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도 있는 사람
전민식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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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2017년 6월 기준으로 청년실업 인구수가 100만 명에 육박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거기에 장년, 부녀층까지 합치면 실로 엄청난 규모이며, 이 수치는 현재 일본의 두 배라고 한다. 솔직히 일자리야 많다지만 터무니없는 업무량과, 윗선들의 갑질과, 월세 내면 증발하는 적은 월급과, 야근에 휴일근무 등등. 할 맛도 안 나는데 이렇게 숨만 쉬고 일한들, 내 집 장만은커녕 결혼조차 꿈꾸지 못하는 게 이 나라 현실이다. 명문대를 나오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들도 온전한 직장을 못 구해서 아르바이트하거나 일용직을 나가는 방송을 볼 때마다, 그보다 못한 스펙을 가진 친구들은 대체 어쩌란 말이냐 싶다. 이 책은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스트리트 레이싱을 개최하는 동호회가 있다. 배기량 2000cc 이하의 차만 출전 가능하며, 어떤 악조건의 날씨라도 달려야 한다. 물론 우승상금은 넉넉히 준다. 이 동호회 회원중 네 명의 남녀가 돌아가며 나온다. 아직 한창인 나이에 체념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들에게 레이싱은 하늘에서 내려준 동앗줄이다. 자신에게 시작할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세상을 뒤집기 위해 SR에 목숨을 거는 하루살이들. 더이상 자존감이 방전되가는 것을 구경만 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우승을 향해 악셀을 밟는다.


이 친구들이 가엾고 딱해서 응원하고 싶은가? 안타깝지만 소설 밖의 사회도 내 코가 석자라 타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뉴스에 나올 정도가 아니면 그렇게 힘들 정도는 아니란 말도 있다.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이력서를 그렇게 집어넣고 수없이 면접을 보는데도 연락은 오지 않는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참 쉽지 않다. 대학을 나왔어도 써주질 않고 알바는 급여도 적은 데다 어린 친구들만 쓰기 때문이다. 용주의 말처럼 꿈마저 포기하고 사는 사람, 살기 위해 사는 사회가 지금의 대한 민국이다. 정말 몇 페이지 안 읽었는데도 소름 돋게 만드는 작품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과한 설정은 아닌지 의문은 든다. 우리나라 어느 거리에서 300km를 밟으며 여러 차들이 달릴 수 있는 건지? 또 살기 버거운 용주가 매번 질주를 할 만큼 기름값은 두둑한 건지? 요즘 10대나 20대 초중반들은 스쿠프란 차가 뭔지 알까. 나도 전혀 모르다가 이 스쿠프에 교통사고를 당해본 적이 있어서 알게 된 차종이다(이것도 참 신기함). 이제는 단종되어서 페라리보다 보기 힘든 이 차가 주인공의 애마라는 것도 솔직히 난센스 같았다.


뭐 아무튼 차를 소재로 다룬 만큼 와일드한 작품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학생층부터 늦깎이 청춘들에게까지 와닿을 것이라 본다. 몇 안되는 등장인물들이 전혀 낯설지 않거나 본 적 있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알 수도 있는 사람‘들의 책이다. 원래 자기가 나온 군부대가 가장 힘든 법이다. 마찬가지로 내 삶이 가장 고달프기에 속도를 즐기는 이 친구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상당히 괜찮게 읽었고, 살짝 각색해서 드라마로 제작되면 제대로 히트칠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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