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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11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야키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해진 이 만화는, 그러나 역시 책으로 읽을 때에 그 섬세함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애니메이션도 물론 상당히 재미있게 만들어졌고, 성우들의 목소리나 음악을 아주 즐겁고 쓸쓸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지만..) 몇몇 친구들에게 이 만화를 권했다가, 이게 뭐가 재밌냐며 타박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11권은 지난 10권에 이어서 또 다른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1권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캐릭터는 고양이 같은 소녀 츠바사와 그녀의 의붓남매인 카즈마. 그리고 카즈마가 속해 있는 밴드인 음양. 특히 카즈마의 심리 흐름과 독백, 주변의 일상들이 11권의 주요 내용. 그 남자 그 여자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놀랍고 아름다웠던 것은, 인물들을 그려가고 그 심리를 너무나도 섬세하게 묘사해내는 작가의 냉정하지만 따뜻한 시각이었다. 하마타면 눈물을 흘릴 뻔 했을 만큼 아름다운, 그 섬세함. 11권을 보는 중에 벌써 12권이 기다려지는... 아리마와 카즈마의 평화로움과 행복,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움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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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병기 그녀 3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만화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한 순간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비록 지극히 일본스러운 제목이긴 하였으나, 제목만으로도 사람을 이토록 흥분시키고 설레이게 하는 책을 나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만나본 일이 없었다. 이 만화는 분명 재미있을 것이고, 아름다울 것이고, 애틋할 것이고, 슬픔에 잠기게 만들 것이라는 예감. 그리고 책을 펼치고 읽어가면서, 나의 그 기대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종병기 그녀는 나의 기대 이상의, 그 이상의, 또 그 이상의 전율과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특히 그 전율은 2권에서 절정을 이루었는데, 이번에 나온 3권은 2권 이후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2권에서 생략되었던 부분들을 조금 열어서 보여주고 있다. 아아... 이 만화를 분석하려 들지 말아야지. 그저 보고, 읽고, 즐기고, 웃고, 울어야지. 일본에선 7권까지 나와있다던데...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어서, 다음 권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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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시절, <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라는 책을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적이 있었다.(어쩌면 졸업 후에 받았는지도... 가물가물...) 참 재미있는 책이었고, 많은 공부가 되었던 책이었다. 그 책 속에서, 나는 두 편(?)의 만화를 볼 수 있었는데 그 하나가 당시 [한겨레신문]에 연재되던 박재동 화백의 만평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오세영의 단편 만화 <투계>(월북작가 안회남의 단편 소설을 만화화)의 한 장면이었다. 돈이 떨어져 술에 굶주린 술꾼 심가가 꿈 속에서 한 주전자 가득 받아온 술을 사발에 따라서 입을 한껏 크게 벌리고 한 잔 걸치려는 찰나.

