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소의 비구름 높은 학년 동화 13
배유안 지음, 김호민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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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소의 비구름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는 왜 이런 제목이었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책 뒤에 실린 관동별곡의 원문을 보니 이런 제목이 이해가 되었다.
“원통골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너럭바위 화룡소가 되었구나.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밤낮으로 흘러 내려 푸른 바다에 이었으니, 비구름을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나. 응달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
그리고 관동별곡에 대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송강 정철 선생님께서 지으신 가사라고만 생각이 난다. 원래 가사란 책 속에 나오는 고등학생 준이 처럼 골치 아픈 공부거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사를 이렇게 멋지게 책 속에 융화시킬 줄은 몰랐다.
이 책은 아빠를 따라 유적 답사를 간 초등학생 훈이가 시골장터에서 산 두루마리 그림에서부터 그 이야기 시작된다. 집에 돌아온 훈이는 타임머신처럼 과거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두루마리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그림 속의 조선 시대를 여행하게 된 것이다. 그림 속 폭포수에서 송강 정철 어른을 만난다. 그리고 그 송강 정철 어른께서는 관찰사로 부임하러 가는 길에 관동별곡의 배경이 되는 만폭동, 금강대, 삼일포, 의상대를 유람하는데 이 때 책 속의 정철 선생님께서 자연스럽게 시를 짓는데 이것이 바로 관동별곡의 원문에 나오는 내용인 것이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관동별곡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가끔 그려진 화가 김호민의 그림 또한 책을 더 맛갈스럽고 구수하게 해준다.
훈이를 과거의 이 세상에 불러들인 것은 과연 누군가? 송강 선생님께서는 직접적으로 알려주기 보다는 “누군가 너를 꼭 필요로 해서 불렀을 것”말로 대신하면서 훈이를 더 여행하게 한다. 그런데 훈이를 이 세상으로 불러들인 것은 바로 화룡소의 용인 것이다. 그 용은 아직 비구름을 만나지 못해 승천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인데, 비구름이 있어야만 자신이 몸을 얻을 수 있고 그 비구름으로 세상을 살리는 비를 뿌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훈이에게 승천할 수 있도록 비구름을 불러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부탁이 훈이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부탁이지만 신선이 된 정철 선생님의 도움으로 붓을 가지고 먹물을 구름 속에 칠해 비구름을 불러올 수 있게 되어 용을 하늘로 승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훈이는 우여 곡절 끝에 다시 현재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정말 한 편의 환상 동화인 동시에 너무나 한국적으로 구수한 창작 동화이다. 우리의 가사 문학을 우리의 아이에게 이렇게 정감 어리게 소개시킨 작가의 창작력이 놀랍다. 앞으로도 더 많은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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