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뇌 - 우리의 자유의지를 배반하는 쾌감회로의 진실
데이비드 J. 린든 지음, 김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과학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서 우리 인간의 신비가 하나, 둘씩 벗겨지는 느낌이 든다. 인간에게 가장 신비한 부분이라면 뇌 부분인데, 이제는 그 뇌 부분의 신비를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뇌에서 쾌감이라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쾌감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쾌락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감성 만족, 욕망 충족에서 오는 유쾌한 감정이다. 먼저 저자가 언급한 쥐의 쾌감회로를 살펴보자. (그림1-3)

 복측피개영역(VTA)의 뉴런들이 활성화되면, 그 세포체들에서 짧은 전기 스파이크가 나와 정보를 전달하는 가는 섬유인 축삭돌기를 따라 달리게 되고, 축삭돌기의 끝에는 축삭말단을 가지고 있다. VTA는 감정 중추인 편도체와 전피상피질, 몇몇 형태의 습관 학습에 관여하는 배측선조체, 사실과 사건의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 판단과 계획 수립에 관여하는 전전두피질과 연결되어 있다.

축삭돌기를 따라 이동하던 전기 스파이크가 축삭말단에 이르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게 된다. 말단의 도파민은 작은 막으로 둘러싸인 소낭이라는 자루에 담겨서 저장된다. (그림 1-4)

스파이크가 축삭말단에 들어가면 전기화학적 사건이 시작된다.

첫 번째로, 축삭말단의 막과 함께 소낭의 막이 녹는다.

두 번째로, 도파민을 비롯한 소낭의 내용물들이 축삭말단을 둘러싼 비좁은 액체 공간인 시냅스 간극에 퍼진다.

세 번째로, 도파민 분자들은 표적 뉴런 끝에 달려 있는 특수한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하여 일련의 화학신호를 개시한다.

VTA 뉴런들은 신호를 보내는 것 이외에도 다른 뇌 부위들에서 전기화학적 정보를 받는데, 내측전뇌다발이라 불리우는 축삭돌기 집단을 통해 전전두피질과 그 밖의 영역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주목해야 한다. 내측전뇌다발의 축삭돌기들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민산염을 VTA에 분비한다. 이것은 VTA의 뉴런들이 스파이크를 점화한다. 이 스파이크들이 표적까지 이동하여 도파민을 분비한다. 측중격핵 축삭돌기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를 분비한다. GABA VTA 뉴런을 억제하여 도파민 분비를 중지한다.

그래서 뇌의 회로와 쾌감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쾌감이란, VTA의 도파민 뉴런을 활성화시켜 그 표적(측중격핵, 전전두피질, 배측선조체, 편도체)에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경험들을 즐겁다고 느끼며, 즐거운 경험들에 선행하거나 겹치는 감각 단서들과 행동들을 긍정적인 느낌과 함께 기억하고 연합하는 것이다. 쾌감이 강력한 이유는 쾌감회로와 다른 뇌 영역들과의 상호 연결을 통해 기억, 연상, 감성, 사회적 의미, 장면과 소리와 냄새 등으로 쾌감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물을 어떤 작용으로 쾌감 회로를 자극하는 것일까? (그림 2-2) 대표적인 약물 3가지에 대하여 살펴보자.

마리화나의 경우,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바비놀(THC) VTA 도파민 뉴런에 GABA를 분비하는 시냅스전 말단의 CB1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용체와 결합하여 활성화 된다. GABA의 분비량이 현재 상태에서 감소하면 VTA 표적 영역에서 VTA 뉴런들은 탈억제되고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 헤로인의 경우, VTA 도파민 뉴런에 GABA를 분비하는 시냅스전 말단의 뮤-오피오이드 수용체와 결합하여 활성화 된다. GABA의 분비량이 현재 상태에서 감소하면 VTA 표적 영역에서 VTA 뉴런들은 탈억제되고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

알코올의 경우,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의 분비를 동시에 증가되어 VTA 뉴런들은 탈억제되고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

니코틴의 경우, VTA 도파민 뉴런에 접해 있는 글루타민산염 함유 축삭말단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이를 활성화시킨다. 이는 글루타민산염 분비를 증가시켜 VTA 흥분을 높이고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

