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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베어 카르페디엠 7
벤 마이켈슨 지음, 정미영 옮김 / 양철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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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릿베어 >


       - 벤 마이클슨 / 정미영 옮김/ 양철북 

 

 

 


 
"이거 이번 방학 때 필독서인데, 읽다가 몇 번이나 던져버릴 뻔 했어."
"왜?"
"아니..주인공이 너무 못돼서 나도 모르게 막 화가 나는 거야."
딸과 이야기하면서 도대체 얼마나 못된 모습으로 나오면 같은 또래인 아이가 보아도 불끈 주먹이 쥐어지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벌을 받기 위해 감옥이 아닌 섬에 갇히게 되는데, 그건 인디언들의 방식을 가지고 온 거래."
이쯤에선 호기심이 증폭되었지요.
인디언들의 방식들 중 우리에게 전수되지 않아 아쉬운 것들이 많다고 여기는 저로선 더 구미가 당겼답니다.
"도서관에 몇 번이나 갔는데 책이 없더라구. 애들이 계속 빌려가서 잘못하면 방학 동안 못 읽을 것 같.."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가 먼저 제안을 했지요.
"그럼 엄마가 중고로 사줄까? 나도 읽고 싶어지는걸~."
"ㅋㅋㅋ 그럼 좋구~~."
그렇게 구입했던 이 책을 딸이 먼저 읽었습니다.
"나중엔 읽다가 울었어. 이 책 너무 재밌던데~^^. " 


 
자신도 인생의 피해자라고 여기는 콜 매슈스는 깊이 스며들어 어찌할 수 없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같은 반 친구인 피터 드리스갈을 죽지 않을 만큼 때립니다.
그 전에도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는데다가 이번엔 생명까지 위협하였으니 그 죄는 아주 무거워졌지요.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때, 콜을 돕던 인디언 보호관찰관 가비와 인디언 영감님인 에드윈의 노력으로 '원형평결심사'라는 것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자연을 통한 치유를 목적으로 하며,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통로임을 배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감옥만은 가고 싶지 않은 콜은 남들을 속여서 그 섬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의 탈출을 계획하였지만 뜻밖의 스피릿베어를 만나는 일이 벌어지고 자신의 생명이 거대한 자연의 일부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그 과정이 청소년이 깨닫기엔 조금 진행이 빠른 감도 없진 않지만, 한 인격으로서의 깨달음에 나이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그리 어색한 일도 아니겠지요.
일 년 반의 섬 생활을 통해 서서히 변화해가는 콜을 통해, 그리고 몇 달간 섬에서 같이 지내게 되는 피터와의 생활을 통해, 진정한 치유란 무엇이며 화해의 길을 위해 모색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사람을 염두에 두며 읽었답니다.
물론 제 딸이지요.
같은 나이를 지내는 딸을 생각하며, 어느 부분에서 용서가 되지 않았을지 또 어느 부분에서 가슴 뭉클하게 콜의 인생을 받아들였을지 마음을 기울이며 같이 따라가는 여행이 되었답니다.
내가 나를 용서하였다고 용서가 된 것인가, 신이 나를 용서하였으면 된 것인가, 우리가 어떤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만날 때마다 되짚는 질문들이기도 합니다.
가해자도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그 둘의 관계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 채 멀어지는 경우도 많은 수많은 상처들을 만납니다.
화해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일시적인 치유가 아닌 온전한 치유는 맛볼 수 있는 것일까요..
살아가면서 아주 조금 깨닫는 것은, 콜의 고백을 들으며 저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투명인간처럼 몸뚱이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존재 그 자체를 의식하고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인식할 수 있는 사고의 범주를 초월하는 본능과 감각의 세계에 동물들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어떻게 그 소란스럽고 숨쉴 틈 없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광포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지우고 차분하게 가다듬지 못해 그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기회를 놓치는 걸까? * 


