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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고르긴 했는데 이렇게 가벼울 줄은 몰랐네요. 현대문학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런 작품도 대중소설로 쳐주는군요. 그 정도로 재미없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알맹이가 없느냐고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호흡이 매우 짧은 편이라 되게 건성으로 썼다는 인상이 강하네요. 그러면서 이 얘기 했다, 저 얘기 했다를 자주 반복해서 산만하기까지 해요. 작가님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는 대강 알겠는데 진짜 이게 맞냐고 되묻고 싶네요.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맡게 된 문지혁 씨의 이야기. 초보 강사의 애환과,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이방인의 고충들을 가볍고 위트 있게 써 내려갑니다. 시트콤의 장면 장면들을 잘게 쪼개어, 마치 유튜브 쇼츠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이주 노동자의 팍팍한 삶을 다큐로 찍지 않은 건 좋았지만 ‘찍먹‘을 남발해대니 내가 지금 책을 읽는 건지 누군가와 스몰토크를 하고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질 않던데요. 뭐, 좋습니다. 외국인들의 한국어 수업에서만 볼 수 있는, 오직 한국 독자만 피식할 수 있는 썰이라면 이런 기법도 나쁘지 않아요. 헌데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내용들도 다루겠다면 그에 걸맞은 변화를 줬어야죠.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입원했다는데 무슨 뫼르소라도 된 것마냥 일정한 톤으로 흘러가는 건 좀 아니었습니다.
별로 특별한 서사도 아니고, 인상 깊은 장면도 딱히 없어서 길게 리뷰하고 싶은 마음이 없네요. 강사로 지내면서 틈틈이 글을 써 소설가가 되겠다는 설정도 참 진부해 보였습니다. 주인공이 스스로를 제법 반듯하고 건실한 인물로 묘사하던데, 정작 독자의 시선에서는 깃털처럼 가벼운 사람으로만 보입디다. 어학수업 해프닝 한 스푼, 가족이냐 꿈이냐 한 스푼, 이주민의 고충 한 스푼. 패턴도 비슷해서 그 어느 것도 중요해 보이지가 않아요. 이제 막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외국 학생들처럼, 모든 인생 수업도 그와 같다는 걸 말하고 싶었나요? 작가님 프로필을 보니까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고 쓰여있던데... 진짜 이게 맞나요? 그렇다면 저는 굉장히 혼란스럽네요.
보니까 차기작이 두 편이나 있데요? 이거 시리즈였나 봐요. 다른 독자들은 칭찬 일색이었지만 후속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기대는 안 합니다. 원래는 SF를 주로 쓰신 듯 한데 제가 또 SF를 좋아하질 않아서요. 엔간해서는 이제 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20000.