일반적으로 중독이란, 갈수록 심각해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눈앞에 두고도 지속적, 충동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중독성 약물의 경우, 내측전뇌 쾌감회로, 특히 VTA의 도파민 뉴런을 활성화하고, 약물이 유발하는 도취감이 핵심이다. 또한 감각 경험이 뇌 회로에 기억을 적을 수 있다. 이 기억의 흔적은 최소한 부분적으로 LTP(long-term synaptic potentiation, 장기 시냅스 강화), LTD(long-term synaptic depression, 장기 시냅스 저하)에 의해 시냅스에 형성된다. 그러므로 중독성 약물에 의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내측전뇌 쾌감회로와 그 표적들(LTP, LTD)의 기능에 영구적 변화를 발생시켜 이것이 중독 양상의 기초가 된다. 그러나 중독에 대한 모든 생리적인 과정이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음식은 중독은 어떠할까? 일반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면 지방 조직의 양이 감소하고 렙틴 수치가 하락하게 되고, 이를 인지한 시상하부에서는 먹이 섭취 증가 및 에너지 소비 감소를 야기하여 보상성 체중 증가를 가져온다. 반대로,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 조직의 양이 증가하고 렙틴 수치가 상승하게 되고, 이를 인지한 시상하부에서는 먹이 섭취 감소 및 에너지 소비 증가를 야기하여 보상성 체중 감소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중기저 시상하부가 섭식 조절 회로의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중기저 시상하부의 섭식 조절 회로는 다음과 같다. (그림 3-2)

시상하부의 고속핵은 내장-미주신경-고속핵으로 빠른 신경회로와 지방세포에 의해 분비된 렙틴에서 느린 체중회로 신호를 받게 된다. 시상하부 궁상핵에서는 여러 가지 뉴런이 있지만, 중요한 POMC 함유 뉴런과 NPY 함유 뉴런 2가지가 있다.

내장-미주신경-고속핵 경로에 의해 활성화되거나, 지방세포에 의해 분비된 렙틴에서 활성화 되는 경우, POMC 함유 뉴런이 활성화 된다. POMC 함유 뉴런이 활성화되면 실방핵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CRH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포만감을 야기한다. POMC 함유 뉴런이 활성화되면 외부 시상하부 영역을 억제시키고 오렉신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공복감을 야기한다. 지방세포에 의해 분비된 렙틴에서 억제되는 경우, NPY 함유 뉴런이 활성화 된다. NPY 함유 뉴런이 활성화되면 실방핵 영역을 억제시키고 CRH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포만감을 야기한다. NPY 함유 뉴런이 활성화되면 외부 시상하부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오렉신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공복감을 야기한다. , CRH의 포만감과 오렉신의 공복감 신호의 경쟁에 의해 우리는 먹거나, 먹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좀 더 복잡한 것인 섹스, 도박에 대한 것은 명확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섹스 중독이나 도박 중독을 통해서 우리는 쾌감을 넘어서는 어떤 생리학적인 측면이 있다. 그리고 선 또는 명상을 통해서 얻어지는 쾌감을 어떤 것일까? 이러한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우리의 쾌감회로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에 대한 설명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단순히 인간의 쾌감 회로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인간의 쾌감은 단순한 전기화학적 신화에 의해서 정의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에는 복잡한 알고리즘 또는 정해진 순서가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 그러한 모든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쾌감 회로는 VTA의 뉴런에 의한 도파민 분비에 의한 것이다. 중독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도파민 분비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조절이 가능한지만, 이것이 오염이 된다면 우리에게 작동하는 기본적인 쾌감 회로의 변형이 일어나서 이성적으로 조절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독이라는 것은 의지가 부족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정상적인 쾌감회로가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독 현상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연구 중에 있다. 첫 번째는 중독성 물질을 다른 형태로 바꾸거나 대체하는 것, 두 번째는 중독을 혐오하도록 하는 약물, 세 번째는 남용한 약물이 뇌로 들어가는 막아 향정신성 효과를 차단하는 것이다. 물론 세 번째 방법이 가장 좋지만, 이 치료 이후에 어떤 부작용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여야 한다. 현재 세 번째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볼 때는 어느 정도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출현할 수 있지만, 그 약물이 어떤 거대한 부작용을 가져올 지는 또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쾌감에 집착하면서, 중독이 되어 가는가? 우리가 조금만 더 싱겁게, 덜 자극스럽게 살면 되지 않을까? 쾌감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은 우리에게 쾌감, 중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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