 
바람이 차갑습니다.
오늘은 곳곳에서 눈이 내렸지요.
사람들이 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것을 하얀색으로 덮어준다는 것일 겝니다.
그리고 또 떠올리는 것은 그렇게 덮어주면서도 본래의 있는 것들을 없애지는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내가 누군가를 품는 것이 그를 지우고 나로 채우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화해와 치유의 자리에도 나의 입김을 남기려고 할 때엔 더 멀어지는 것도 경험합니다.
미국에서 원형평결심사라는 것을 도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더불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또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화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어른들을 위한 배려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원형평결심사 #화해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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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비움 - 노자를 벗하여 시골에 살다
장석주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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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다 읽기도 전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주로 나와 많이 닮아서라거나 혹은 접해보지 못한 세계를 만난 신비로움을 담고 있어서일 경우가 많지요.
이 책은 장석주라는 이름이 우선 나를 끌었습니다.
올해 만난 책 중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고 부추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도 제 마음에 쏘옥 들었습니다.
생각도 실천도 늘 '느릿하게' 걸어서 때론 부끄럽고 민망스러워하는 나에게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닮고 싶어하는 단어인 '비움'도 함께 있으니 이 책은 그저 나를 비추는 거울 같겠구나, 도서관에서 빌려오며 지레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사실 도덕경은 한 번도 읽지 않았습니다.
한자만 써 있으면 시도도 하지 못할 영역입니다.
작은 글들을 모아놓은 이 책은, 앞장엔 도덕경의 구절들을 풀어주고 뒤에는 그에 해당하는 짧은 일상이나 생각들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내용이 다 실린 것도 아닙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일목요연하고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다기보다는, 초승달을 쳐다보다가 담 너머에 있는 순이가 보고 싶어 막연하게 그녀의 집을 향해 걷는 것 같은 글도 많습니다.
글 자체가 비움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처럼 대칭되고 반대되는 개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비움 속에 채움이 쟁여 있고 느림 속에 자신의 방향을 향해 묵묵히 걷는 발자국이 강물처럼 흘러 갑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저희 집도 이사를 했답니다.
거의 10년 만에 옮기게 된 이 일은 여러모로 저를 돌아보게 했지요.
외면적으로는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그보다 훨씬 작은 곳으로 옮겼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거기에 집주인이 깨끗하게 리모델링하고 현실적인 공간을 기획해서 수납도 많이 되는 이점도 있습니다.
식구들은 작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해 애써서 정리하고 꾸미기에 바빴지요.
제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나이가 더 들어서 정착하는 집은 더 작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부터 제 마음에 그려진 집은, 사랑하는 이와 부둥켜안고 잘 작은 방 하나와 여유가 된다면 언제든 재워줄 수 있는 손님방 하나, 그리고 폭이 30cm 남짓일 툇마루와 마당 구석에 사철 아름다운 벚나무 한 그루입니다.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다 가질 수 없지만 가슴에 품으며 도닥일 수는 있겠지요.
불어오는 바람이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흔들리는 가지와 떨어지는 꽃잎으로 그의 존재를 알듯, 마지막 길에서 나를 바라볼 때, 내가 머무는 나의 세상은 비록 작고 적었어도 은은한 사람의 향기는 내보낼 줄 아는 인생이었기를 기원도 해 봅니다.



도를 지나 덕으로 들어간다네요.
나를 많이 닮은 이 책의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반절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그의 이 책은 새로운 세계라기보다는 익숙하고 더욱 더 닮아가고 싶은 내 세계로 깊이 깊이 들어가는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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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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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가 생각나서 무작정 빌려온 책이랍니다.
그를 아는 것이라곤 달랑 그 시 한 편이었거든요.
그래도 무언가,

나를 잠시 주저앉게 해서 누리게 하는 그 무언가가 느껴져서 들고 나왔지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시편들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만난

1분 1초의 사랑스러움을 적은 글입니다.
오늘 날씨처럼 순하고 촉촉한 글이에요.
읽다 보면 500원의 식사가 가장 풍성하고

세상에서 네 번째로 아름다운 학교도 만납니다.
왜 네 번째냐구요?
세상 어디에선가 이 아이들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수업을 받는 이들이 세 곳쯤은 있지 않겠냐 하는군요.
신간은 아니지만 그럼 어떤가요.
읽으면서 같이 여행하고

거기에 피고 뜨는 꽃과 별들을 함께 구경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각박하고 바쁘게 사는 이 시대,

