'에서는 조선 시대 열녀와 아내의 삶, 규중 여성으로 이름을 날린 허난설헌에 대한 당대 남성들의 냉정한 평가와 완고한 시선 등을 엿볼수 있다.

3장에서는 조선시대 문인들이 가장 선망했던 중국여행의 여러 기행문과 가장 가 보고 싶어한 금강산 유람 여행기가 실려 있다.

7장까지 이어지는 글들을 읽으면 작가가 제시한 키워드 중심의 문장들이 고전문학을 읽는 새로운 시선으로 열린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나가는 글에서는 '우리 고전 읽기의 시작점으로 삼기 좋은 책들'과 사이트를 알려준다. 

151페이지의 얇은 책이라 부담없이 읽을수 있고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처럼 알찬 고전읽기 가이드북이다.

벗이란 새에게 두 날개가 있고 사람에게 두 손이 있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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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의 산중 편지
법정 지음,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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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는 법정 스님이 친동생처럼 아끼던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낸 편지 모음글이다.

전남대학교 상과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재철은 출가를 결심하고 고향을 등지고 산에 오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동생 박성직에게 산중 소식을 종종 전하며 안부를 주고받고 소포로 필요한 책이나 물품을 받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한방을 쓰며 지낸 그의 사촌동생 박성직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입학하고 군에 입대하며 직업을 얻기까지 법정의 편지쓰기는 계속된다.

1955년부터 이어진 편지글은 1964년 수도하러 궁벽한 산중에 들어갈때까지 이어진다.

그후 6년간 편지를 보내지 않다가 1970년부터 편지를 다시 보낸다.

편지글을 읽다보면 다정하고 인간적이며 책읽기를 좋아하는 법정스님의 감춰진 여러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꿈에도 나타나고, 가을날에는 문득 떠오르기도 하는 귀대를 앞둔 성직에게 산중에 들렀다 가라는 편지를 전한 후 같이 찍은 사진이 실려있다. 난초같은 젊은 스님의 모습에 눈물이 핑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살았던 법정이지만 출가 초기엔 그가 고향에 두고 온  몇 권의 책과 문예지 등을 동생을 통해 산중소포로 받기도 한다.

그러다 옛집의 주소조차 잊어갈때 쯤 법정은 조금씩 수도자의 길로 들어선다.

청년 박재철에서 수행자 법정으로 영글며 익어가는 그를 만나볼수 있다.

두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편지를 받은 동생 박성직의 눈으로 읽다가 편지를 쓴 형의 마음으로도 책을 읽는다. 때론 잔소리쟁이에 동생을 귀찮게도 하는 법정이지만 편지 곳곳에 깊은 사랑의 문장들이 숨어있다.

 

비슷한 유형의 책으로 <마음하는 아우야 법정스님 편지>에는 원고지에 쓴 색이 바랜 스님의 편지와 동생 성직의 짧은 마음글과 스님의 사진들이 실려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어야 한다.

내 책들 잘 있다니 마음 놓인다. 벽에 붙은 그림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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