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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줄거리는 경악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3학년인 방인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일단은 부유한 집안에서 살고 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인 아버지, 교회의 열혈 신자인 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그녀는 스스로 엄마의 머리와 아빠의 외모를 가진 조금 떨어지는 내신 5등급의 소녀이다. 그녀의 삶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좋은 상태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자신과 살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가 죽이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존속 살인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흔 살의 계약직 공무원 남자를 만나면서, 그에게 아버지, 어머니의 살인을 지시한다. 그것은 완전 범죄를 꿈꾸면서… 그리고 실제로 그의 아버지, 어머니가 살해되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로 그 마흔 살의 계약직 공무원 남자가 살인을 했던 것일까? 그렇게도 살인이라는 것이 단순하고 쉬운 것인가? 물론 이 소설에서는 정말 쉽게 살인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살인했다고 생각한 그 계약직 공무원이 이제는 자수를 한다고 하였다가, 안 한다고 하였다가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주인공인 방인영은 그 남자에게 메소밀이 든 쿠키를 먹이고, 전기충격기로 기절을 시킨 다음, 다리 난간에서 그 시체를 버린다. 이와 같은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녀는 어떤 정신상태일까? 그런데 그 일이 다음에 고모가 연락을 한다. 경찰에서 아버지, 어머니 살인범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 살인범은 바로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는 삼촌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말 충격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범인은 삼촌인 것인가? 그럼 그 남자는 자신이 살인자라고 말만 한 것일까? 이 책에서 이것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를 없다.
물론 이 소설에서는 사람을 등급으로 결정하는 우리의 사회를 비꼬는 이야기 하고 있다. 위선적이고 비 도덕적인 사회에서 도덕적인 척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녀가 더 도덕적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이 존속 살인이라고 할 수 있지는 모르지만, 그 무거운 주제를 청량하고 담백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주제를 던지고 싶은 것일까? 주인공이 살인한 것은 그녀 자신의 마음이 아니고 우리가 속해있는 이 사회의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리고 만약에 그녀가 살인 지시를 한 것에 어떤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일까?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적의를 느끼고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것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정말 이성을 초과하는 어떤 극단의 감정이 있어야지만, 일반적인 사람은 살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인공은 그냥 일상적인 일을 하듯이 살인을 하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상태를 정상적으로 볼 수는 있는 것인지 작가에게 묻고 싶다. 책을 위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야만 책이 뜰 수는 있지만, 주인공의 작위성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이 책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방인영보다는 그와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데… 아직도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사회라고 생각하기에 주인공 방인영을 인정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이것 저것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