혼란스럽고 허탈함이 난무하는 이 시절,
하긴..어느 시대나 시절이나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도 싶지만,
그래도 이 책을 펼쳐놓고 그의 순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세상 어디엔가에도 숨겨진 순한 미소 하나 싱긋 웃으며 곁에 앉을 것도 같습니다.
그의 목소린 잠시 접어두고 일을 하러 나섭니다.
그래도 그 걸음에 그가 묻혀놓은 여유로운 바람 한 올 걸칩니다.
내려앉은 하늘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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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 문학과 숨은 신 - 김응교 문학에세이 1990-2012, 2012 우수문학도서
김응교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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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는 몇 년을 떨었어도 책을 가까이 한 지는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전엔 일 년에 열 권 읽기도 바빴고, 수다는 몇 달에 한 번 지금보다 더 길게 주절거렸다. 치열한 자기 고민과 시대적인 고민을 동시에 들고 서평을 쓰시던, 학교에 다닐 때엔 얼굴도 뵌 적이 없는 선배님의 글을 이 페북에서 읽으며 불씨 하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년에는 가랑이가 찢어지면서 좇아가기 바빴고, 올핸 그것과 병행해서 내가 알고 싶거나 궁금해지는 책들을 위주로 먹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아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없거니와 뚜렷한 서평을 쓸 수도 없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자기의 생각이 더 많이 묻어 있는 서평들의 책들을 많이 만난다. 기억에 남는 이들이라면 정희진과 장석주가 있었고, 또 한 사람 추가하고 싶다면 이 사람이다.
사실 서평을 쓰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자신만의 색깔을 다 드러낼 수도 없고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만 펼쳐놓기도 애매하다. 요약과 느낌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버무러져야 그 책을 나도 사서 읽고 싶은 마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그러나 더 좋은 서평은 그 안에서 작가와 서평자, 읽고 있는 독자 모두를 일깨우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읽은 책들 중에 이 책을 제일 기억에 남는 책으로 손꼽고 싶다.
이 책은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문학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성공주의적인 혹은 다분히 종교적인 훈계를 전하는 내용은 아니다. 문학 작품 속에 스며 있는 "숨은 신",  낮고 처절한 삶 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어둠의 인생, 그것을 인정하거나 보고 싶어하지 않는 더 많은 빛 앞에서의 인생, 그 사이에서 충격 받고 고민하고 결국 그 삶들을 보게 하는 숨은 신의 또 다른 밀어 등을 발견하게 한다. 역시 나는 미우라 아야꼬나 엔도 슈사쿠의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문익환 목사나 양석일에 대한 이야기도 가슴에 남는다. 

"기독교인들은 '역사 속에 운동하시는 하나님이다'라고 절대자를 표현한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 근현대사에 '숨은 신'이 어떻게 개입하셨는가 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일제 35년과 해방기 5년, 그리고 분단 60년, 군사독재 32년. 짐승스러운 세월 속에서 절대자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의 역사, 아브라함의 방황과 이집트 4백 년간의 노예생활, 광야 40년의 유랑을 통해 이스라엘을 탄생시킨 '숨은 신'의 역사를 철썩같이 믿는 교인들이, 이 조그만 반도를 때리는 채찍으로, 때로는 사랑으로 몰아붙이시는 역사를 도리질치며 외면한다."
                       -비극시대의 구도자들, 조정래 [태백산맥], p234- 



"<빙점>만 읽으면 인간은 죄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는 것처럼, 영원히 죄에 갇혀 살아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태초의 축복을 안고 있는 존재다. 그 원래의 축복을 바로 원복, 영어로 'Original Blessing'이라고 한다. ...원죄를 출발점으로 삼는 '타락/구속영성'은 사람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고, 인간의 죄성을 씻는 구속에만 매달린 나머지, 인간 이외의 피조물에 대한 구원, 곧 우주의 구원을 누락시킨다. 이처럼 하나님의 창조계를 배제한 타락/구속 전통은  지구파괴(geocide), 생태계파괴(ecocide), 생명파괴(biocide)와 같은 죄를 포착하지 못하게 만든다."
                      -원죄와 원복, 미우라 아야꼬 [빙점], p414-

책은 455쪽이라 꽤 두껍고 철학적인 사유까지 곁들여 있어서 나처럼 얇게 물만 묻히는 이들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몇 주에 걸쳐서 읽은 것 같다. 어떤 곳에서는 생소한 맛이, 또 어떤 곳에서는 공감의 맛이, 때로는 고민하게 만드는 맛이 난다. 다행히 이 분의 말투, 아니 글투가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고 다양한 문학작품들 속에서 더 다양한 모습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하나의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의 책을 더 찾아서 읽고 싶어지는 이들이 있다. 이 분도 내 리스트에 올려놓으련다.
이제 햇병아리처럼 책을 읽고 있다. 나도 20년 쯤 내공이 차곡차곡 묵묵히 쌓여 더 좋은 책, 사람을 살릴 만한 책을 소개해주는 서평가로도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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