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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사카 코타로 하면 떠오르는 책이 <사신 치바>와 <마왕>이다. 이 작가를 보면 기안84가 오버랩된다. 뭔가 맹해 보이는데 세상을 보는 시선은 날카롭다. 그의 작품들은 귀차니즘과 무심함이 가득하여 고만고만한 기승전결 같지만 묘한 밀당이 있으며, 이번에는 일본인들의 굳어버린 사상에 대해 심도 있는 장면들을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 안도는 생각이 너무 많아 걱정부터 앞서는 남자다.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비비디 바비디 부.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데 그거슨 내가 생각한 말을 남이 그대로 말하는 것. 일본의 한 정치인이 지금의 정권과 정치를 대놓고 비판하며 자신이 5년 안에 못 바꾸면 목을 자르라고 선포한다. 그 발언에 국민들은 하나둘씩 그 정치인에게 선동되어 간다.
실제로 일본은 어려서부터 규율을 철저히 따르도록 교육받고 자라서 시위나 쿠데타 같은 혁명이 없다. 그런 게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나서는 법이 없는 이 나라에 한 사람이 엄청난 파시즘을 일으킨 것이다. 그 후로 국민들의 잠들어있던 흑염룡이 날뛰기 시작하는데...
볼만한 건 딱 1부까지였다. 2부는 안도가 죽은 뒤 동생의 이야기인데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돼버린다. 사회소설을 어중간하게 써보려다 맨홀에 빠진 케이스이다. 아스팔트의 들꽃 같은 사람이 꽃길을 걸어가려니 안 어울리지. 완급조절도 없이 심도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시게? 이런 글은 하나도 어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도 스케치만 하고 색칠은 망한 느낌이다. 신문의 정치기사를 소설로 만들면 이렇지 않을까. 글쎄. 뭐가 마왕이라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