그 그림이 어찌나 생생하게 그려졌는지 당시에는 술을 마실 줄 모르던 내 입 안에 한가득 침이 고일 지경이었다. 오세영의 만화가 너무나 보고 싶어진 나는 그의 만화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했으나 만화책은 커녕 오세영이란 만화가를 아는 사람조차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아직 pc통신 조차도 대중화 되지 않았던 시절...) 대체 오세영이란 만화가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지구를 홀라당 뒤집어서 탈탈 털어봐도 그의 만화책은 한 권도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서울문화사]에서 <오세영 한국 단편 문학선>이란 시리즈가 나와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다른 제목일지도 모른다. -_-;)
어찌어찌해서 몇 권을 구해서 보았지만,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장면이 들어간 만화는 찾을 수 없었다.(분명히 그 시리즈의 어느 한 권에는 들어가 있을 만화인데도...) 그리고 다시 몇 년이 흐른 후, 비로소 나는 <부자의 그림일기>라는 오세영의 만화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 책에서 10여년 간 보고 싶어했던 만화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 리얼리즘 만화의 대표자로 알려져 있는 오세영의 만화를 보는 일은 그러나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아픈 현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만화를 통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나 환상이 이루어지는, 상상 속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아름다운 낭만 같은 것들을 만나는 것에만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세영의 만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꿈 속, 환상 속이 아닌 현실 속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아프게, 끔직한 만큼 생생하게 보여준다. 내가 만난 오세영의 만화는 대부분 우리나라 소설가들의 옛 단편들을 만화로 재구성해낸 것들인데, 글로 읽을 때와는 또다른 이미지와 느낌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문학적 상상력, 회화적 이미지, 영화적 연출... 힘들고 아프지만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오세영의 만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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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마요네즈
나나난 키리코 지음, 문미영 옮김 / 하이북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를 즐겨보는 사람에게라면 단골 만화방이 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그 편리함은 대체로 '익숙'하다는 데서 오는 편리함이다. 원하는 만화책이 어디쯤에 진열되어 있는지, 음료수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콜라 캔 하나에 500원인지 600원인지를 따로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특히 다른 사람에게 말붙이기를 꺼려하는 나 같은 종류의 인간에게는 굉장한 편리함인 것이다. 게다가 몸에 익숙해진 단골 만화방의 소파는 너무나 편안하고 따스해서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골 만화방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낯선 만화방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바로 단골 만화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만화책 찾아내기'이다. 가끔 헌책방이나 중고 음반점을 뒤지거나, 집 앞의 비디오 가게를 놔두고 두 번이나 길을 건너야 하는 아파트 단지의 '영화마을'까지 비디오를 빌리러 가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나는 낯선 만화방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 낯선 공간의 진열대에서 보물처럼 숨어 있던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옛친구를 마주쳤을 때의 즐거움에 견주어도 좋을 만한 것이다. 그렇게 만난 옛친구와 서로에 대해 간직하고 있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 '작품'이 품고 있던 소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호박과 마요네즈(KIRIKO NANANAN, 닉스미디어)>는 바로 그렇게 '발견'한 사랑스러운 작품 중 하나이다. <호박과 마요네즈> 등장인물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점이다. 조그만 양품점의 아르바이트생인 주인공 츠치다. 음악가를 꿈꾸는 백수이며 츠치다에게 '얹혀' 살고 있는 세이. 어쩌면 이 도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젊은이들 중 절반 정도는 이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평범한, 그야말로 '만화 주인공답지 않은' 인물들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게다가 그들이 만들어 가는 스토리 또한 어찌나 평범한지 츠치다가 아르바이트로 나간 술집에서 일어난 손님과의 트러블이라든가,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옛사랑을 만난다든가 하는 사소한 일들이 그야말로 커다란 '사건'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오죽하면 작품 말미에 주인공 스스로가 '우리들의 이 흔해빠진 일상은...' 이라고 독백을 다 하겠는가.
그러나 그 '흔해빠진'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나의 이야기, 혹은 내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친근하고 아련해진다.

스토리와 인물은 평범하지만 이 정체불명의(아직까지 이 작가에 대해 들어본 바가 전혀 없으므로) 작가 KIRIKO NANANAN의 그림과 연출은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 <호박과 마요네즈>의 그림은 마치 '사진'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사진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그려놓았다는 뜻이 아니라, '정지'된 느낌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낙엽은 땅을 향해 떨어지고 있지만 그림 속에서 '정지'해 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 아닌 출판 만화인 이상 떨어지는 낙엽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작가는 낙엽의 움직임을 나타내줄 수 있는 보조선의 사용마저도 지극히 절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 같은 느낌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습지만 '사진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은 앵글 속의 풍경을 모두 담아내지만(물론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앉아 있는 사람의 뒤통수라든가 그 사람이 기대앉은 의자의 등받이 같은 경우에는 사진에 나타나지 않지만 여기서는 3차원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2차원적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kIRIKO NANANAN의 그림은 사진과는 달리 많은 것을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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