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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 아래
박희석 / 샘물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함께 활동하는 형한테 선물을 받았다.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보라며 주는데 워낙 책을 좋아하는 나는 좋아라 받아놓고 한동안 읽지 못했다.
잠깐 훑어봤는데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한 생애 이야기 같았고 직역에 가까운 번역으로 인해 '나중에 시간 나면 봐야지.' 하며 한구석에 넣어두었다. 그러다가 전철 안에서 매일 매일 조금씩 읽어나갔다.
바로크부터 낭만까지의 여러 음악가들을 망라하여 한 음악가마다 비교적 짧은 페이지가 할당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애와 인격, 주변의 평판, 무엇보다 그들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슴 깊이 공감하면서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어떤 대상에 대해 그토록 몰입하며 열정적이게 만드는 걸까.
참으로 힘겹고 배고픈 세월을 살아간 음악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들은 음악 때문에 불행해진 인생을 음악에 의지하여 위로를 받았다. 음악 또한 시대의 산물이기에 동시대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음악가는 자신들의 음악에 그것을 투영하게 되는데 이 때 음악의 힘을 빌린 사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다. 어떤 구호나 외침보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이 국민들의 애국심을 더욱 고취시켰던 것처럼. 음악의 힘이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이 책은 기독교적인 목적 하에 지어진 책이기에 음악이 가진 힘을 인정하면서 보다 조심스럽고 선한 목적으로 음악이 사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바그너의 경우처럼 비뚫어지고 잘못된 사상에 사로잡힌 음악가는 또 다른 많은 왜곡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예를 들어 히틀러)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저자들은 바하처럼 선하고 경건하게 살면서 하나님만을 바라보았던 음악가가 인류와 후대 작곡가들에게 얼마나 크고 위대하며 종교적으로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음악에 대한 선한 열정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