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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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의 산문이다.

이 책의 부제인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 말해 주듯 작가의 일상이 일기처럼 그려진다.

일본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녀가 한류 드라마에 빠져 욘사마와 이병헌, 원빈에 이르기까지 DVD를 구입해 소장하는 무한사랑의 모습이 친숙하며 귀엽기까지 하다.

칠십이 다 된 그녀가 소녀처럼 멋진 이성을 만났을때 두근거리는 모습, 병원에 찾아갈때 40분을 헤매다 끝내 앞에 택시를 불러 그 뒤를 따라가는 그녀의 시트콤같은 사랑스러운 일상에 웃음이 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때 마지막 물욕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재규어 차를 사버린  그녀는, 화사함이 제거된 일상이란 욕심을 비우기도 하고 욕망을 채워가기도 하는 일이란 걸 몸소 보여준다.

나이 들어도, 아파도 자신과 타인에게 두근거릴 일을 발굴해가며 사는 사노 요코

그녀의 나이가 되었을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문득 궁금해 지는 책이다.

후속작 <죽는 게 뭐라고>에서는 일찍 세상을 떠난 막내남동생과 오빠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온갖 통증과의 싸움, 호기심으로 입원한 고속도로 입구에 늘어선 러브호텔같은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14일차 기록과 입원환자들과의 교감 등이 그려져 있다.

삶과 죽음의 여정에서 사노 요코처럼 담담하고 밝게 일상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작고한 작가지만 사진 속 미소만 봐도 왠지 그녀는 천진난만하고 장난꾸러기같은 사람일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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